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교육청
[대구=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대학과 의대 진학생 수로 전국 상위권에 이르는 등 대구지역 사학 명문으로 알려진 경신고가 각종 비리 의혹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졸업생들은 이번 사태로 모교가 명문 사학에서 ‘비리 백화점’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지난 28일 대구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시 교육청은 최근 감사에서 경신고 사학법인인 경신교육재단의 학교 운영 과정에 비리 의혹을 발견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 의뢰 대상에는 재단 이사장뿐 아니라 전·현직 교장과 교사, 행정실 관계자 등이 광범위하게 포함됐다.
시 교육청 감사결과에 따르면 경신고는 지난 2013∼2014년 기간제교사를 채용하면서 1차 서면평가에서 탈락해야 할 5명의 순위를 조작해 최종 합격시켰다.
같은 교육재단 소속 경신중학교는 사설아이스하키 클럽에서 이사장 아들을 지도했던 코치를 2015년 기간제교사 채용 대상자로 내정해 채용한 의혹을 확인했다.
경신교육재단은 2012년 3·4회 국어과 정규교사 채용 시험에서 1차 필기시험 합격 예정자 10명 전원과 2015년 1회 수학과, 화학과 채용 시험에서 1차 필기시험 합격 예정자 6명 전원을 탈락시켜 당시 공고문 내용과 다르게 전형과정을 실시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또 2013∼2016년 교사채용 과정에서 정규교사 18명, 기간제교사 5명 채용 시 이사장이 직접 수업실연 평가위원으로 참석하는 등 ‘이사장은 실기시험(수업시연 등)에 참여가 불가하다’는 자체 규정을 위반해 전형과정을 실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3년 경신중 인조잔디 운동장 공사업체 선정과 관련한 서류에는 채점기준을 한 차례 변경해 한 번만 채점한 것으로 서류가 보관됐으나, 당시 업체 선정에 참여한 위원들은 두 차례 채점했다고 진술했고, 물품선정위원회를 한 이후에 평가기준 변경 결재를 받는 등 서류조작 의혹도 발견됐다.
지난해 교육청이 실시한 학교자율감사 운영실태 특정감사에서도 경신중은 개근상 대상이 아닌 학생에게 상을 준 것이 적발돼 교사 경고와 함께 시정조치를 받았다.
또 교내 학업성적 관리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말고사 등 교내 시험에서 복수정답 처리했다가 교직원 4명이 경고를 받기도 했다.
이 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3월 전 행정실장에게 550만원 상당의 차량을 100만원에 매매해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의혹도 확인됐다.
경신고는 상업전수학교에서 출발해 1979년 인문계로 전환, 1980년부터 다수 학생을 서울대에 진학시키며 명문고 반열에 올랐다.
외환 위기 후 의대 진학이 늘어나면서 서울대 진학생 수는 다소 줄었지만 일명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대학과 의대 진학생 수는 전국 상위권을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만점자 23명이 나온 2015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만점자 4명을 배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변 주택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1∼2017년 자립형 사립고(자사고)로 운영된 경신고가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계획이 알려진 2017년 이 학교가 있는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일대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성구 전체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졸업생 장모(48)씨는 “학교 구성원 전체가 힘을 모아 명문으로 성장시킨 학교를 특정 인사들이 쥐락펴락하는 바람에 연이어 문제가 터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제기된 각종 비리 의혹이 수사를 통해 깨끗하게 밝혀지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도록 조치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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