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
[대구=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 권영진 대구시장이 최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불거진 당 내 갈등과 같은 당 의원들의 5.18 폄훼 발언 등 논란을 두고 작심발언을 쏟아내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한국당 내 대권주자로 분류되진 않지만 지난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직·간접적으로 ‘셀프 대권도전’ 의사를 여러차례 시사한 바 있는 권 시장이 최근 선거법 위반 재판 족쇄를 풀면서 ‘자기정치’ 시동을 건게 아니냐란 분석이 제기된다.
권 시장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한국당을 겨냥 “제발 정신들 좀 차리자”며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황당한 웰빙단식, 국민 가슴에 대못박는 5.18 관련 망언, 당 내 정치가 실종된 불통 전당대회 강행, 꼴불견 줄서기에다 철지난 박심(朴心) 논란까지 도대체 왜들 이러냐”며 당 내 갈등과 발언 논란에 대해 비판했다.
그러면서 “요즘 당 돌아가는 꼴을 보니 가슴이 터질 것 같다”면서 “지지율이 좀 오른다고 하니 오만, 불통, 분열의 고질병이 재발한 것인가”라고 성토했다.
한국당은 지난 달 말 대여투쟁에서 5시간30분씩 의원 릴레이 단식농성을 제안하면서 ‘웰빙단식’이란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8일 한국당 이종명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5.18 공청회’에서 “광주 폭동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민주화 운동이 됐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또 같은 당 김순례 의원도 “종북 좌파들이 5.18 유공자란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란 취지의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5.18 폄훼 발언과 관련 권 시장의 이 날 메세지를 두고 일각에서는 젊은 개혁세력으로 분류되는 권 시장이 당 내 극우세력과 선긋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권 시장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직 당시 만 43세의 나이로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맡는 등 당 내 젊은 개혁세력으로 분류된다.
좀 더 들어가 권 시장의 과거 정치적 발언을 되짚어 보면 대권도전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분석도 나온다. 권 시장은 지난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선(先) 재선, 후(後) 대권’에 대한 의사를 여러차례 피력한 바 있다.
그는 시장선거가 본격 레이스에 접어든 지난 해 5월 29일 대구경북 중견 언론인 모임인 아시아포럼 21 초청 토론회에서 “우선 성공한 재선 시장이 되는 데 최선을 다한 후 시민들께서 ‘새로운 소명’을 저에게 주신다면 피하지 않겠다”며 대권도전을 에둘러 표현했다.
이 보다 앞선 2017년 12월 27일 송년기자회견에서는 좀 더 센 표현을 했다. 그는 “대구시장은 적어도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대구시민과 경북도민에게 적임자로 인정받는다면 당당하게 도전하겠다”고 했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당시 홍준표 전 대표는 권 시장에게 ‘블러핑 금지’ 경고를 하기도 했다.
홍 전 대표는 권 시장의 셀프 대권도전 발언을 겨냥 “요즘 일각에서 선거에 나서는 지자체장이 개헌을 얘기하고, 대선을 얘기한다”면서 “당 의사를 무시하고 블러핑(자신의 패가 약하다고 판단될 때 상대를 기권하게 할 목적으로 더 강한 베팅을 하는 것)으로 선거를 치르려 하면 자멸할 것”이라고 했다.
재선 후 정치적 발언을 자제해 온 권 시장의 이 날 당을 겨냥, 작심발언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족쇄였던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최근 벗어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권 시장은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벌금 90만원이 확정되면서 시장직을 유지했다.
한국당의 전당대회 강행에 대해 ‘당 내 정치 실종’, ‘철지난 박심(朴心) 논란’ 등 권 시장의 이번 작심발언이 “대구시민과 경북도민에게 적임자로 인정받는다면 당당하게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과거 발언과 겹치면서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권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에서는 유일하게 파란돌풍을 잠재우며 TK를 지킨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상생협력을 강조하며 끈끈한 애정을 과시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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