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황현민 씨가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집단소송 전도사로 나선 까닭을 밝혔다.
황 씨는 소동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사과하고 소동 과정에서 파손된 집기에 대한 변상도 마쳤다. 그는 “소동은 몇 번이고 사과드리고 싶다. 다만 소동을 일으키게 된 배경을 봐달라”고 말한다. 황 씨는 2016년 8월 20일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공식판매점인 천일오토모빌 딜러 A 씨에게 7900만 원가량의 디스커버리4 3.0D 차량을 리스 계약(보증금 2500만 원, 36개월)으로 구입했다. 현재 황 씨는 외제차 수입업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와 공식판매점 천일오토모빌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90년대 인기가수에서 집단소송 전도사로 나선 황 씨를 ‘일요신문’이 만나봤다.
―자동차 매장 소동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심한 욕설을 매장에서 하고 불편한 방송을 보시게 한 점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차를 판 딜러사 대표가 아는 동생이었다. 대표에게 화를 내다 영업사원인 그 분께도 욕설을 해버렸다. 정말 죄송하다. 그 분에겐 아무 감정이 없었다. 내 감정을 추스르지 못 했다.”
―어떻게 된 일인가.
“랜드로버를 샀다가 주행 중에 경유차의 매연이나 분진가루를 거르는 DPF 쪽 문제로 차가 두 번 정도 속도가 줄어드는 문제를 겪었다. 입고시켜서 차를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엔진 문제로 지난해 12월에 한남동에서 주행 중 서버렸다. 그래서 내 의사와 상관없이 엔진을 통째로 교체했다. 아는 동생인 만큼 심한 어필은 하지 않고 마음 속으로 ‘동생 회사니까 참자’하고 말았다. 카톡으로 ‘차가 섰음’이라고 보냈다. 그랬더니 ‘내가 안 만듦’이라고 답이 왔다. 안 만든 건 나도 알고 있는데…. 그래도 ‘심장인 엔진을 갈았으니 새 차가 됐다 생각하고 타자’고 마음 먹었는데 또 섰다. 그때 가족 모두가 죽을 뻔해서 분노를 참지 못했다.”
―당시 상황이 어땠나.
“5월에 처와 아기와 장모님, 처남댁을 모시고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120km 정도로 달리다 차가 섰다. 갓길에 겨우 세웠는데 너무 무서웠다. 추돌사고였다면 보험사를 불렀을 텐데 차 결함으로 선 거라 랜드로버 서비스에 견인차를 보내달라고 했다. 1시간 정도 있다가 왔고 천일 관계자가 이정표도 없는 곳에서 ‘사람은 택시를 불러 가라’고 했다. 그 관계자가 ‘사람은 보험이 안 되고 차만 보험이 된다’고 말했지만 어쩔 수 없이 차에 그대로 탔고 견인차가 끌고 갔다. 견인차가 끌고 가는데 흔들거리며 갈 때 생명의 위협을 느꼈고 장모님은 정신을 약간 잃으셨다. 그 관계자에게 멈추라고 카톡으로 이야기해도 멈추지 않고 충주 쪽에서 차가 섰는데 이천 휴게소까지 매달려 갔다.”
―그럼 소동은 어떻게 시작됐나.
“천일오토모빌 대표에게 전화해서 ‘우리집으로 와라. 너도 좀 보면서 얘기하자’고 했다. 화가 나서 ‘너도 레커차를 타고 와 봐라. 내 심정이 돼서, 같은 상황에 대화를 나눠보자’고도 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아버님이 아프시다’고 해서 그럼 다음에 보자고 했다. 며칠 뒤에 대표가 천일오토모빌로 오라고 해서 갔다. 대차가 나오긴 했는데 엔진에서 소리가 많이 나 불안했다. 7층 대표자 사무실로 올라가서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형 차를 저희가 중고차로 매입을 하고 최상위 모델인 레인지로버라는 차를 사면 딜러사 10% 마진, 랜드로버 코리아 10% 마진을 합쳐 총 20%를 할인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신차 사는 건 뒤로 미루자, 우선 내 차가 하자가 너무 많아서 섰고 갑작스런 사고가 1번이 아니라 그동안 참아왔는데 5번이나 섰으니 이건 신차 가격으로 환불 받아야겠다. 완전 잘못된 차를 팔았으니 전체 환불을 해줘’라고 말했다.”
―대표는 전액 환불해달라는 요구에 어떻게 반응했나.
“너 같으면 어떻게 하겠냐고 묻자 ‘저 같아도 형같이 하겠다’고 하고 환불 요구에 ‘알겠습니다’라고 하더라. 그게 마무리됐으니 ‘신차 살 때는 어떻게 할까’하니 ‘아니 형 같으면 차 무서워서 팔겠어요’라고 하더라. 거기서 좀 화가 났다. 결정적으로 랜드로버코리아가 10% 마진을 안 받게 하려고 ‘옛날에 가수 좀 한 사람이 여기 와서 욕설을 엄청 하고 차로 밀고 들어오기 일보 직전이다. 좀 시끄러우니까 빨리 해결해 줍시다’고 얘기를 한다더라. 그 얘기를 듣다 너무 화가 났다. 몇 번이나 차가 섰고 가족들을 다 데리고 여행 갔다가 목숨 걸고 온 사람인데 난동을 부리고 화를 내는 사람으로 만들어 놓는다고 했다. ‘너네들이 사기 아닌 사기를 쳐서 랜드로버코리아에 거짓말을 하는데 내가 왜 거기 등장인물로 들어가야 하며 내가 왜 나쁜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서 랜드로버코리아에 그렇게 알려져야 되냐’고 하고 1층으로 내려와서 직원들에게 ‘대표가 이렇게 사기를 치자고 하는데 이게 대표자로서 할 말이냐’고 소리를 막 질렀다. 정말 잘못한 것은 안내데스크에 태블릿 PC가 있었는데 초록색으로 랜드로버 마크가 있었다. 진절머리나게 보기가 싫더라. 나도 내 감정을 못 추스르고 부쉈고 입간판을 발로 차버렸다.”
