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을 어겼으니 당장 떼라는 보건당국의 요청에 해당병원은 수도권 대형병원들이 이미 사용하는 명칭을 왜 굳이 지방에서만 단속하느냐며 형평성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부산의 온종합병원(이사장 정근)은 2020년 상급종합병원 승격을 목표로 올해 들어 건물 증축공사를 통해 병상규모를 420병상에서 750병상 규모로 대폭 늘렸다.
병상 확충뿐만 아니라 의료 질 향상을 위해 암센터를 설립했다. 지방 종합병원으로서는 드물게 100억여 원을 투입해 ‘꿈의 암치료기’라 불리는 방사선 선형가속기 ‘라이낙(LINAC)’을 설치, 본격 치료에 나서고 있다.
부산지역 대학병원들의 암센터와 경쟁하기 위해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종양학과 주임과장과, 부산대병원·해운대백병원 혈액종양내과 등에서 꾸준히 암 환자들을 치료해온 유명대학 교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온종합병원은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만큼 조기 경영정상화를 위해 병원 홍보를 강화하기로 하고, 암센터 명칭을 서울 메이저병원들과 마찬가지로 ‘암병원’으로 정하고 건물 외벽에 ‘온종합병원 암병원’ 간판<사진>을 달고 각종 홍보용 플래카드들을 대대적으로 부착했다.
이 같은 온종합병원의 ‘암병원’ 홍보에 관할 부산진구 보건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병원 건물 외벽에 설치된 ‘온종합병원 암병원’이라는 간판이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며 시정해달라고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의료법 42조(의료기관의 명칭)와 의료법 시행규칙 40조(의료기관의 명칭 표시)에 따르면 종합병원의 경우에는 ‘종합병원’ 또는 ‘병원’ 앞에 고유명칭을 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온종합병원의 경우처럼 ‘온종합병원 암병원’이라는 간판은 의료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온종합병원 암병원’이라는 간판을 제때 떼지 않으면 행정처분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관할 보건소의 지적에 온종합병원은 형평성을 들어 반박하고 있다. 서울대 암병원(종로구), 연세세브란스암병원(강남구),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송파구), 삼성서울병원 암병원(강남구) 등 서울지역 대형병원들은 이미 수 년 전부터 고유 의료기관 명칭 뒤에 ‘암병원’이라는 명칭을 넣어 간판을 부착하거나, 인터넷홈페이지 등에 사용해오고 있는데도 부산진구보건소처럼 각 관할 보건소로부터 어떠한 제재조치를 받은 적이 없었다고 반발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 서울 대형병원은 아무 제재 없이 ‘재활병원’이나 ‘어린이병원’ 등의 간판도 부착하고, 인터넷홈페이지 등을 통해 병원 홍보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온종합병원 측은 “우리나라 의료법상 신체부위나 특정 질병명을 병원 이름에 넣을 수 없도록 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척주’(척추), ‘유바’(유방), ‘학문’(항문)처럼 신체부위의 명칭을 누구나 알아챌 수 있도록 재미있게 바꾸어 의료기관 명칭으로 사용하는 병원들이 허다하지만 거의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 굳이 특정 질병명을 붙인 ‘온종합병원 암병원’ 간판만을 문제 삼는 것은 행정당국의 지나친 처사라고 항변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온종합병원과 관할 부산진구보건소는 일단 이 같은 내용을 보건복지부에 질의한 다음, 답변에 따라 향후 ‘암병원’ 간판 사용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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