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안개가 얼어붙어 바람서리꽃이 대청호 주변에 만발했다. | ||
▲길잡이: 경부고속국도 남이분기점→청원·상주간고속국도→문의IC→32번 국도→문의문화재단지→문의대교 건너 좌회전→구룡산
▲먹거리: 구룡산 자락 오가리에는 맛집들이 많이 모여 있다. 그중 오가리식당(043-932-2885)은 대통령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곳이다. 청남대에 휴가 온 대통령들이 이곳에서 주문해 먹었다고 한다. 쏘가리회, 어죽, 민물매운탕을 잘 한다.
▲잠자리: 대청호 주변에 숙박업소들이 많지 않다. 문의IC로 나가자마자 우회전하면 청남대민박집(043-298-1587)이 있다. 차라리 신탄진이나 유성온천지구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
▲문의: 청원군청 문화관광과 043-251-3226
대청호반으로 갈 마음이 섰다면 새벽길을 재촉하는 것이 좋다. 구룡산에 올라 해오름을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뜨는 해지만, 물안개가 구름 되어 이불처럼 깔린 그 위로 솟아오르는 구룡산의 해오름에는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요즘 해오름 시각은 보통 오전 7시40분께. 보통의 산이라면 짙은 어둠을 헤치며 열심히 산을 올라야겠지만, 구룡산은 그럴 필요가 없다. 20분만 투자하면 충분하다. 정상의 해발고도가 373m에 불과하다. 등산이라기보다 산책에 가깝다.
▲ 구룡산 정상에 장승 4기가 서 있다. | ||
따지자면 맨 처음의 것이 가장 길고 또한 시간이 많이 걸린다. 원점으로 회귀하는 데 약 3시간 걸린다. 금오송어장에서 진장골을 지나 삿갓봉까지 오르막이 계속된다. 그러나 해오름을 보기 위한 길, 시간을 크게 투자할 수 없는 우리로서는 두 번째나 세 번째 코스를 살펴야 한다. 여기서 선택지는 다시 좁혀진다. 왜냐하면 눈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눈이 많이 내린 탓에 등산로가 미끄럽다. 아이젠과 스틱을 갖추지 않고서는 현암사 쪽으로 오를 수 없다. 현암사까지는 계단길이어서 문제가 없지만, 그 이후로는 매우 좁고 거칠며 경사도 역시 높다. 따라서 오가리 장승공원 쪽으로 올라야 한다.
두 번째 코스로 향한다. 대청댐과 금오송어장 사이에 오가리가 자리하고 있다. 구룡산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오가리 바로 못 미쳐 장승공원 쪽으로 길을 튼다. 주차장이 나타난다. 우측으로 현암사로 이어지는 또 다른 등산로가 있다. 하지만 이곳을 그냥 지난다. 장승공원까지 내쳐 달린다. 2㎞가량 길이 이어진다. 고불고불 오르락내리락 이어지는 좁은 시멘트포장길이다. 눈은 말끔히 치워져 있다.
장승공원은 2008년 6월 조성된 것이다. 이곳에는 돌탑 50여 개와 장승 500기, 육각정자 등이 있다. 장승은 2003년 이 지역을 덮친 폭설로 부러진 나무를 이용해 만든 것들이다. 비록 눈 때문에 생을 마감했지만, 나무들은 장승으로 다시 태어나 새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장승의 모양과 표정은 제각각이다. 일부러 나무를 크게 다듬지 않았다. 구부러지면 구부러진 대로 곧으면 곧은 대로 장승의 몸이 되었고, 옹이나 가지 등이 코와 눈, 귀가 되었다.
장승공원에서 구룡산 정상까지는 500m 거리다. 20분쯤 천천히 걸으면 닿는다. 가파른 경사도 없다. 등산로도 넓고, 돌계단이 놓여 있으며, 그나마 경사가 있는 곳에는 잡고 오를 수 있는 밧줄이 매어 있다.
산보하듯 정상에 오르자 해는 ‘아직’이다. 사위는 온통 부옇다. 물안개가 휘감고 있는 것이다. 이것들이 뭉쳐서 구름이 되는 것이다. 아주 춥고 맑은 날 대청호 일원은 짙고 무거운 구름으로 뒤덮인다. 그러나 그런 날이 흔히 오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인력으로 안개들이 몸을 묶기를 바랐지만, 끝내 그것들은 기대를 저버렸다. 하지만 비록 구름이 되지 못했어도 안개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해가 떠오르자 대청호를 지웠다 그렸다를 반복하면서 수면 곳곳에 금빛을 풀어놓는 것이다.
▲ 구룡산 7부 능선에 있는 현암사. 대청호 전망대로 손색이 없다. | ||
그 이름처럼 현암사는 구룡산 중턱 절벽에서 ‘좌선’하고 있다. 절은 무척 아담하다. 대웅전과 삼성각, 요사채 등이 있을 뿐이다. 절 왼쪽으로 돌아가면 부도 1기가 있고,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오층석탑 1기가 있다.
절은 다른 것 때문에 유명해진 것이 아니다. 대청호를 굽어보는 멋진 조망대가 아니었다면 이 절을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지도 모른다. 대웅전 앞에 서자 대청호반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나무나 수풀의 가림이 없다는 점에서 정상 그 이상이다. 멋진 풍경에 빠져 있노라면 스님의 독경소리 낭랑하게 퍼진다.
대청호반은 아침이면 바람서리꽃으로 환상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대청호의 수증기가 피어오르다가 차가운 기온 때문에 나뭇가지나 잎에 가서 얼어붙는 것이다. 마치 하얀 밀가루를 뒤집어쓴 것처럼 사방이 하얗다. 이 꽃은 그러나 생명력이 그리 길지 않다. 해가 하늘 위로 솟아오르면서 녹아 없어지기 때문이다. 응달의 것은 그래도 정오 무렵까지 버티지만, 양달의 것은 오전 10시면 거의 없어진다. 문의문화재마을 가는 길, 또는 오가리에서 대청호물문화관 가는 길 주변에서 바람서리꽃을 감상하기 좋다.
한편, 대청호 주변에는 문의문화재마을과 청남대 등 둘러볼 곳들이 더러 있다. 문의문화재마을은 대청호가 들어서면서 수몰된 마을을 재현한 곳으로 충청북도유형문화재 제49호인 문산관과 양반가옥 등 10동의 고건물이 있다. 청남대는 대통령들이 전용으로 사용했던 별장이다. 1999년 처음 공개되었고, 숲길이 아주 좋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