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부산시산림조합 앞에서 개최한 공명선거 캠페인 모습.
[일요신문] 오는 3월 13일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치러질 예정인 가운데, 부산시산림조합과 양산시산림조합에서 비정상적으로 조합원 늘리기가 이뤄져 논란이 되고 있다. 선거관리 당국에서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조합에서 이뤄진 비정상적인 조합원 늘리기 방법은 판박이처럼 똑같이 닮았다. 이들 두 조합에서는 이른바 ‘땅 쪼개기’를 통한 조합원 증가가 이뤄졌다. ‘땅 쪼개기’란 실제로는 특정인 한 사람이 소유한 땅을 여러 명 또는 많게는 수백 명으로 나눠 분할해서 등기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비정상적인 조합원 늘리기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명료하다. 조합장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표를 던질 조합원을 많이 확보해야 하는데, 바로 이를 위해 이런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
부산시산림조합 임원인 A 씨는 ‘땅 쪼개기’로 임야를 소유하게 된 이들을 조합원으로 가입시켜 허수 조합원을 늘리고,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조합원을 본인의 조합장 선거에 이용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임야 1평만 소유해도 ‘산림 소유자’로 인정돼 조합 가입이 가능한 현행 정관의 허점을 악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A 씨는 이미 지난해부터 조합장 선거를 염두에 두고 꾸준히 조합원을 늘려왔다는 의심을 받는다.
실제로 산림조합의 자료 등에 따르면 2017년 초에 3000여 명이던 조합원 수가 2018년 말경에 이르러서는 4000여 명으로 증가했다. 2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1000여 명에 가까운 조합원이 새로 늘어난 것이다.
특히 최근 가입한 이들 조합원의 토지 등기 내역을 살펴보면 같은 지번의 주소로 수십 명의 소유자가 서너 평씩 분할 등기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조합원 수 늘리기가 현행법상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산림업 종사자를 지원하는 조합의 성격에 맞지 않는 ‘허수’ 조합원이 늘어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로 인식된다. 조합장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토록 함으로써 조합장과 이사회, 대의원직 장악을 위해 이용될 여지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부산시산림조합 전경.
부산시산림조합이 부산시와 각 구·군으로부터 산림 사업을 수주 받아 시행하는 단체라는 점에서 엉뚱한 곳에 세금이 쓰일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조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기장군 지역위원장은 “산이 많은 기장군의 특징상 많은 군민이 산림조합에 가입해 조합장 선거에 악용될 우려에 처해 있다”며 “일반인들의 무관심 속에 막대한 권한과 특권을 움켜쥐려는 그들만의 리그를 이대로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양산시산림조합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양산시산림조합장에 출마가 거론되는 인물은 모두 세 명이다. 그런 가운데 양산시 어곡동 소재의 모 부지 1필지 4860㎡의 소유자 933명 중 양산시산림조합 조합원 836명이 소유자로 등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 필지에 소유자로 등기된 조합원 836명은 양산시산림조합 총 1835명의 조합원의 45%가량에 이른다. 이들은 5㎡에 불과한 1.5평씩을 나눠 갖진 형태로 소유자로 등기돼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조합장에 나서는 임원 B 씨가 ‘합리적 의심’이란 문구 앞에 마주 서있다.
이에 관련 다른 조합장 입후보 예정자 C 씨는 “조합원 투표로 이뤄지는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한 부지에 대거 몰려있는 조합원 밀집등기는 특정인물을 위한 선거용 조합원 모으기 현상”이라며 “공정한 선거풍토와 형평성을 위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과 양산 두 산림조합에서 이뤄지는 이 같은 행태가 전국적인 현상일 것이란 게 지역 오피니언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임기 4년의 새로운 조합장을 뽑기에 앞서 임업 경영자에 대한 자격 요건 및 산림 소유자에 대한 세부 요건을 만들어 허수 조합원을 정리하고, 특정 임원의 입김이 강해지는 폐단을 시급히 방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