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회사들이 왜 적자 나는 회사를 사겠는가? 흑자 나는 회사도 팔아야 외국 투자가 활성화 된다.”
정부 당국자들과 일부 경제학과 교수들의 말이었다. 그러나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구조조정을 하여 많은 은행원들을 실업자로 만들면서 정상화되고 있는 상도은행을 헐값에 매각하는 것은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고 국부를 유출시키는 것이다. 빅스타는 장부를 조작하여 BIS 비율을 낮추라고 오성윤에게 압력을 넣고 있었다. 특히 장은숙과 오성윤의 부적절한 관계를 폭로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고 있었다.
‘내가 장은숙을 강간했다고?’
오성윤은 장은숙의 얼굴을 떠올리자 피가 역류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날 차안에서 장은숙과 섹스를 한 것은 사실이었다. 오성윤이 바지 지퍼를 내리고 달려들자 장은숙은 팬티를 벗겠다고 스스로 말했었다. 그러나 팽팽하게 부풀어 올라 터질 것 같았던 오성윤은 장은숙의 팬티를 옆으로 젖히고 진입했다. 그것은 장은숙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던 모양이었다. 장은숙은 오성윤에게 매달려 몸부림을 쳤다.
‘흥! 강간을 당하는 여자가 좋다고 몸부림을 쳐?’
장은숙의 얼굴에 침이라도 뱉고 싶었다. 장은숙은 그날 오성윤의 위로 올라가 격렬하게 요분질을 하기까지 했었다. 좁은 차 안에서의 섹스가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아아 너무 좋다. 행장님은 어때요?”
장은숙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 오성윤에게 속삭였다.
“나도 좋았소. 차 안에서는 처음이었소.”
“저도 처음이에요.”
감미로운 대화였다. 밖에는 다시 빗줄기가 굵어져 차의 지붕과 보닛을 때렸다. 간간이 차들이 헤드라이트를 비추고 질주해 갔으나 그들은 서로를 꼭 껴안은 채 떨어지지 않았다.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오성윤은 장은숙을 놓치지 싶지 않아 그녀의 둔부를 쓰다듬으면서 물었다.
“제가 싫은 거예요?”
장은숙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싫으면 왜 다시 만나고 싶어 하겠소?”
“저는 저를 버리는 줄 알았어요. 행장님이 연락을 하지 않으면 제가 연락을 할 거예요.”
장은숙이 오성윤의 입술에 키스를 하고 말했다. 그날 이후 오성윤은 장은숙을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났었다. 한번은 서울 근교에서, 한 번은 지방까지 드라이브를 했다. 장은숙은 오성윤이 놀랄 정도로 다양한 방법으로 즐겁게 해주었다. 오성윤은 자신이 은행장이라는 사회적 신분을 갖고 있으면서 이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으나 장은숙에게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그런 장은숙이 3개월 만에 돌변하여 그를 협박하고 있었다.
‘나 혼자 상도은행을 지킬 수는 없어.’
장은숙은 BIS 비율을 낮춰주는 조건으로 15억 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 셈이었다. 15억 원은 은행장이라고 해도 쉽사리 만질 수 있는 돈은 아니었다.
오성윤은 자금부장을 불러 BIS 비율을 조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자금부장도 빅스타에 포섭되어 있었다. 자금부장뿐이 아니라 빅스타는 감독원까지 동원하여 압력을 넣고 있었다.
오성윤이 장은숙을 다시 만난 것은 두 달 후의 일이었다. 상도은행이 BIS 비율을 7.2%로 조정하고 빅스타 실무팀과 협상을 거쳐 매각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의 일이었다. 정식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은행을 빅스타에 넘기는 것은 보름 후에 있을 예정이었다. 빅스타 팀은 이미 상도은행 본점에 상주하여 인수인계 절차를 밟고 있었다.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나머지는 정식 계약을 체결한 후에 드릴 거예요.”
경춘 국도의 한적한 휴게소에서 만난 장은숙은 트렁크를 열고 말했다. 장은숙의 차 트렁크에는 여행용 가방 5개가 들어 있었다.
“얼마입니까?”
“가방 하나에 1억 원씩 5억 원입니다.”
“10억도 이런 방법으로 주겠다는 거요?”
정치인들은 뇌물을 주고받을 때 사과박스에 현찰을 담아서 주고받지만 장은숙은 달랐다.
“새 은행의 주식으로 드릴 거예요.”
“왜 주식으로 주는 거요?”
