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은(소설). 김세희(시)
[경남=일요신문] 박영천 기자 = 올해로 24회를 맞은 1500만원 고료 ‘진주가을문예’ 당선자가 가려졌다.
시는 ‘경야(經夜)’ 외 9편을 낸 김세희 시인(46, 김해), 소설은 중편 ‘런 웨이’를 낸 오성은 소설가(34, 부산)가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진주가을문예’는 남성(南星)문화재단이 1995년 기금을 마련해 옛 ‘진주신문’에서 하다 지금은 진주가을문예운영위원회가 전국에 걸쳐 신인 공모를 벌여 운영해오고 있다. 당선자한테는 시 500만원, 소설 1000만원의 상금과 상패가 수여된다.
올해는 지난달 31일(소인 유효) 공모 마감했고, 시는 180명 1278편, 소설은 116명 210편(중·단편)이 응모했다. 심사는 예심과 본심 과정을 거쳤다.
시는 송찬호 시인(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등)이 본심, 김륭 시인과 임재정 시인이 예심을 맡았다. 소설은 백가흠 소설가(계명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가 본심, 원시림 소설가와 정용준 소설가가 예심을 보았다.
송찬호 시인은 심사평에서 당선작에 대해 “섬세한 언어의 결을 갖고 있다. 이런 정련된 언어에 대한 자의식은, 죽음으로 다가가는 엄숙한 삶의 제의를 묘사한 ‘아빠, 우린 서로를 지나가야 하잖아요, 일요일에 올게요, 못다 쓴 당신 얼굴 가지러’와 같은 빼어난 시구를 탄생케 한다. 언어와 시적 대상과의 의도적인 불일치로 사물을 새롭게 탐구하고 이 세계를 낯설게 환기하는 감각도 돋보인다. 또한 전체적으로 작품의 수준이 고르고 완성도가 높은 것이 치열한 습작의 흔적이 역력하다”고 했다.
백가흠 소설가는 당선작에 대해 “‘런웨이’는 작가의 능수능란한 창작 솜씨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중편임에도 불구 가독성이 엄청났다. 많은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임무를 져버리지 않고 활발히 움직이고 또 말했으며,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얽히고설켰다. 이는 작가의 플롯 장악력이 훌륭할 뿐만 아니라 작품이 치밀하게 준비된 소설임을 느끼게 해주었다. 방황과 허무주의 사이에서 표류하는 인물들이 극단을 향해 치닫는 스토리는 잊고 있었던 한 감성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엄청난 필력을 소유한 새로운 작가의 등장이 반갑기만 하다”고 했다.
당선자들은 소감문에서 기쁨과 각오를 나타냈다. 김세희 당선자는 “시 한 편씩 쓸 때마다 ‘이 거 시 맞나?’ ‘내가 뭐라고 쓴 거지’ 뚫어지게 쳐다만 보고 있고는 했습니다. 쳐다만 보고 있어도 시간이 너무 잘 갔습니다”라며 “아빠가 돌아가시기까지를 보면서 제 시 ‘경야(經夜)’를 썼습니다. 숀탠이라는 작가 경야라는 그림책을 보고, 감동이 저장되어 있는 상태였고 말입니다. 누구나 경야의 그 밤을 지나거나 지켜보거나 할 것입니다. 주시는 상은, 제게 매일을 마지막처럼 최고의 노력을 하라고. 최고의 시를 뱉어 내라고 하는 견적서라고 생각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오성은 당선자는 “함께 소설을 공부했던 아내는 울먹이며 전화를 받았습니다. 소설은 우리를 연결하는 끈이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날 밤 아내는 조각 케이크에 숫자 0의 초를 켜주었습니다. 그 작은 불씨는 우리의 큰 기쁨이었지만 나는 그것을 꺼트려야만 했습니다. 이내 어둠이 찾아왔습니다. 나는 비로소 무대에 선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나의 첫 번째 런웨이입니다”라고 했다.
시상식은 12월 15일 오후 4시 진주 ‘현장아트홀’에서 열린다.
김장하 남성문화재단 이사장은 “저만치서 찬 겨울바람이 다가와 우리의 속살을 헤집지만, 마음은 여느 때보다 훈훈합니다. 그것은 진주가을문예 새 가족을 맞이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며 “진주가을문예가 올해로 스물 네 번째를 맞았습니다. 이번에도 공모와 심사 과정을 거쳐, 참신하고 의욕이 넘치며 기운 팔팔한 새 시인과 소설가를 뽑았습니다. 부디 오셔서 큰 박수로 격려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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