-55톤 펌프카 불법으로 다니며 일감 싹쓸이···영세 사업자들 “법은 지키면 손해”
-업자들 “재수가 없어 단속을 당할 때도 있지만 돈만 벌면 그만”...‘도덕적해이’ 만연
55톤 펌프카 모습.
[부산=일요신문] 하용성 기자 = 도로법을 위반해 달리는 총 중량 55톤 대형 펌프카가 부·울·경 지역을 중심으로 차량이 계속 늘고 있지만, 차량제작을 ‘허가’하고 ‘단속’하는 국토부와 부산시가 대책마련에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펌프카란 건설현장에 시멘트를 타설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건설장비다. 그동안 도로법을 위반하는 총 중량 40톤(단속기준 44톤)이 넘는 차량이 없었지만, 수 년 전부터 등장한 대형 펌프카는 총 중량이 55톤에 달해 과적단속 대상이 된다.
당초 차량제작 허가에 난색을 표했던 국토부는 다른 건설기계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허가를 내줬다. 단만, 이동시 반드시 ‘분리운송’을 조건으로 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분리운송’은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차량을 분리운송 할 경우 최소 100톤의 유압크레인(사용료 180만원)이 필요하고, 트레일러(사용료 40만원)와 차량을 분리하는 기술자가 최소 2명(1명당 인건비 최소 20만원)은 있어야 차량분리가 가능하다.
건설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로 차량소유자가 도저히 따를 수 없다는 조건이란 주장이다. 허울좋은 명분을 가져다붙여서 업체의 편의를 봐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이 차량을 처음 1대를 운영하다 반응이 좋아 추가로 1대 더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모 사업자의 경우 “단속 당하면 재수 없는 날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6-7회 단속됐지만 무엇이 문제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55톤 펌프카를 허가한 국토부 입장은 한결 같다. 현행법이 바뀌지 않는다면 해결 할 수 있는 방안이 없으며, 단속은 인력이 많이 부족해 55톤 펌프카만 집중 단속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실 교통사고 난다고 차를 만들지 못하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 정부는 법대로 허가를 해주고 과적위반 문제는 단속을 통해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속을 담당하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진영국도사무소나 부산시 과적단속팀 역시 ‘인력부족’을 내세우며 제보자의 제보 없이는 단속이 사실상 어렵다고 시인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차후에라도 관할 지방국도에서의 55톤 펌프카 과적단속 시 규정대로 반드시 차량을 ‘분리’시켜 되돌려 보냈겠다며 각 부·울·경 지역 사무소에 공문을 내려 보냈다.
하지만 부산시 과적단속 관계자는 “지금까지 55톤 펌프카의 과적단속 시 차량을 분리해 회차하라고 한 번도 말해 본 적 없다”며 “55톤 펌프카는 그냥 되돌려 보내는 ‘통과조치차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력한 단속의지가 없다는 점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시 관계자은 이어 “55톤 펌프카를 분리하는데 필요한 100톤의 유압크레인들은 ‘구조통과하중계산서’을 끊어 제한운행허가를 받은 차량이 부산시내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1대가 있었지만 기간이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 100톤 유압크레인도 보이면 단속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허가기관 따로, 단속기관 따로 등 제각기 다른 해석과 대응을 내세우며 우왕좌왕 하는 사이 55톤 펌프카는 그 수가 3-4배 이상 늘고 있다. 차후 이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갈 것으로 예상되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펌프카 기사 A 모(56, 남)씨는 “협회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만 당국자 어느 한 사람도 이 문제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55톤 펌프카가 망쳐놓은 도로를 국민세금으로 보수하고, 사업자가 다시 자기 배를 채워도 정부나 지자체는 손을 놓고 있다.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일하고 싶지는 않지만 상황이 이렇다면, 우리도 곧 이 차량을 구입해야 먹고 살 것 같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법을 어기면 잘살고, 법 지키면 못사는 국가가 국가인지 묻고 싶다. 공무원의 탁상행정이 원인 제공이다. 이를 고치지 않는다면 그것이 곧 적폐”라며 “대기업인 차량제작사 민원만 우선시해 국민혈세 낭비와 소규모 사업자와 일터를 잃고 방황하는 기사들을 죽이는 일에 정부가 앞장서는 꼴이다. 분리운송이 불가능한 차량을 허가하고 단속도 ‘인력부족’만 내세우는 한심한 일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분개했다.
한편, 도로법 제77조와 시행령 제79조에는 총 중량 40톤, 축 중량(타이어 한 쪽 측정 무게) 10톤을 초과하는 차량은 도로를 달릴 수 없으며, 도로법 제80조에는 과적차량을 단속할 경우 과태료는 물론 ▲차량의 회차(回車) ▲적재물의 분리 운송 조치 ▲차량의 운행중지를 명해야 한다.
또한 국내에는 지난 2016을 기준으로 한 해 3조 원(1년 예산 400조원의 0.75%, 기재부 자료) 이상의 혈세가 ‘도로보수비’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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