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부산시가 센터 인수를 진행함에 있어 기초가 되는 근거자료인 합의서가 법적으로 무효라는 주장이 나와 향후 거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서구 생곡광역쓰레기매립장 앞에 자리한 생곡자원재활용센터는 지역주민들의 피해보상용으로 22년 전에 설치된 시설이다.
부산시는 광역매립장 건설 당시인 1996년 쓰레기 반입의 조건으로 자원재활용센터 운영권을 생곡주민들에게 주기로 합의한 뒤 센터를 개설했다.
센터는 초기 생곡광역쓰레기매립장대책위원회 위원장이던 김선진 씨가 대표를 맡아 줄곧 운영해왔다.
바로 이 센터의 운영권을 두고 지난 4월 16일 이근희 부산시 기후환경국장과 김선진(78) 생곡자원재활용센터 대표, 배병문(51) 생곡대책위 위원장 등은 ‘부산광역시 자원재활용센터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협의서’를 작성했다.
해당 합의서는 센터 운영권을 9월 초순에 부산시로 넘긴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합의서가 기본 구성요건부터 작성 과정까지 위법적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부산시의 생곡자원재활용센터 운영권 인수시도에 다른 배경이 있지 않나 의심을 사고 있다.
생곡자원재활용센터 전경.
#센터 대표 자격 상실로 합의서 자체가 위법
가장 큰 문제는 이 합의서에 서명한 재활용센터 김선진 대표가 오래 전에 센터의 대표 자격을 상실한 상태이기 때문에 합의서 자체가 위법하다는 점이다.
현재 나이가 만 78세인 김 대표는 이미 대표 자격을 8년 전에 상실한 상태다.
재활용센터 정관 제13조(임원 결격자) 4항에는 ‘만 70세 이상의 노약자’가 센터의 대표를 맡을 수 없다고 적시돼 있다. 만 70세에 도달한 날로부터 대표 자격을 잃게 되는 것이다.
또 제15조(임·직원의 임기) 1항에는 ‘대표 및 전문경영인의 임기는 3년으로 하고,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김 대표는 현재 4연임으로 11년째 재직 중이다.
#주민총회도 없이 일방적으로 운영권 넘겨
센터 대표가 주민총회도 없이 일방적으로 운영권을 넘긴 부분도 위법사항으로 지목된다.
재활용센터 정관 제22조에는 ‘임직원은 생곡마을 주민총회 없이 부산재활용센터의 사업권, 자산 등 일체의 권리를 타인에게 대여하거나 양도·양수 기타 이와 유사한 법률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 정관은 생곡대책위가 본격적인 재활용센터 직영을 시작한 2008년 8월 30일 대책위원 21명 중 20명이 참석해 문구를 확정한 뒤 전원이 서명했다.
당시 생곡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던 김선진 재활용센터 대표도 첫 번째로 서명했다. 주민사업권에 대한 권리행사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해당 정관은 북부산세무서에 사업자등록증을 내는 과정에서 제출해야하는 필수 구비서류라는 말을 듣고 제정한 것이며, 지금도 원본은 세무서에 보관돼 있다.
이처럼 법인 정관에 ‘임직원은 주민총회 없이 사업권, 자산 등의 권리를 양도·양수하는 법률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는데도 불구, 부산시는 당시 서병수 시장 대리인으로 이근희 국장이 합의서를 일방적으로 작성해 3자 서명을 받은 뒤 완벽하게 뒷마무리를 한다는 명분으로 공정 절차까지 완료했다.
이근희 기수환경국장과 김선진 센터 대표에 대한 부산시 또는 감사원 차원의 정밀감사가 불가피한 대목이다.
생곡광역쓰레기매립장 일대 모습.
#부산시 일방적 작성, 주민재산권 처분에 관한 기본 규정 위반
합의서는 또한 이근희 기후환경국장이 일방적으로 작성해 사전조율 없이 회의 도중 불쑥 제시함에 따라, 주민재산권 처분에 관한 기본적인 규정이나 관계 법률을 모두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부산시는 합의서 서문에 ‘3자는 생곡매립장 조성에 따른 생곡주민과의 합의서(기존 및 신규), 생곡대책위 정관 및 재활용센터 운영 정관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재활용센터 재활용품 선별장 운영과 관련해 재활용센터 인수전까지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고 문구를 적시했다.
특히 합의서에 담긴 초헌법적 발상인 ‘이 합의서는 기존의 모든 정관 규정을 초월한다’는 이 내용 자체가 명백한 위법 문구로 어떠한 법적 효력도 발휘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생곡대책위 “합의서 무효, 조합원 총회 거쳐 승인 받아야 효력 발생”
생곡대책위는 지난 8월 28일 이 같은 위법행위에 대해 감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부산시에 제출했다.
대책위 측은 “재활용센터 운영 정관에는 주민재산권과 관련된 문제는 관련법령과 규정상 어떤 경우에도 대책위원장 혼자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주민이나 조합원 총회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효력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활용센터가 위치한 생곡마을은 쓰레기 매립장과 음식물 쓰레기 소각장 등이 자리 잡은 탓에 폐기물로 인한 침출수와 쇳가루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렵다. 주민들은 이런 상황을 참아가면서 생활하고 있다”면서 “이건희 국장과 자격 없는 김선진 대표의 유착의혹이 제기된 만큼, 엄정한 감사를 통해 사실을 규명한 뒤 빠른 시간 안에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시 기후환경국 관계자는 이와 관련 “4.16 합의서는 회의에서 제시된 것이 맞다. 하지만 그 이전에 관련 내용들에 대해 구두로 협의를 진행한 부분이 있었다”며 “공증까지 했기 때문에 유효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산시 내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이재형 감사관(직무대행)은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조사해 위법사항이 있으면 조치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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