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좌), 이철우 경북도지사
[대구·경북=일요신문] 최창현 김성영 기자= “TK(대구경북)인사·예산 홀대가 도를 넘었다. TK죽이기 아니야.”
최근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두고 자유한국당 소속 TK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지역언론까지 합세하면서 TK패싱 논란이 정치 쟁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 유일의 한국당 광역단체장인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의 대조적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지사가 실리(實利)를 챙겼다면, 권 시장은 식구(食口)를 챙겼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동진전략 카드로 ‘협치’를 강조하며 취임 후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에서 가졌다. 이 자리에 예고없이 한국당 소속 이철우 경북지사가 찾은 것. 정부 예산안이 TK에서만 큰 폭 삭감됐다는 불만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이다.
이 지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지역 예산과 현안에 대한 협조 요청을 위해 인사차 찾은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도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3조1635억으로 올해대비 839억원(-2.6%)이 감소한 상태다. 실제 이 지사는 구미시청을 찾은 이 대표와 정부예산안과 관련, 대구경북 상황을 보도한 지역 일간지를 보여주며 삭감된 내년도 국비 예산 반영을 건의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지사의 이같은 깜짝 방문을 두고 정치권 관계자는 “협치카드를 내건 이 대표의 첫 최고위원회의에 절묘한 타이밍으로 삭감된 정부예산안을 들고 나타났다”면서 “눈총이 다소 따가울 수도 있었겠지만, 이 지사가 택한 실리가 그간 한국당이 보여준 행보와는 사뭇 다른 것 같아 신선하게 비춰졌다. 이것이 정치 아닌가”라고 했다.
같은 기간 권영진 대구시장의 행보는 대조적이다. TK패싱 논란이 한국당 TK의원들과 지역언론에서 들끓고 있는 가운데 권 시장이 지난 대구시장 선거 캠프 참모진 인사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제식구 챙기기란 지적이 일고 있다.
권 시장은 지난 7월25일을 전후해 장영철·이만섭 정책보좌관을 대구시에 합류시켰고, 김대현 캠프 조직지원본부장을 대구시교통연수원장에 임명했다. 지난달 20일에는 캠프 내 조직 업무를 담당했던 이상락 전 한국당 대구시당 부위원장을 정책보좌관으로 임명하고, 같은달 31일 정해용 전 정무특보도 업무에 복귀시켰다. 신설된 소통특보에 선거캠프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장원용 전 MBC보도국장과 함께 도건우 전 대구경북자유경제청장, 김충환 전 패션산업연구원장까지 거론되면서 측근 인사는 7~8명 쯤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가운데 대구시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2조8900억원으로 올해대비 1143억원(-3.8%)이 감소했다. 839억원(-2.6%)이 감소한 경북도 보다 삭감폭이 커 갈길이 더 먼 상황이다.
대구시는 올해 국비확보 액은 3조43억원이다. 지난 2010년 김범일 전 시장이 국비 3조원 시대를 연 이후 8년째 3조원 시대를 가까스로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8년째 제자리는 후퇴란 지적도 일었다. 실제 김범일 전 시장이 첫 국비 3조원 시대를 연 해 3조566억원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대구지역 발전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지난해 7월 5일 대구시청을 방문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권영진 시장(좌)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장 실장은 이 날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추경안에 대해 협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측근 인사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캠프 내 활동했던 인물들이 임용되는 것에 공무원들의 반발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보기에 따라서는 너무 많은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정치권 한 관계자는 “권 시장이 경제부시장과 행정부시장 등 전문 인사 영입으로 중앙 정부와 잘 협의해 일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차기 시장직에 도전할 의사가 없음을 밝힌 만큼, 공평 인사를 행할 것”이라며 “외부인사 영입으로 조직을 재구성하는 것도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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