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헌혈왕’ 주현(49) 대구서부경찰서 청문감사실 경위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군대에서 헌혈을 했어요. 당시 1992년 이등병 시절인데 그때는 늘 배고프잖아요. 헌혈하면 초코파이를 준다고 하니까 가서 했는데 나중에는 내 재산이 몸 밖에 없으니까 이렇게라도 기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후 주 경위는 거의 2개월마다 빠짐없이 헌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혈방식은 2달에 한번마다 가능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주 경위는 현재까지 총 93회의 피를 나눴으며 앞으로 2년 후 헌혈 100회를 달성하게 된다.
“베푸는 만큼 받는다는 말이 맞는 거 같아요. 헌혈을 하려니깐 여러가지 제약이나 조건이 있으니 술과 담배는 안하게 되더라고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자주 걷고 운동도 하고요. 덕분에 몸도 너무 건강합니다.”
헌혈에는 나이에 따른 체중, 건강진단, 2개월 간격의 헌혈횟수, 외국여행 1년 이상, 질병, 약물복용 여부 등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다. 주 경위는 헌혈을 하려고 조건을 맞추다보니 건강은 덤으로 따라왔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경찰 동료들은 주 경위의 헌혈에 대한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주 경위가 4년 전 수성경찰서에 근무할 때였어요. 당시 경찰 직원의 아들이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데 혈액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주 경위는 주저없이 헌혈 증서 30여장을 기증했죠. 아는 사이도 아니고 특별한 친분 관계도 아니었지만 주 경위의 기증 덕분에 그 후 그 아들이 치료를 잘 받아서 건강해졌어요.”
“아버지처럼 훌륭한 경찰관 될 거예요” 주현 경위와 가족들.
가족들도 주 경위와 함께 헌혈을 한다고 한다. 아들 재욱군은 “아버지가 경찰이다보니 늘 고되고 바쁘고 힘든 업무를 하다가 집에 들어오실때가 많아요. 그러한 가운데도 늘 꾸준히 헌혈을 해나가며 스스로 몸관리도 하세요. 이렇게 타인을 배려하고 돕는 아버지가 자랑스럽다”면서 아버지처럼 훌륭한 대한민국 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털어놨다.
대구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앞으로 주 경위가 명예장을 받을 수 있는 헌혈 100회가 임박하였는데 그때까지 열심히 응원하겠다. 세계 헌혈의 날을 맞아 지역 경찰이 먼저 솔선수범으로 앞장서서 생명의 봉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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