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할래요?”
장은숙을 안아서 진한 키스를 한 최윤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놈의 손은 장은숙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주물러대고 있었다.
“아니야. 나 오늘 시간이 없어.”
장은숙은 핸드백을 소파에 던지고 침대에 올라가 누웠다.
“맨날 시간 없다고 그러더라.”
최윤철이 불만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불 끄고 빨리 올라와.”
장은숙은 약간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내뱉고 원피스와 속옷을 벗어던졌다. 건방지게 무슨 헛소리야. 장은숙은 최윤철을 너무 오래 만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윤철은 벽의 전등 스위치를 찾아 불을 껐다. 한낮인데도 불을 끄자 방안이 어둠침침했다. 최윤철은 침대에 올라오자마자 진입을 시도했다. 최윤철도 심드렁한지 애무조차 하지 않았다. 장은숙은 최윤철의 등을 껴안고 눈을 감았다.
‘제기랄, 언제까지 이런 짓을 해야하는 거야?’
장은숙은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낮게 신음을 토해냈다. 최윤철이 그녀의 몸속 깊숙이 들어온 것이다. 그녀의 몸은 벌써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욕망이 거품처럼 일어났었다. 남편과 이혼을 한 뒤에 그녀가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이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 욕망이었다. 욕망이 일어나면 몸이 무겁고 찌뿌드드하여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장은숙이 최윤철을 만나고 있는 것은 욕망을 해소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주식투자에 성공하려면 머릿속이 맑아야 한다. 몸이 개운한 상태가 되어야 정확한 분석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주가의 상승과 하락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장은숙처럼 주식의 데이트레이딩, 초단타매매를 하는 사람들은 정확한 종목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어떤 사람은 종목을 찍기 전에 뇌 마사지를 하기도 하고 주식 거래를 할 때는 운전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장은숙이 가장 많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욕망이었다.
데이트레이딩은 분(分), 초(秒) 단위로 주가 흐름을 지켜보다 움직임이 빠르고 큰 주식을 포착하여 단기시세차익을 챙기고 빠져나오는 기법. 데이트레이딩은 주식 보유기간을 짧게 잡아 주가하락으로 인한 위험을 방지할 수 있어 장은숙은 철저하게 당일에 사고파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다. 물론 하루에도 몇 번씩 사고 팔 때도 있었다. 장은숙은 유동성이 좋고 주가의 등락폭이 큰 몇 개의 종목을 대상으로 단기시세차익만을 노렸다. 당시에는 이러한 주식투자가 거의 드물어 그녀는 막대한 이익을 낼 수 있었다.
데이트레이딩의 유형에는 하루에도 수십 번, 또는 수백 번 매매를 하는 스캘핑(Scalping), 하루에 종목당 거래를 몇 차례 정도만 하는 통상적인 트레이딩, 하루에서 5일 정도까지 주식을 보유하는 스윙트레이딩(Swing trading) 등이 있다. 장은숙은 한 종목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지 않고 수백 개의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것은 위험을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목표수익률도 낮게 잡아 매매를 자주했다.
최윤철을 러브호텔로 불러낸 것은 오전 내내 아랫도리를 감질나게 하는 욕망 때문이었다. 욕망을 해소하지 않고는 제대로 종목을 찍을 수가 없었다. 벌써 여러 개의 종목에서 손해를 본 장은숙은 최윤철을 불러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장은숙은 좀처럼 절정에 이를 수 없었다. 최윤철이 위에서 헐떡거리면서 땀을 흘리는데도 장은숙의 생각은 온통 주식 쪽에 쏠려 있었다.
“너 왜 그래?”
장은숙은 최윤철이 꼿꼿하게 몸을 일으켜 세우자 깜짝 놀라서 눈을 번쩍 떴다. 놈을 밀쳐내서 그녀의 몸에서 떼려고 했으나 최윤철이 팽팽하게 부푸는 것 같더니 부르르 몸을 떨었다.
“해…, 했어요.”
최윤철이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벌써 하면 어떻게 해? 니 맘대로 하는 거야?”
장은숙이 눈꼬리를 치켜세우고 최윤철을 쏘아보았다.
