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닉스 컨트리 클럽은 일본서도 손꼽히는 유명한 코스로 세계 최정상 프로골퍼들이 실력을 겨루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그림 같은 코스에서 호쾌한 드라이버샷을 구사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환상이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최경주 선수도 그 유명함이 일본 열도를 달굴 정도라니 이토록 자랑스러운 일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피닉스 컨트리 클럽의 코스 관리자의 한 사람인 한국인 매니저의 한마디가 이런 나의 자랑스러움과 황홀감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이해가 안되는 게 있어요. 이런 말씀드리기 죄송하지만 한국사람들의 갤러리 매너, 정말 고쳐야 할 점이 많더군요.” 자신도 한국인이라 더욱 바로잡았으면 한다며 그가 밝힌 미숙한 관전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던롭 오픈에 김종덕 선수가 출전했을 때였다. 타국에서 꿋꿋이 최선을 다하는 김종덕 선수의 모습은 감격 그 자체였지만 경기 내내 그의 주위에서 한국인이나 동포들의 응원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관람 온 수많은 한국인들은 여기저기 자신들이 좋아하던 외국 선수들을 쫓아다니기에 바빴고 묵묵히 애쓰는 김종덕 선수를 그는 미안한 마음과 함께 따라다녔다는 설명이다.
“‘의지의 한국인, 우리는 하나’를 부르짖으면서도 정작 우리나라 선수를 응원하는 데는 관심도 없었어요. 그리고 시합 중에 큰소리로 이야기를 하거나 휴대폰을 울리게 하는 것도 한국인들이었으니까요.”
그런 모습은 비단 외국 시합 때에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 끝난 LGX캔버스 여자 오픈대회에서 TV중계화면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골프 여왕 박세리 선수를 따르는 갤러리는 한 홀을 가득 채우고 남을 정도로 많았고 홀에서 선수들이 퍼팅을 하기 직전까지 시끌시끌한 현장분위기는 선수들이 골프에 집중할 수 없게끔 만들었다.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등 LPGA에서 활약하는 여자 선수들과 최경주 선수. 이들은 세계 최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위 선양을 하고 있지만 우리의 관전 문화는 아직 이에 비해서는 부끄러울 정도로 미숙하다.
유명 선수에게만 편중되는 관전 모습이나 소란스러운 태도, 아무 곳에서나 셔터를 누르는 행위나 아이들의 칭얼거림도 경기장에서는 절대로 애교스러운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만 한다.
미스코리아 출신 골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