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경주 시작 전 말관리사가 팬들에게 경주마를 선보이는 모습
[부산=일요신문] 박영천 기자 = 요즘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정의할 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섰다는 표현을 자주한다.
‘4차 산업혁명’ 이라는 용어는 2016년 세계 경제 포럼에서 언급되었으며,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새로운 산업 시대를 대표하는 용어가 됐다. 컴퓨터,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제3차 산업혁명(정보 혁명)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혁명으로도 일컬어지며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시대다.
경마산업이라고 하면, 경주용 말이 대표적으로 떠올라 언뜻 1차 산업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경주마의 개량 및 육성, 승마, 말 관련 정보 창출 등의 영역까지 확장된 1~4차 융합산업이다. 특히 모바일에 기반한 마토의 발매, 종축개량기술을 활용한 경주마의 유전정보 해석 등의 요소들은 본격적으로 도래할 4차 산업시대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생활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4차 산업! 그 중에 경마산업이 있고 그 중심에는 말 관리사가 있다.
#말관리사 직업이란?
우리가 흔히 아는 외국의 유명한 경마대회라 하면, UAE의 ‘두바이월드컵’, 미국의 ‘켄터키더비’, 일본의 ‘재팬컵’, 호주의 ‘멜번컵’ 등을 꼽을 수 있다. 대회 총 상금만 해도 많게는 110억부터 적게는 20억 이상 걸려 있는 대회들이라서 세계적인 말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러한 대회에서 우승하게 되면, 당연히 스포트라이트는 말의 주인인 마주나 말관리를 총괄하는 조교사, 마지막으로 말을 타고 결승선을 통과한 기수에게 화려하게 쏟아진다.
하지만 말에 대한 마주의 높은 관심을 만족시키고, 조교사의 말 훈련 스케줄을 충실히 실행하고, 말 상태에 대한 기수와의 교감을 끊임없이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말관리사의 역할이 매우 필수적이다. 그렇기에 말관리사를 보고 대상경주 우승의 숨은 주역이라고 하는 것이다.
말관리사는 개인사업자인 조교사와 고용계약을 맺고 직접적으로 말을 돌보고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대중 스포츠인 프로야구에 비유한다면 감독의 역할이 조교사, 각 부문별 코치와 트레이너의 역할이 말관리사라고 이해하면 된다.
말관리사의 업무 영역은 상당히 넓어 말에게 사료를 먹이고 발굽을 소재하고 청결을 유지하는 기본적인 업무에서부터 스트레스 관리 및 건강상태 체크, 마사지, 직접 말에 올라타고 훈련시키는 것까지 매우 광범위하다.
큰 대회를 연거푸 석권하는 명마의 탄생 배경에는 화면에 비추어지는 기수의 화려한 기량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듯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는 말관리사의 헌신적인 노력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이런 역할을 인정받아 경마대회 시상식에서는 마주ㆍ조교사ㆍ기수에 이어 관리사에 대한 시상도 이뤄진다.
#말관리사는 얼마쯤 받을까?
경마산업에서는 ‘상금’ 제도에 따라 수익이 배분되는 구조를 갖는다. 경주마다 성적에 따른 상금이 차등 책정되고 그 상금을 획득한 말의 주인인 마주는 자신의 말에 대한 위탁관리의 대가로 조교사에게 비용을 지급하며, 조교사는 다시 고용한 관리사에게 임금을 지급한다.