황현민 씨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90년대 갑질 가수’로 보도를 타게 된 사연을 털어놨다.
―협상은 어떻게 됐나.
“협상 없이 집으로 돌아왔더니 고객지원팀장이 집으로 왔다. 내 차는 100% 환불을 해주기로 해서 그 당시 낸 리스비 약 6700만 원을 환불 받는 줄 알았다. 그 얘기는 금방 끝나고 바로 신차로 말을 돌리더라. 그 차는 중고차로 팔겠다고도 했다. 100% 환불해준다고 했던 차를 다시 파는 게 너무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봤다. 엔진을 통째로 갈았어도 두 번이나 멈춘 차를 나는 폐차를 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돈이 필요해서 얘기를 했더니 4000만 원은 먼저 보내줬다. 차 문제로 화가 많아져서 아내가 고객지원팀장하고 얘기를 나누기로 했는데 며칠을 끙끙 앓더라. 알고보니 리스 위약금이 2500만 원 정도 나오는데 그건 우리가 부담을 하라고 말이 바뀌었다. ‘100% 환불 해주기로 했는데 2500만 원을 우리가 또 내냐’고 대표한테 다시 물어보라고 했다.”
―고기는 왜 사오라고 했나.
“7월에 또 장모님 장인어른 등 처가 식구를 모시고 홍천으로 놀러갔다. 어머니는 9살 때부터 없이 자랐고 아버지는 2006년도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장인, 장모님이 좀 더 각별하다. 이 가정사를 그분들도 알고 있다. 그때 팀장한테 전화가 와서 내가 내야 되는 게 맞다고 하더라. 어른들이 타고 있어서 차 이야기를 하기 어려웠는데 ‘1.5cm로 자른 고기가 맛있다고 하더라’고 하시며 고기 사오라고 하셔서 내려드리고 고기를 사러 갔다. 전화를 하면서 언성이 높아졌고 운전하면서 통화하니 고기 파는 곳도 찾지를 못하겠더라. 저녁 시간은 다 됐고 또 다시 환불이 안 된다고 하니 기분이 나빠졌다. 그래서 ‘당신네들 때문에 이게 또 뭡니까. 또 여행 망쳤습니다’라며 아무 소리가 나온 게 나도 모르게 흥분돼서 1.5cm 고기를 사오라고 한 거다.”
―진짜 고기를 사 왔나.
“진짜 고기를 사와서 바로 거둬들였고 영수증을 가져다 주면 내가 돈을 내겠다 그랬더니 영수증도 주지 않았다. 내가 술도 안 마시는데 와인도 한 병 사와서 가져가라고 했더니 ‘저희가 정말 잘못했다. 금융 실수를 했다’고 했다. 10번 정도 물어봤는데 내가 내는 게 맞다고 했으면서 화를 내니까 자기들 실수라고 했다. 그리고 며칠 뒤에 한 종편에서 ‘90년대 인기가수 갑질’로 방송에 나가게 됐다. 나는 너무 심하게 화를 낸 것이 맞다. 사죄드린다. 다만 소비자가 화내기 전에 자동차 회사에서 좋게 해결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소송은 어떻게 하게 됐나.
“민사 소송으로 조용히 해결을 하고 싶었는데 방송 나오고 천일에서 협박, 업무방해, 재물손괴, 모욕죄까지 추가해 고발을 해서 16시간 조사를 받고 나왔다. 이건 아니다 싶어 나도 형사 고발을 해놓은 상태다. 변명이 필요 없는 행동으로 인해 깨진 태블릿 PC 52만 원, 입간판 52만 원, 자동차 키 54만 원을 청구해서 다 변상을 했다. 리스비는 나가고 있고 차는 그쪽에 입고돼 있는데 찾아오지 못하고 있다. 랜드로버 보면 무섭고 운전도 하기 싫어서 대차도 보내줬다.”
―언론에 ‘90년대 갑질 가수’로 나오리라 생각했나.
“생각 못했다. 오히려 차 결함에 대해 내가 기자들 만나서 알리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 경찰 조사를 받으며 찾아보니 포털사이트 카페만 가더라도 불량이나 고장 글이 엄청나게 많더라. 그래서 법무법인 바른에서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리콜 대상 차를 보유했거나 나와 같은 DPF 문제, 엔진 문제 때문에 주행 중 멈추신 분들을 찾고 있다.”
―8월 보도 이후 합의 했겠거니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내 친구들도 뭔가를 받고 합의가 잘 끝난 줄 알더라. 8월 보도가 나간 이후로 지금까지 한 번도 합의의 ‘합’자도 생각 안 했다. 소송 준비를 계속하고 있었다. 본업도 다 접었다. 소송 끝나야 다시 본업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자동차 결함은 사람들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문제란 걸 깨달았다. 내가 영웅이 되겠다는 게 아니다. 그런데 알리기는 알려야겠더라. 랜드로버 피해 입으신 분들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