“행장님이 돈에 쪼들리지는 않잖아요? 새 은행의 주식은 몇 년 후에 다섯 배 이상 값이 오를 거예요. 배당금도 적지 않게 나올 거구요. 우리가 행장님에게 이런 대우를 해드리는 것은 우리를 위해서 일을 했기 때문에 보너스를 드리는 거예요.”
오성윤이 10억 정도가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현금을 받으면 주식투자를 하던가 땅을 사야하는데 상도은행 주식으로 받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빅스타가 상도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선진기법으로 경영을 하기 때문에 주식값이 오를 것이고 배당금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성윤에게 보너스를 주는 것이 아니라 배신하지 말라고 당근을 물리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당신은 빅스타를 위해 일을 했는데 어떤 보상을 받았소?”
오성윤은 현금 가방 5개를 트렁크에 옮겨 싣고 장은숙에게 물었다. 장은숙은 육감적인 몸에 검은 천을 두른 듯한 원피스를 걸치고 있었다. 장은숙은 여전히 뇌쇄적인 매력을 풍겼다.
“저도 현금 5억 원을 받았어요.”
오성윤은 장은숙의 야들야들한 몸뚱이를 다시 품에 안고 싶다고 생각했다. 상류층 여자답게 매일같이 피부마사지를 받은 장은숙의 살결은 뽀얗게 윤기가 흘렀다.
“그것뿐이오?”
“상도은행 주식을 사라는 귀띔을 받았어요. 그건 돈으로 살 수 없는 정보죠. 그래서 상도은행 주식 20억 원어치를 사들였어요. 국회의원, 장관들 중에도 상도은행 주식을 산 사람들이 많아요. 10년 후에는 상도은행이 1조 원 이상의 순익을 올려 주당 1000원의 배당을 할 거예요.”
“그렇다면 빅스타는 5000억 원 이상의 배당금을 챙기겠군.”
“그렇죠. 은행을 되팔아도 천문학적 이익을 남기죠.”
“해볼 만한 가치가 있군.”
오성윤은 가난한 서민들만 불쌍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은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익을 남기려고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서민들도 막대한 수수료를 부담해야 할 것이다.
“전 또 한 가지 보너스를 받았어요.”
“그건 뭐요?”
“행장님처럼 멋진 남자와 사랑을 한 것이죠.”
장은숙이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하자 오성윤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 여자는 사악한 악녀인데도 기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잡아끌고 있었다.
“행장님, 우리가 다시 만나는 것은 쑥스러운 일이겠죠?”
“그렇소. 서로 만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소.”
“일본에서는 부부가 이혼을 할 때 이혼여행을 하는 것이 유행이라는데 우리도 헤어지는 기념으로 사랑 한 번 나누는 게 어때요?”
“그럽시다.”
오성윤은 장은숙 못지않게 자신도 악인이라고 생각했다.
오성윤은 차를 운전하여 청평에 있는 한 모텔로 들어갔다. 장은숙도 차를 운전하여 모텔로 따라 들어왔다. 오성윤은 룸으로 들어서자 장은숙을 안은 뒤에 팽팽한 둔부를 감싸 안았다. 장은숙이 눈을 질끈 감고 뜨거운 입김을 토해냈다. 오성윤이 둔부를 감싸 안았을 뿐인데도 장은숙은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숨결이 거칠어지고 눈빛이 몽롱하게 풀어졌다. 원피스의 지퍼를 내리고 팬티를 벗겼다. 브래지어까지 벗기자 장은숙의 희고 탐스러운 젖무덤이 드러났다. 오성윤은 장은숙의 풍만한 가슴으로 얼굴을 가져갔다. 오성윤은 장은숙의 젖무덤을 애무하다가 입속에 넣었다. 밍밍한 살덩어리들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아이 좋아.”
장은숙이 오성윤의 머리를 끌어안고 신음소리를 내질렀다. 오성윤은 장은숙에게 몸을 바짝 밀착시키고 그녀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장은숙은 이를 악물고 신음을 참으면서 오성윤의 목에 두 팔을 감고 허우적거렸다. 오성윤은 장은숙과 함께 짐승처럼 사랑을 나누었다.
“나 완전히 미치는 줄 알았어요.”
격렬한 사랑이 끝났을 때 장은숙이 침대에 엎드려서 중얼거렸다. 오성윤은 짐승 같은 짓을 했다고 생각했다. 이런 일은 항상 관계가 끝나면 후회가 남는다.
‘마침내 상도은행이 넘어가는구나.’
오성윤은 장은숙을 마지막으로 만나고 보름 만에 상도은행을 떠났다. 상도은행은 이제 미국의 투자회사 빅스타의 소유가 될 것이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