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자료와 함께 배포한 직원조례 장면.
부산시는 오거돈 시장이 지난 7월초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구태의연한 회의 진행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14년간 변한 게 하나 없다. 이렇게 재미없는 회의는 처음 봤다”며 호통을 친 지 두 달 만에 조례 방식을 변경했다는 배경설명도 곁들었다.
‘탈권위의 현장 중심 시정을 펼치겠다’는 오 시장의 공약을 부산시 조직 내부에서부터 실천하자는 움직임이 시 조직 내에 확산되면서 직원 조례 방식도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란 부연설명도 첨부했다.
부산시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진일보한 조치라는 얘기와 함께, 전시행정에 목을 매는 것은 여전하다는 말도 나온다.
후자는 부산시가 시청 내부에 가장 해묵은 적폐의 그림자를 숨겨두고 있기 때문에 나온 지적이다. 부산시는 관치 언론 시대의 대명사인 ‘기자실’에는 제대로 손을 못 대고 있다.
부산시가 9월 1일부터 그동안 관행적으로 진행하던 기자실 점심식사 제공을 중단키로 한 것은 ‘바뀐 시대’를 반영한 작은 발걸음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마저 교묘한 편법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공짜 점심 폐지 얘기가 나오자, 기자실 회원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잠금장치까지 설치된 상태로 굳게 닫힌 기자실(왼쪽). 상시 개방된 브리핑실(오른쪽)의 모습과 대비된다.
부산시 중앙지기자실 회원인 모 일간지 A기자가 공익제보임을 전제로 밝힌 단톡방 내용에 따르면, 기자실 회원 일부는 점심 폐지가 공론화되자 공짜점심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해가며 서로 논의를 이어갔다.
‘국과 실, 계에서 돌아가면서 밥을 사면 1년에 2번이면 될 것 아니냐’는 얘기와 함께 ‘(그렇게 하면)열심히 일하는 기자가 된다’는 말도 나왔다.
‘두 개 조로 나눠 모든 일정을 조장이 짜자’는 구체적인 실행방법까지 거론됐다.
점심 폐지 문제로 촉발된 논쟁과 그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 등으로 인해 부산시청 기자실은 현재 커다란 논란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국내를 대표하는 중앙일간지 소속 일부 기자들이 공짜점심을 이어가기 위해 논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내용을 보도 과정에서 해당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린 ‘미디어오늘’ 등의 기사에는 원색적인 비난들이 댓글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민선 7기 오거돈 시장 체제의 부산시가 언제까지 전체 언론의 일부에 불과한 기자실 회원들의 눈치를 보면서 기자실 개방 문제를 외면할지, 향후 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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