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난 14일 부산시를 비롯한 관계 기관 산하에서 일하는 용역업체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한 뒤, 이들과 간담회 및 오찬을 갖는 모습.
이는 계속되는 경기 하락과 부산시 인사 문제, 그리고 지지부진한 시정 개혁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오 시장은 최근 잇달아 구설수에도 오르면서 지지율 하락을 더욱 부채질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오거돈 시장의 구설수 가운데 으뜸은 취임 직후부터 시작해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는 ‘왕특보’ 논란이다. 여기에서 ‘왕특보’란 박태수 정책특별보좌관(박 특보)을 가리킨다. 박 특보는 오 시장과 함께 네 번이나 지방선거를 같이 뛰었으며, 오 시장이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에도 정책특보를 맡았다.
부산시 공무원 노조는 지난 10월 26일 시 내부 게시판에 올린 성명을 통해 박 특보의 경질을 요구했다. ‘월권’을 일삼는다는 게 이유였다. 노조는 박 정책특보가 오 시장의 지시에 따라 시 사업소인 ‘낙동강에코센터’의 민간위탁 방안을 주도하자 이를 “명백한 월권행위”라고 비판하며 “엄중히 문책하라”고 시장에게 건의했다.
낙동강에코센터 문제는 표면적인 원인에 불과했다. 박 특보가 이미 ‘실세 중의 실세’가 된 게 보다 근본적인 이유였다. 박 특보는 5급 별정직 공무원이지만 4급인 과장과 2·3급인 실·국장이 오 시장에게 제출하는 보고 내용을 미리 받아 조율한 뒤 시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위치에 자리했다.
노조의 사퇴 요구에 박 특보는 10월 29일 “공무원 노조가 게시판에서 공개적으로 저의 문제를 지적했다. 별도의 공개토론회를 열어 논의하자고 했으나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노사협의회 안건으로 상정했다”고 말하며 사퇴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오 시장은 박 특보의 사직서 제출 이후, 오히려 박 특보에게 더욱 힘을 실어줬다. 오 시장은 지난 5일 “박 특보가 6일부터 다시 출근한다”고 밝혔다. 이후 박 특보는 업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왕특보’ 논란은 여전히 뇌관으로 자리하고 있다.
건강이상설과 관련해서도 구설수가 불거졌다. 오거돈 시장이 부산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두 번이나 잠을 자는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이면서 논란을 자초한 것이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16일 SNS를 통해 밝힌 사과문. 출처=오거돈 부산시장 페이스북
부산시의회는 지난 12일 본회의장에서 2019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오 시장도 참석했다. 예산안 발표가 끝난 뒤에는 시의원들이 5분 자유발언을 가졌다. 발언이 시작되고 불과 얼마 되지 않아 오 시장은 잠이 들었다. 오 시장의 잠든 모습은 카메라에 그대로 포착됐다.
오 시장의 ‘시의회 본회의장 취침’은 이날이 최초가 아니다. 지난 10월 26일 열린 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도 오 시장의 잠자는 모습이 한 지역방송사의 카메라를 통해 노출됐다. 두 차례에 걸쳐 자는 모습이 비춰지자 선거 전부터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던 오 시장의 건강 이상설이 다시 이슈화됐다.
또 다른 구설수는 이른바 ‘기생집이냐?’ 논란이다. 오 시장은 지난 14일 부산시를 비롯한 관계 기관 산하에서 일하는 용역업체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한 뒤, 이들과 간담회 및 오찬을 갖고 이때 찍은 사진을 SNS에 게재했다.
문제는 오 시장의 양 옆과 맞은편에 젊은 여성 근로자들이 앉아있었다는 점이다. 관련 내용이 알려지고 보도되자 젊은 여성이 지위가 높은 남성 옆에 앉는 모습은 남성 중심의 회식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날선 비판이 나왔다. 모 매체는 ‘기생집이냐?’라는 자극적인 문구까지 달며 오 시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포털 등에서는 오 시장을 질타하는 글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딱 봐도 갑질”, “건강이상설을 한 번에 일축”, “저런 행태는 왜 몇 십 년이 지나도 변하질 않나”, “구태가 너무 적나라해서 씁쓸하다”, “관행도 문제고,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시장도 문제”라는 반응들을 보였다.
이에 오 시장은 16일 ‘다시는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SNS에 올리며 사과의 뜻을 나타냈다. 오 시장은 “정규직 전환에 기대와 희망을 품고 새로운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자며 다짐하는 밝은 분위기였기에, 이러한 논란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다시는 이러한 불편함으로 상처받는 시민들이 없도록 저 스스로와 시 전체를 살피고 살피겠다”고 밝혔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