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경기도콜센터를 방문해 일일상담사 체험에 나선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모습.
[일요신문] 이재명 경기지사가 2일 경기도콜센터를 찾아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사실상 올해 첫 업무를 노동정책으로 시작한 셈이다.
민간위탁으로 운영하는 경기도콜센터에는 66명의 상담사들이 근무한다. 도가 콜센터 업무를 민간에 맡기고 상담사들은 민간업체에 고용돼 근무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계약기간이 끝나면 고용 유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은 그동안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왔다. 민간위탁기관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 지사는 “정부 방침과 관계없이 직접 고용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경력이 쌓이면 더 잘하게 된다”는 것이 이 지사의 생각이다.
이 지사는 “정규직이 되면 게을러지지 않을까 하는 편견이 있는데 사람을 믿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책임감도 생기고 더 성실하게 할 것이다. 안정적 환경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콜센터를 직접 고용해왔다.
2017년 7월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중앙행정기관, 자치단체, 교육기관, 공공기관, 지방공기업이 1단계, 자치단체 출자·출연, 공공기관·지방공기업 자회사가 2단계로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3단계인 민간위탁기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발표가 다소 연기되면서 경기도콜센터를 비롯한 민간위탁기관 노동자들의 거취는 불투명한 상태였다.
이재명 지사의 정규직 전환 약속이 지켜지면 경기도콜센터 상담사들은 경기도 공무직으로 고용불안 없이 근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서울시의 사례를 들어 정규직 전환에 대한 부작용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콜센터인 다산콜센터를 2017년 5월 ‘다산콜재단’을 설립해 서울시 산하기관으로 편입했다. 당시 공청회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서울시는 박 시장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사업이 맺은 결실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에도 나섰다. 하지만 고용승계 후 실적이 저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규직화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서울시의회 박기재 의원은 지난해 11월 서울시 행정감사에서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120다산콜재단의 주요 실적이 떨어지고 있다. 재단 설립 당시, 그나마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던 문자 상담마저도 올해 9월까지의 실적을 보면 감소 추세”라며 “120다산콜재단의 정체성은 사실상 전화 상담에서 나오는데 전화 상담과 문자 상담 실적이 모두 낮아진다는 것은 재단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박기재 의원은 “120다산콜재단은 TF를 구성해 재단 안정화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했으나, 재단 설립 이후 전화 상담의 1차 처리율이 오히려 떨어지는 등 시정 및 구정에 대한 상담인력의 전문성 부족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의 수위를 높였다.
실제로 다산콜센터는 서울시 산하기관이 된 이후(2017년 하반기 89.5점, 2018년 상반기 86.5점, 2018년 하반기 85.4점) 지속적으로 시민만족도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다산콜재단의 실적 저하를 두고 성급한 정규직 전환, 전문성 없는 인사, 상담직과 일반직 간의 처우 차별 등이 문제가 아니겠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정규직 전환을 준비하는 경기도콜센터가 귀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정규직 전환 후 나타나는 무사안일주의, 생산성 저하, 방만 경영 등을 극복하지 못하면 전환 명분은 물론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