“미…, 미안해요.”
“알았어.”
장은숙은 최윤철의 등을 껴안았다. 죽은 놈 뭐 만진다고 해버린 뒤에 신경질을 부려야 소용이 없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최윤철이 그녀의 젖가슴에 얼굴을 얹어놓고 가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장은숙은 최윤철의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녀의 몸이 달아오른 상태에서 돌아가면 오후에도 종목을 찍는 것이 실패로 돌아간다.
‘올해는 50억을 채워야 해.’
장은숙은 최윤철의 등을 껴안은 채 다시 주식 생각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노름꾼이 잠을 자기 위해 누우면 천장에도 화투장이 어른거린다는 식으로 장은숙은 잠을 자려고 누워도 등락이 계속되는 주식 종목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장은숙이 주식투자를 처음 시작한 것은 5년 전의 일이었다. 처음엔 용돈벌이나 하자고 느긋한 심정으로 시작한 주식투자였다. 전문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창구의 도움을 받으면서 매매를 시작했다. 그녀가 주식투자를 할 때는 시장이 상승세에 있었다. 그야말로 전 종목이 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투자는 어렵지 않았다. 국민소득 1만 달러 돌파니, OECD에 가입을 하여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장밋빛 청사진이 국민들에게 펼쳐져 있었다. 처음에는 500만 원으로 시작한 것이 1000만 원, 2000만 원, 3000만 원으로 늘어났고 나중에는 1억을 넘게 되었다. 몇 달 동안 손해를 본 일도 있었으나 1년이 지나자 7000만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후후, 나도 이제는 전문가야.’
장은숙은 자신이 주식투자의 고수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1년 동안에 7000만원의 수익을 올렸으니 얼마나 뛰어난 투자가인가. 그러나 부동산 투자를 한 사람은 그녀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남긴 것을 보고 그녀는 실망했다.
‘한국은 아직도 부동산으로 돈을 버나?’
장은숙은 실망하긴 했지만 부동산은 자신의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많은 돈을 벌려면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해.’
장은숙은 친지들에게 돈을 빌려 주식시장에 쏟아 부었다. 직장에 다니는 남편이 무리하지 말라고 충고를 했으나 듣지 않았다. 남편이 꼬박꼬박 벌어오는 월급은 그야말로 쥐꼬리에 지나지 않았다.
“빨리 샤워하고 와.”
최윤철이 그녀의 몸에서 떨어져 일어나자 장은숙이 등을 두드리면서 낮게 말했다. 최윤철은 담배를 피우려다가 눈치를 살핀 뒤에 욕실로 들어갔다. 젊기 때문에 싱그러운 육체를 갖고 있었다. 등은 단단하고 근육은 팽팽했다. 장은숙은 최윤철이 샤워를 하는 동안 담배를 한 대 피웠다. 담배도 데이트레이딩을 하면서 배운 것이었다.
“빨리 해.”
최윤철이 욕실에서 나오자 장은숙이 재촉했다. 불과 한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으나 주식시장에 어떤 변동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조금 더 있어야 하는데요.”
최윤철이 침대에 걸터앉아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금방 사정을 했기 때문에 발기가 안 된다는 말이었다.
“누워 봐.”
“담배 한 대 피울게요.”
“누워서 피워.”
최윤철은 마지못한 듯 담배를 피워 물고 침대에 누웠다. 최윤철의 몸에서 비누냄새가 났다. 놈의 물건을 만지자 축 늘어져 있었다. 장은숙은 피우던 담배를 플라스틱 재떨이에 비벼 끄고 최윤철의 위로 올라갔다. 말랑말랑하게 늘어진 놈을 일으켜 세우려면 입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뜨겁게 달궈놓고 너 혼자 해버리면 어떻게 해?”
장은숙은 끈적거리는 눈길로 최윤철을 내려다보면서 풍만한 가슴을 놈의 얼굴에 문질렀다. 장은숙의 엉덩이를 쓰다듬던 놈의 손이 등으로 올라왔다.
“좋아?”
장은숙이 자신의 가슴을 최윤철의 입속에 넣어주면서 눈웃음을 뿌렸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