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역의원 2명… 모두 약점 보유
- 달라진 여당분위기, 약화된 보수정서
- 총선구도 요동칠 개연성 높아
- 이강덕 포항시장 전격 남구 출마 가능성
[포항=일요신문] 최창현 임병섭 기자 = TK출신 2명의 대통령이 구속되고,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공인기에 힘입어 올해 6월 실시된 지방선거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 압승으로 마무리 되면서 2년도 채 남지 않은 2020년 총선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일요신문’은 여당의 일방적 독주 속에서도 보수의 마지막 자존심 역할을 하며 자유한국당의 승리 지역으로 자리매김한 TK지역, 그중에서도 경북 포항지역 정치분위기를 통해 향후 총선구도가 어떻게 펼쳐질지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포항시 전경
# TK지역 심장부 ‘포항’… 일방적 보수 정당지지 분위기 사라지고 있어
인구 51만여명의 중소도시인 경북 포항은 TK지역의 심장부라 할 만큼 전통적으로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의 강세지역이었다. 1995년 지방선거당시 민주당 출신이었던 박기환 전시장이 당선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선이후 단체장은 물론 2명의 국회의원 자리를 모두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이 차지해 왔다.
이 같은 정서는 TK 대부분 지역의 분위기였다. 그런데 2018년 현재 지역정서가 급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고공의 지지세와 반보수정서에 힘입은 민주당의 약진, 유권자층의 세대교체 등으로 예전과 같은 일방적 보수 정당지지 분위기는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현실이 됐다. 23년만에 민주당 도의원이 경북도의회에 진출, 비례대표를 포함 무려 9명의 도의원이 배출됐다. 이 가운데 포항지역에서 2명의 지역구 도의원이 당선된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재선에 성공한 현역시장 역시 겨우 오차범위를 넘는 수준에서 가까스로 승리하는 등 예전의 압도적 보수일색의 분위기가 싹 사라졌다.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강덕 포항시장의 경우 더불어 민주당 소속 허대만 후보를 상대로 겨우 8% 차이로 간신히 승리를 거둬 이 같은 지역민심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포항과 같은 보수텃밭이었던 구미지역에서 이례적으로 더불어 민주당 소속 장세용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된 사례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포항 지역민들은 “포항이 구미에 비해 고령인구가 많아 자유한국당 소속 이강덕 시장이 당선됐지, 만약 인구수가 현재보다 적었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 보수일색 분위기 어려울 것… 지역정가 한 목소리
도의회와 시의회 등 TK지역 지방의회는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들의 대거진출로 집행부 견제는 물론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과의 힘겨루기로 곳곳에서 파열음이 일고 있다. 이로 인해 다가오는 총선에서도 보수일색의 분위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지역정가의 한 목소리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TK지역의 급변하는 정치환경과 달라진 지역정서가 다가오는 총선에는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 재선인 박명재 의원 3선 기대… 김정재 의원도 재선 노려
포항의 경우 현재 남구에는 재선인 박명재 의원이 3선을 기대하고 있다. 북구의 경우 여성의원인 김정재 의원이 재선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현역의원 2명 모두 나름의 아킬레스건이 있어 2020년 총선에서도 당선을 자신할 수 없을 만큼 살얼음을 걷는 형국이 될 것이라는 것이 지역정가의 예측이다.
