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작업이 중단된 한글라스 부지의 황량한 모습.
기장군 일광면 이천리 옛 한국유리공업 부지는 새롭게 이름을 바꾼 한글라스가 2013년 6월 부산공장 내 설비를 전북 군산 등으로 이전하면서 가동을 멈췄다. 이후 한동안 매수자를 찾지 못해 방치돼 있다가 지난해 11월 ㈜동일스위트에 1430억 원에 매각됐다.
㈜동일스위트는 부지 매입 이후 공장시설 철거를 위해 ㈜다성C&G에 하도급을 줬다. 실제 철거작업은 다성C&G로부터 재하도급을 받은 영은산업이 시행했다.
철거가 시작되자 부지 인근 주민들의 시위가 연이어 펼쳐졌다. 주민들은 철거과정에서 나온 비산먼지와 유해 물질, 소음 등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작업 중단을 촉구했다. 특히 주민들은 철거를 앞둔 굴뚝과 원료 저장소에 발암물질과 독성이 강한 유해물질이 많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굴뚝과 원료 저장소에 대한 안전진단을 요구했다.
참지 못한 주민들은 시위 장소를 부산시청으로 옮겼다. 지난 11월 23일 일광면 이천동과 서리, 이동리 마을 주민 200여 명은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해당 부지 용도변경 반대 집회를 열고 “건설업체가 신청한 한글라스 부지의 지구 단위 사전협상 용도변경을 부산시가 반려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지난 50년간 어촌 마을 바로 옆 유리공장으로 인해 고통을 받아왔다”면서 “건설업체가 신청한 해당 부지의 지구 단위 사전협상 용도변경은 불가하다. 부산시는 반드시 이를 반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철거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긴 식대, 유류비, 장비대금 등을 두고 20여 명이 넘는 관련업자가 수억 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거센 잡음이 일고 있다. 특히 기름을 공급한 한 업자는 철거업체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했다. 이 여파로 인해 급기야 철거작업마저 중단됐다.
업자들은 지역 중견업체인 ㈜동일스위트를 믿고 납품했는데 돈을 떼이게 됐다며 볼멘소리를 토해냈다. 600만 원이 넘는 식대를 받지 못한 공장인근 식당주인 A 씨는 “6000원짜리 밥을 팔아 얼마나 이윤이 남겠는가. 좋은 게 좋은 것이란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지만, 해도 해도 참으로 너무한다”고 말했다.
아직 철거되지 않은 한글라스 부지 굴뚝의 모습.
철거 현장에 투입된 건설기계대금은 2억여 원이나 체불된 상태다. 장비업자 B 씨는 “현재 덤프트럭 6대, 포클레인 7대를 포함해 건설기계대금 총 2억여 원이 체불된 상태”라면서 “보증증권을 넣은 차주는 일부 돌려받겠지만, 보증에 들지 못한 차주는 이달 말경이 되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아야 한다. 이는 체불된 금액의 절반에 이른다”고 심경을 전했다.
인근 주유소에서는 1000만 원에 가까운 기름값을 받지 못했다. 주유소 관리자 C 씨는 “리터 당 50원의 이윤을 보고 기름을 파는데, 1000만 원이면 거의 생돈을 가져간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철거공사를 위해 우리를 끌어들여 기름을 쓰고는 3개월째 소식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김해시 소재 유성에너지㈜ 정 아무개 대표는 2개월 동안 기름을 공급하고 1억여 원의 대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는 최근 계약업체인 영은산업을 상대로 기장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정 대표가 제출한 고소장 등에 따르면 유성에너지㈜는 영은산업과 지난 7월 7일 ‘석유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9월 21일까지 장비에 들어갈 기름 2억여 원어치를 공급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정 대표가 받은 유류비는 1억 원가량에 불과하다.
영은산업은 지금까지 다성C&G(다성)에서 유류비를 결제했기 때문에 남은 대금도 다성이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다성은 영은산업이 밀린 기름값을 정리해야 한다면서 맞서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20일 현재까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하도급 계약이 이 같은 논란의 원인이란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는 가운데, 발주처이자 모든 논란의 출발점인 ㈜동일스위트를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이 모인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