따라서 말관리사가 받는 보수는 기본적으로 자기가 속한 조교사의 경주성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통상적으로 하나의 경주에 책정된 상금 중에 1위를 한 마주에게 지급되는 우승상금의 비율이 57%에 달하기 때문에 그만큼 경주 참여자들 사이에 우승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진다.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주머니 사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말관리사는 고용주인 조교사로부터 임금을 지급받는데 매달 고정적으로 지급받는 ‘급여’와 해당 조교사의 성적에 따라 지급받는 ‘상여금’으로 나누어진다. 여기서 ‘상여금’의 폭에 따라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고액 연봉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상여금 차등지급은 우수한 능력의 경주마를 선별하고 이를 다시 생산으로 환류시키는 등 구성주체 간 경쟁에 기반한 경마산업의 기본 구조상 필연적인 것이다.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는 구성원들에 대해 성취동기를 부여하는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경우, 2018년에 관리사 몫으로 책정된 연간 총 상금은 약 178억원이고, 이 금액을 관리사 정원 316명으로 나누게 되면 2018년에 받게 될 관리사 1인당 평균 연봉액은 약 5,641만원 정도가 된다. 관리사가 실제로 가져가는 금액은 조교사의 성적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편차는 있을 수 있지만, 이는 한국보다 경마 규모가 크고 경주 수준이 높다고 평가되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경마장 관리사 월평균 소득 250~350만원보다도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국내 말관리사 연봉은 아시아 경마국 중에서도 높은 수준에 있기 때문에 현재 20여명의 외국인 트랙라이더(훈련전담 말관리사)들이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활동 중에 있다.
말관리사가 직접 경주마에 올라 훈련 시키는 모습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있는 직업, ‘말관리사‘
요즘 웬만한 직업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스펙’이다. 학력은 어느 정도 되어야 하고 자격증은 무엇 무엇이 있어야 하며, 나이는 많지 않아야 하고, 영어점수는 어느 정도가 돼야 하고 등등이 그 내용이다. 누구나 괜찮은 연봉과 근무조건으로 꿈꿔봤음직한 직업은 스펙에 가로막혀 단순한 꿈으로 허무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연봉 1억을 꿈꿀 수 있는 말관리사에게 학력제한이나 나이제한, 자격증 구비 등 스펙 제한은 전혀 없다. 단지 건강한 신체와 열정만 있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말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입사 후 조교사와 선임 관리사를 통해서 습득하면 된다.
말관리사로 활동하다가 경력이 쌓여 경주마를 타고 훈련시킬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게 되면 조교승인으로 승진하게 되고, 더 경력이 쌓여 일정한 자격을 갖추게 되면 관리사의 최고봉인 조교보까지 승진할 수 있다.
2018년 5월 기준으로 렛츠런파크 서울에는 477명, 부경에는 295명, 제주에는 101명의 말관리사가 활동하고 있다.
#은퇴 후 다양한 분야로 진출
말관리사 직업의 가장 좋은 점 중에 하나가 바로 그들이 속해 있는 말산업이라는 활동무대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 비해 다소 늦게 출발한 국내 말산업 규모는 현재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말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작성한 말산업 종합 육성계획에 따르면, 2012년 2조8,000억 원이던 시장규모가 올해는 4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국내 말산업 관련 기업은 2278개로 총 1만개에 달하는 일자리도 늘어났다고 한다.
특히 전국의 승마장은 2014년 395개소에서 2016년 479개소로 21% 이상 대폭 증가해 승마인구가 5만 명을 돌파하는 등 말산업의 성장세는 피부로 느낄 정도이다.
말관리사의 가장 대표적인 진로는 경마장의 조교사가 되는 것이다. 조교사는 개인사업자로서 능력에 따라 수많은 마주와 위탁계약을 체결하여 연간 수억 원의 고소득도 가능한 직업이어서 조교사를 꿈꾸며 입사하는 신입 관리사들이 많다. 현재 부경의 한국인 조교사 29명 중 45%를 차지하는 13명이 말관리사 출신임을 감안하면 본인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달성이 가능하다.
비단 조교사가 아니더라도 전국에 산재한 민간 목장과 승마장의 관리인이나 조련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고 말아티스트, 말미용사, 말 웰빙관리사 등과 같이 늘어나는 승마수요를 겨냥한 틈새 직업으로도 창업이 가능하다.
미래 일자리 지형을 크게 바꾸어놓을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의 발달로 향후 10년 내에 기존 일자리는 60% 이상이 없어진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프로정신과 전문성을 겸비한 말관리사는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직업으로 그 전망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말관리사 직업에 관심있는 분들은 서울, 부산, 제주에 있는 각 지역별 렛츠런파크 소속 조교사협회에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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