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두환 아트도서관 관장과 정순금 북카페갤러리 대표
[대구=일요신문] 남경원 기자 = “미술과 조각 등이 예술가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예술을 하는데,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는 것도 다 아트 행위라 할 수 있죠.”
허두환(58)씨는 이같이 말하며 일상에서의 미술을 통한 삶의 가치를 설명했다. 한때 대구화랑협회 회장직을 역임했던 그는 현재 ‘아트도서관’ 관장이기도 하다. 국내 첫 미술전문도서관으로 알려진 ‘페이지 하우스 인 아트도서관’(대구시 수성구 공경로 만촌보성타운 옆 상가)은 11만권에 가까운 서적들로 가득하다. 그것도 일반적인 책이 아닌 미술 전문 분야의 서적들만 모여 있다.
허 관장이 현재까지 모은 서적들은 세계 유명 작가의 주요 저작물부터 희귀본과 한정본까지 한화로만 무려 수십억원에 이른 것.
“웹서핑을 통해 전세계의 온라인 북스토어 등을 보고 미술관련 책을 물색합니다. 국내에는 들어오지 못하는 책들이 많죠, 심지어 자국 내에서만 출판되고 외국 수출이 안 되는 책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한정본이나 희귀본 등은 그 타이밍이 안 되면 못 구하는데... 돈이 없어 못 살 때는 너무 아쉽습니다.”
개인 건물 3개를 팔면서까지 아트도서관을 일궈낸 허 관장은 아직도 책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는 단순한 캘렉터(collector)가 아닌 미술을 대한 애정이 가득한 예술인이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글쓰기를 시작해 시인으로 등단한 그는 마음 안에 응어리를 풀고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책과 친해졌다고 한다. 책을 워낙 좋아한 그는 외국서적 수입회사에 들어가서 책 딜러로도 활동하게 된다.
책 수입을 통해 자료정리를 하던 그는 미술을 접하면서 미술 전문 서적에 매료됐다. 카테고리(category)가 분명한 여타 서적과는 달리 미술은 출처와 분류부터가 불분명하다. 애초에 미술을 분석·분류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일지도 모른다. 그는 일반 미술서적부터 국립중앙도서관에서도 찾기 힘든 희귀책까지 손에 넣으면서 ‘이렇게 귀한 것을 누군가가 모으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가지게 된다.
“개인이 도서관을 운영한다면 얼마나 돈이 많이 들겠는가. 그간 책을 모으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남들에게 이해받기 힘든 나의 철학을 유지하는 데는 그만큼 잃는 것도 많았죠, 이러한 힘든 현실 속에서도 아트도서관을 일궈낸 것은 영혼의 빈 공간을 채우는 쉼터이자 힐링의 공간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였습니다.”
현재 아트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고 빌려주는 차원을 넘어서 책과 미술작품을 함께 즐길 수 있게 꾸며져 있다. 안락한 테이블과 의자에서 커피와 차를 즐기며 책을 만끽하는 북카페로 활용되는 동시에 세미나나 소규모 모임도 상시 운영되고 있다.
이같은 허 관장의 꿈을 내조하는 데는 아내의 역할도 컸다. 남편과 함께 아트도서관에서 북카페 갤러리를 운영하는 정순금(52)씨는 최근 이곳에서 이경민 가수 콘서트를 여는 등 카페, 콘서트, 영화 등 도서를 중심으로 한 멀티 문화 공간으로도 펼치고 있다. 특히 ‘아트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이른바 ‘아사모’를 운영하며 한 달에 한번씩 시민들과 문화 예술을 꿈을 키우고 있다. 미술에 대한 장르의 한계가 사라지고 경계가 모호해지는 만큼 누구나 와서 문화를 즐기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일구겠다는 게 이들의 의지이기도 하다.
허 관장은 “미술 전문 서적이 제목부터 영어이다 보니 딱딱하다. 분명 일반인들에게는 이러한 미술이 쉽지 않다”라며, “그러나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듯 우리 모두는 예술과 떨어질 수가 없다”고 강조하며, “미술을 통해 삶의 힐링하고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사람은 그 누구라도 오면 된다. 그것이 아트도서관의 방향성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편 2014년 7월17일 미술전문도서관으로 개관한 ‘아트도서관’은 라키비움(larchiveum) 즉 도서관(library)과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을 합한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한다. 지속적으로 미술 관련 자료와 도서를 수집하고 등록·관리하는 미래문화유산의 보고로써, 대중이 미술 및 시각예술과 친숙해지는 가교역할이자 현대인들의 문화적 쉼터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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