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군수 취임식 행사 총 비용 1765만원 지출
- “태풍 오고 있는데 혈세로 ‘풍물패, 오페라, 성악’ 왠말이냐”
- 울진군, 지역 태풍 영향 없어 취임식 진행… 이미 초대장 배송돼 행사 불가피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이 영남권 해안으로 북상하던 지난 2일 전찬걸 울진군수 취임식에서 풍물패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울진=일요신문] 안대식 박상욱 기자 = 사망 3명, 부상 3명, 실종 1명 등 7명의 인명피해와 63명의 이재민, 농경지 8000여 ㏊를 침수시킨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이 영남권 해안으로 북상하던 지난 2일 경북 울진군에서는 전찬걸 울진군수의 취임식이 성대하게 거행되고 있었다.
이날 다른 지자체 단체장들은 제주·영남해안을 강타할 태풍 ‘쁘라삐룬’으로부터 주민들의 안전과 지역 내 피해를 우려, 취임식을 전면 취소하는 등 재난대비 현장점검에 나서고 있었던 것.
하지만 ‘군민과 함께하겠다’는 제47대 전찬걸 울진군수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울진문화센터에서 각급 기관단체장, 내·외귀빈, 일반주민 등 총 1000여명과 함께 풍물패와 성악, 오페라 공연 등으로 취임식을 열고 있었다.
이런 사실에 울진군민들은 전 군수가 태풍이 불어 닥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군민의 안전은 뒷전’이라며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본지(‘일요신문’ 7월3일자 “전찬걸 울진군수, 태풍 앞두고 성대한 ‘취임식’…군민들 원성 높아” 제하 기사 참조)에 보도된 이후 울진군민들로부터 더 큰 원성을 사고 있다.
경북 울진군청에 전찬걸 군수 취임식 행사 비용을 정보공개청구한 자료.
이와 관련 ‘일요신문’은 경북 울진군에 전 군수의 취임식 행사 비용을 정보공개청구했는데, 군은 최근 답변서를 제출, 답변서에는 전 군수의 취임식 행사 총 비용이 1765만원이 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세부지출 내역을 살펴보면, 이벤트 비용에 1190만원, 광고물(현수막, 백그라운드) 비용 127만원, 홍보물 비용에 448만원이 지출된 것으로 명시됐다.
울진군청이 제출한 정보공개청구 답변서에는 이벤트(풍물패, 성악, 색소폰 포함)비용으로 1190만원이 지급됐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전 군수의 취임식 식전 행사였던 풍물패에 지출된 비용은 88만원이 지급됐으며, 성악가 테너 1명, 소프라노 1명에 지출된 비용은 220만원이 지급됐다. 또 색소폰연주자 1명에 지출된 비용은 88만원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울진군민들은 태풍을 앞두고 군민의 혈세로 성대한 취임식을 거행한 전 군수에 대해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주민 A(42·여, 울진읍)씨는 “해안가 주민들은 태풍이 온다고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우리가 선출한 군수는 울진군민의 혈세로 풍물패와 성악, 오페라 공연을 보며 축하연을 즐기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 B(64세, 후포면)씨도 “태풍이 오고 있는데 혈세로 풍물패, 오페라, 성악이 왠말이냐. 울진군민의 안전은 뒷전인 군수는 자질이 없으니 물러나야 한다”고 성토했다.
주민 C(39세, 매화면)씨는 “선거때 울진군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해서 뽑아줬는데 정작 태풍이 와도 본인의 취임식만 성대히 치르는 걸 보니 찍어준 내 손가락이 부끄럽다”며 울분을 토했다.
울진군청
지난 6일 취재진은 전 군수에게 직접 해명을 듣기 위해 울진군청을 찾아갔으나 외부행사 일정으로 어떠한 입장을 들을 수가 없었다.
해당 부서 한 관계자는 “풍물패, 성악, 오페라 공연은 자원봉사 차원은 아니다. 이들은 지역출신으로 실비를 지급했다. 군수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총무과에서 주도를 했다”라며, “울진군에는 태풍의 영향이 없어서 취임식을 진행했다. 취임식때 태풍의 진로가 울진방향이 아니였고, 초대장이 이미 배송돼 진행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태풍이 북상 중이라 군수 취임식 중에도 건설안전재난과에서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군수한테 수시로 보고를 했다. 경북도와 영상회의를 가져 태풍 대비태세를 철저히 하고 취임식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울진군민들은 울진군의 이러한 해명에도 전찬걸 군수의 자질을 운운하며 강한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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