우선 박명재 의원을 보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령인 점이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행자부 장관을 지낼 만큼 탄탄한 행정경험과 경륜을 보유하고 있지만 나이가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진다. 70대의 고령이 공천의 걸림돌이 되지 않겠느냐는 여론이 많다. 특히 총선에 대비해 대대적인 보수개혁에 겨를이 없는 자유한국당이 젊고 역량있는 신진후보들을 놔두고 고령의 박 의원에게 공천장을 줄 것인지에 대해 상당수 지역민들은 고개를 내젓고 있눈 모양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측 관계자들은 ‘공천을 자신한다’는 입장이지만 ‘만약 공천이 안 될 경우 무소속도 불사한다’는 말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 그만큼 박 의원측 관계자들도 나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북구의 김정재 의원 역시 쉽사리 재선을 장담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 여성이라는 시대적 장점은 있지만 남성 중심문화가 팽배한 보수지역의 정서에는 부정적 이미지가 있다. 게다가 초선 출마당시부터 김 의원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친박(?)의 어두운 그림자가 그녀를 옭죄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총선당시 포항남구에서 출마준비 중이던 김 의원이 느닷없이 지역구를 북구로 옮긴 기저에는 당시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친박근혜계 인사들의 지원사격이 주효했다는 소문이 아직까지 그녀를 따라다니고 있다.
여기에 과거 박 전 대통령이 괴한에게 피습당해 입원치료를 받을 때도 김의원이 간호를 했다는 소문이 확산돼 이 같은 친박근혜계의 어두운 그림자를 물리치고 새로운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되고 있다.
# 포항 남·북구 주자로 떠오르는 유력후보들
현역의원들의 이 같은 약점을 비집고 새로운 포항 남·북구의 주자로 떠오르는 유력후보들이 있다. 달라진 지역정서와 여당의 힘을 등에 업고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는 오중기 전 청와대 행정관과 허대만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이 그들이다.
이들은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사상유례없는 TK지역민들의 지지세와 자당출신 시도의원들의 대거입성으로 역대 어떤 총선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관측아래 벌써부터 지역구활동에 돌입했다. 사실상 총선행보에 들어간 것이다.
여당인 민주당에서 일찌감치 남구는 허대만, 북구는 오중기로 압축되고 있는 형국이라면 제1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는 현역의원들에 맞서 북구는 박승호 전 포항시장와 허명환씨, 남구는 김순견씨가 유력후보로 강력하게 부상, 이들이 현역의원들과 당내경선으로 맞배를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도의원출신으로 짧은 경북도경제부지사를 지낸 김순견 전의원의 경우 남구 뿐만 아니라 북구 출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밖에 포항출신의 전현직 고위공직자 및 언론계출신들도 총선출마를 전제로 지인들과 연계망을 구축하며 지역정서를 탐색하는 등 추석을 앞두고 때 이른 총선이야기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 자유한국당, 민주당 후보와 맞설 수 있는 후보 선정
자유한국당에서는 TK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포항에서의 승리가 관건인 만큼 현역의원과 도전자간 경선을 통해 여당인 민주당후보와 맞설 수 있는 후보자를 선정할 것은 자명하다.
문제는 박승호 전 포항시장의 경우 아직 자유한국당 입당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남구의 경우 허대만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의 상승세를 누르기 위해 제3의 후보가 출현할 수 있다는 여론이 최근 팽배해지고 있다.
현역 포항시장인 이강덕 시장이 전격적으로 남구 총선후보로 전환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시장은 남구 장기면이 고향인데다 서울지방경찰청장, 해양경찰청장을 지낸 화려한 경력이 있어 자유한국당에서 공천할 경우 넉넉하게 여당후보를 누를 수 있다는 예측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럴 경우 현역의원인 박명재 의원과의 경선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현역 시장인데다 상대적으로 젊고, 관록과 경력면에서도 뒤지지 않아 이 시장의 우세를 점치는 이들이 많다.
이 경우 포항은 선거구도가 급박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현역시장이 총선출마로 회귀하면 시장자리가 비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포항시장 보궐선거를 치러야 될지도 모르는 형국이 발생하게 되는 셈인 것.
포항 지역민들은 “아직 선거기간이 남아있어 판세를 분석하기는 힘들지만 이강덕 시장의 포항남구 총선 출마론은 오래전부터 회자되고 있었다”라며, “만약 이 시장이 총선에 출마하게 되면 그 파괴력은 대단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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