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림저수지 가창오리들이 해거름이 되자 일제히 날아올라 춤을 춘다. | ||
<여행안내>
▲길잡이: 서해안고속국도 선운사IC→정읍 방면 22번 국도→23번 국도 방향 좌회전→석우리 방향 우회전→동림저수지
▲먹거리: 흥덕면 동사리에 대구뽈테기탕과 찜을 잘하는 흥성회관(고창군 흥덕면 동사리 542-3, 063-564-8864)가 있다. 지리탕으로 부추, 숙주, 홍고추, 파, 마늘 등을 넣고 대구뼈로 우린 육수로 끓여낸 국물이 구수하다.
▲잠자리: 동림저수지가 있는 흥덕면 치룡리에 힐튼파크장 (063-564-3260), 청그린파크장 (063-561-3161)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문의: 고창군청 문화관광포털 (http://
culture.gochang.go.kr) 문화관광과 063-560-2208
동림저수지는 최근 몇 년 사이 가창오리 집단 월동지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기존의 잘 알려진 월동지로는 금강하구·천수만·부남호·고천암호 등이 있다. 그러나 동림저수지는 어느 샌가 그 장소들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와 존재를 알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최대 월동지 위치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동림저수지는 고창군 흥덕면과 성내면 일대에 걸쳐 있다. 1935년 준공되었고 면적은 3.82㎢이다. 저수지 물은 고창, 정읍, 부안 등지의 농업용수로 사용된다. 주변이 온통 농토다. 저수지 가장자리로는 갈대가 우거져 있다. 쉬기에 적합한 저수지와 먹이창고나 다름없는 농토, 숨어있기 좋은 갈대가 어우러진 동림저수지는 가창오리가 겨울을 나기에 최적의 장소다.
▲ 동림저수지 가창오리. | ||
가창오리의 개체 수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다만 95%에 달하는 가창오리들이 우리나라를 찾는 것으로 미뤄 개체 수를 파악하는데, 해마다 변동이 심하다. 5~6년 전만 해도 30여만 마리로 짐작하는 정도였으나,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겨울 철새 동시센서스’ 조사에 따르면 2004년 45만 마리, 2006년 27만 마리, 2007년 82만 마리, 2008년 62만 마리로 파악됐다.
올해는 얼마만큼의 가창오리가 왔는지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알 수가 없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동림저수지는 현재 금강호 다음으로 가창오리가 많이 찾는 곳이다. 환경부에서 발표한 ‘겨울 철새 동시센서스2008’에 의하면 동림저수지에서는 총 16종 20만 1121개체의 철새가 발견되었다. 논병아리·쇠백로·큰고니·홍머리오리·흰뺨검둥오리·황조롱이·노랑턱멧새 등이 저수지에 깃들어 사는데, 주인은 당연히 가창오리다. 전체 종 가운데 가창오리는 20만 마리나 된다. 올 겨울에도 이만큼의 가창오리가 동림저수지를 찾아 해거름마다 멋진 군무를 펼쳐 보이고 있다.
가창오리는 다른 오리와는 이동방식이 확연히 구별된다. 이들은 엄청나게 큰 무리를 짓는다. 또한 이들은 직진을 하지 않고 지그재그를 그리거나 회오리처럼 휘돌며 날아간다. 이러한 움직임은 마치 벌떼의 비행을 닮았다. 바람에 휩쓸리듯 휘청거리다가 일순간 목표물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가 버린다.
가창오리는 보통 낮에는 휴식을 취하고, 이른 새벽과 저녁에 먹이를 취한다. 동림저수지에서 쉬던 가창오리들은 해가 서산 너머로 지면 서서히 섭식 장소로 이동을 예고한다. 가창오리들의 이동시간은 날씨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따뜻한 날은 늦게 날고, 추은 날은 일찍 난다. 날이 추워질수록 가창오리의 섭식행동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사람들도 든든히 먹어야 추위를 견딜 수 있는 것처럼 가창오리도 많이 먹어서 에너지를 비축해야 추위를 이긴다.
▲ 소요산 정상 부근에 자리한 소요사. | ||
자아도취라도 한 듯 가창오리들은 ‘깨깨’거리는 울음을 토해낸다. 기괴하기까지 한 소리다. 붉은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창오리의 군무를 넋을 잃고 바라보는데, 녀석들이 방향을 잡았는지 한쪽 하늘로 넓게 퍼지며 재빠르게 이동한다. 동림저수지 주변은 사방이 다 논이기 때문에 가창오리들이 어디로 날아갈지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가창오리의 마음에 달렸다. 가창오리의 군무를 보기 위해 사람들은 북쪽의 제방이나 동쪽 저수지가에 자리를 잡는데, 운이 따라야만 가창오리리가 부채꼴로 퍼지며 머리 위로 날아오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가창오리들의 행로는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 겁이 무척 많은 녀석들로 사람이 많이 모여 있을 경우, 그곳을 피해버린다. 동림저수지 서쪽 제방 아래에 배가 한 척 있는데, 어로금지구역임에도 공공연히 고기잡이가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어로행위는 가창오리들의 행로뿐만 아니라 이듬해 방문 개체 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오리들이 고기잡이 어부에 놀란 경험을 공유하며 방향을 다른 데로 트는 것이다.
한편, 동림저수지와 함께 둘러보자고 했던 소요사는 부안면 용산리에 자리하고 있다. 한국불교 태고종에 속한 절이다. 백제 위덕왕(554∼597년) 때 창건되었다. 고려 때 강감찬이 이곳에서 기도를 했다고 전해진다. 조선 때까지만 하더라도 고승들을 많이 배출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유재란 등을 거치며 폐사가 되었고, 1965년부터 새로 세우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따지자면 현재의 절은 40여 세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요사를 추천하는 이유는 길이 좋기 때문이다. 소요사 가는 길은 부분적으로 시멘트도포가 된 곳이 있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비포장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그 비포장길은 2㎞가량 이어진다. 약 400m 높이의 나지막한 소요산을 향해 길이 올라간다. 차가 갈 수 있는 길이다. 그러나 눈이라도 오는 날에는 차를 버려두고 가는 것이 좋다. 길가가 벼랑이다. 눈이 오지 않더라도 이 길은 걸어가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 길지도 또한 그리 경사가 심하지도 않은 길이다.
굽이굽이 산을 끼고 도는 길을 따라 걷다보면 왼쪽으로 커다란 운곡저수지가 보인다. 40분쯤 걸으면 소요사에 닿는다. 장승처럼 버티고 선 큰 바위를 돌아가자 절 건물들이 다소곳이 앉아 있다.
소요산 정상은 절에서 멀지 않다. 약 300m만 올라가면 된다. 다소 가파르고 미끄러운 길이다. 조심해야 한다. 산 정상에 오르면 멀리 서쪽으로 부안의 변산이 보인다. 고창에서 부안 방면으로 강물이 ‘S’자로 휘돌아 나간다. 멋진 풍경이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