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경북 사립학교 54곳서 이사장 친인척 58명 근무 드러나
청와대 국민소통광장 국민청원 및 제안에 올라온 게시글.
[대구=일요신문] 남경원 기자 = 대구지역 한 사립 특성화고등학교에 대한 각종 의혹이 쏟아지면서 시민단체와 학부모를 중심으로 사학재단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구사립 특성화고 A고 문제점’이란 게시글은 물론 SNS에도 해당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재단 이사장의 갑질과 비리부터 인권 침해 문제까지 ‘교육기관’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온갖 부조리와 비리가 터져 나오지만 정작 대구교육청 등 정부와 교육당국이 사학비리에 대해 소극적인 대처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학교 뜻에 반대할 경우 사표를 쓰겠다’ ‘학기 중 출산을 하지 않겠다’ 교사들이 재단 이사장에게 썼다는 각서의 내용들이다. 문제의 재단이 학교의 전반 학사 운영에 개입했다는 정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재단은 여교사의 육아 휴직 제재, 교사 채용 출제 문제·답안 지시, 10여명에 달하는 교직 세습 등의 의혹부터 이사장이 학교 강당을 개인 헬스장으로 이용한다는 소문마저 돌고있다.
특히 재단 이사장에게 충성하지 않는 교사를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다른 교사와 어울리지 못하게 지시하고 교직원에게 수시로 고성과 욕설을 하는 이른바 ‘갑질’ 제보도 잇따른다. 이밖에 대학 후배들의 집단 기간제 교사채용과 취업률·근무평가자료·체육특기생 성적조작, 이사장 아들의 특혜 등도 제기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과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최근 성명을 통해 해당 재단에 대한 정부와 교육청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사실상 사립재단의 인사·학사·회계비리는 오랫동안 잠재돼 왔다. 문제는 사립학교 역시 국가 교육체제의 일부이나 정부와 교육당국이 사학비리 근절에 매우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덕분에 사립재단 이사장과 친인척들은 학교 운영의 결정권을 쥐게 됐으며 거기에 퇴임한 교장은 명예의 대가로 이사회 1순위로 들어가고 법인에 협력적인 교사들로 채워져 왔다는 것이 전교조의 주장이다.
비리를 저질러 쫓겨난다 해도 최대 5년까지만 복귀를 제한하는 사립학교법에 근거해 시간만 지나면 다시 재단으로 복귀할 수 있으니 이들이 전횡과 비리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리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구교육청은 해당 학교에 대한 국민신문고와 민원 등 수차례 제보에도 지난 6~7월 특별감사를 통해 ‘사실 확인이 어려우며 증빙자료가 없다’는 입장에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확인된 사실에 대해서도 이사장에게 ‘경고’를 주는 수준이다. 특히 이번 모 사립특성화고의 비리 감사 결과에서도 대구교육청은 재단이사장에게 경고, 교장에게 정직, 교감에게는 감봉 정도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 관계자는 “재단 이사회가 학교를 여전히 장악한 상태에서 학교 구성원들은 교육청보다 재단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면서 “정부와 교육당국이 사학비리 근절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거나 외면하는 동안 결국 국가 재정은 낭비되며 교육계의 갈등이 조장되고 교육의 공공성은 훼손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단 이사장이나 관계자들이 학교를 사유재산으로 여기거나 사학 운영을 사적 처분권으로 간주해 전횡을 저지르고 온갖 불법과 편법과 비리를 저지른다는 것은 학생들에 대한 범죄”라면서 “대구교육청이 지금처럼 문제가 불거진 후 개입하거나 솜방망이 감사로만 그치고 만다면 앞으로 사학 비리는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며 문제는 더욱 심화된 크나큰 사회적 손실로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 등은 사립학교법 개정, 대구교육청 산하 사립학교 시민 감시단 구성 및 운영, 사립학교의 투명성과 민주적 운영을 위한 각종 조치의 현실화, 학교 법인의 학사업무 개입 금지 강화 조치 등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을 촉구했다.
한편 대구와 경북지역의 54개 사립학교에서 근무하는 이들 가운데 이사장의 친인척 직원이 5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부산 연제) 국회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2018년 사립학교 친인척 직원 채용 현황’에 따르면 학교법인 이사장과 6촌 이내인 직원(교육 제외)은 전국적으로 262개교에서 30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구 20개교에서 20명, 경북은 34개교에서 38명이 근무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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