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앞서가고 있는 다른 주니어 골프선수들을 따라잡으려면 학교 수업을 정상적으로 소화한다는 건 도저히 불가능했다. 학교측의 배려로 오전 수업만 마치고 연습을 하러 가야 했으므로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큰 의미를 갖지 못했다. 당시 친구들이 내게 자주 했던 농담이 “넌 무늬만 학생이잖아”였다.
학생이 학교에 매달리면 골프선수가 될 수 없는 이 아이러니한 현실이 지금 우리나라 골프 교육의 현주소다. 차차 안 사실이지만 일찍 골프를 시작한 주니어 선수들 대부분이 중·고등학교 때부터 거의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훈련에 치중하고 있었다.
그렇게 학창 시절을 보내고 대학에 입학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다. 어릴 때부터 몸에 밴 개인주의적인 성향과 단체생활에 대한 부족한 이해는 캠퍼스의 낭만과 발전적인 대학 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들곤 한다.
촬영차 머물렀던 일본 미야자키에서 골프를 전공한다는 고2 여학생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당연히 우리나라처럼 수업보다 훈련이 우선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건 나만의 착각. 늘 학교 수업에 참여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며 일주일에 하루만 운동 시간으로 할애한다고 설명했다.
사고력을 키워주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는 학교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공부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 단체생활과 타인과 함께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것에 대한 예의를 배우며 인성을 완성할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의 현실은 너무 눈앞에 보이는 결과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반성하고 수정해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미스코리아 출신 골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