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철 교수
플라스틱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지만 지나친 사용으로 미세플라스틱 문제 및 토양-대기오염 등 지구 환경생태에 많은 심각한 폐해를 일으키고 있다. 대처 방안으로 생물기원의 생분해성(썩는) 플라스틱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며, 그중에 토양 세균류가 세포 속에 PHA(폴리히드록시알칸산)라는 폴리에스터를 합성 축적하는 것을 이용한 PHA 기반 생분해성 플라스틱 개발이 1980년대 이후 국제적으로 활기를 띠며 많은 산업적 연구가 진행돼 왔으나 아직도 세포내 생산의 생산성한계 때문에 석유플라스틱과의 가격경쟁에서 뒤쳐져 있다.
토양세균의 세포내 PHA합성 축적은 프랑스 파스테르연구소의 미생물학자 르모네(Lemoigne)가 고분자의 개념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시점인 1920년 처음 보고한 후 금년이 100년이 되는 해이지만 왜 세균이 세포내에 PHA 나노입자알갱이를 만들어 보관하는지가 수수께끼였다.
세균은 보통 성장환경의 영양상태가 좋지 않고, 주변에 영양화 탄소물질이 많으면 세포내에 PHA 폴리머를 합성, 나노알갱이 형태로 축적한다. 대부분의 미생물과학자들은 이때의 PHA 축적을 나중에 필요할 때 사용하기 위한 에너지원의 축적으로 해석해 왔다.
그러나 세균 자신이 생존하기 힘든 상황의 영양 상태인데 미래를 위해 에너지를 축적한다는 생태논리는 생물리화학 전공의 윤성철 교수는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껴 왔다. 아마도 다른 어떤 이유가 있으리라는 생각을 윤성철 교수는 오랫동안 해오고 있었다. 특히 세균 세포내의 나노 크기의 PHA 알갱이의 형성과정 및 구조는 베일에 싸여 있었으며(그림 참조), 구조는 특징이 없는 랜덤한 수화된 무정형 고분자사슬형태로 되어 있을 것으로 믿어 왔다.
구조를 밝히기 어려웠던 이유로는 현대기술로는 수화상태의 무정형 구조를 원자수준에서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윤성철 교수는 접근 방법을 세포내 나노그래뉼 분리방법의 개선, PHB(PHA의 일종) 카복시말단의 100% 에스터화 캡핑, 효소분해반응, 표면과학, 양이온흡착, 형광분광학, PHB 중합효소 유전자 넉아웃, 전자현미경, 중합효소 phaC유전자 발현 등의 방법을 총동원하여 10년 이상 오랜 시간에 걸쳐 총체적-독창적 접근법을 시도한 끝에 얻어진 결과이다.
본 연구결과는 토양 세균이 자연계 토양의 영양상태가 안 좋을 때는 토양 중 칼슘이온이 세균에게 독소로 작용함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세포내로 들어오는 칼슘을, 카복시 말단 그룹을 단위알갱이(unit granule) 안에 감춘 형태를 취한 방향성 폴리머 사슬로 정렬된 PHA나노알갱이에 포획시킴으로써 세포내 칼슘농도를 조절해 세균의 생존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사진>
그림 왼쪽: 세균 세포내의 방향성 PHA 폴리머가 세포로 들어온 칼슘이온을 포획해 나노 단위입자를 만들고, 여러 개의 나노단위입자가 회합되어 수십~수백 나노미터 크기의 성숙입자를 세균 세포내에 저장한다. 오른쪽 히스토그램: 야생형 H16 토양세균은 영양상태가 안 좋고 칼슘이 있는 조건에서 PHA를 합성하고 동시에 잘 자라는 반면, PHA 합성을 하지 못하게 합성유전자를 고장 낸 변이주는 칼슘이온의 존재 하에서 칼슘스트레스로 잘 자라지 못한다.
윤성철 교수는 단세포 생물인 세균은 자연계 토양 및 물에 존재하는 Ca2+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세포내에 들어오는 Ca2+를 세포내 PHA 단위나노입자의 카복실-코어에 축적 보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칼슘이온은 세포내 신호전달 등 중요한 생화학적 기능을 하는데, 동식물에서는 칼슘의 저장소로 단백질이 이용되지만, 토양세균에서는 폴리에스터 나노입자가 칼슘 저장소로 이용된다는 것은 처음으로 밝혀진 결과로서 프랑스의 미생물학자 르모네가 학계에 세균 세포내 PHA 고분자를 첫 보고한 지 거의 100년 만에 그 수수께끼가 풀린 것이다.
윤성철 교수는 이와 관련 “따라서 PHA가 토양세균의 에너지 저장수단이라는 종래의 학설에 관한 대학 미생물학 교과서의 내용도 수정돼야 한다”며 “물론 추후 후배 학자들에 의해 세균의 세포외 칼슘 인지와 신호전달 및 PHA 칼슘저장시스템과의 관계가 밝혀지면 그 나노알갱이 조립과정과 생리적 역할과의 관계를 좀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난분해성 석유플라스틱의 미세플라스틱화로 인해 앞으로 예상되는 재앙적 수준의 지구 해양생태계를 포함, 모든 생물 생태계 교란 가능성의 이슈와 관련해 미생물에 의해 분해 소멸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소재는 생태환경 친화적이므로 상대적 비용이 조금 높아도 그 가치는 월등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생물고분자 중에서도 셀루로즈, 폴리펩티드 등 다른 비 열가소성 생물고분자에 비해 PHA 계열 고분자는 열가공이 쉬워 그 가공처리 응용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기계적 성질도 매우 우수하여 산업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또한 사용 후 퇴비화 등으로 처리될 수 있어 완전 환경 친화적이다.
윤성철 교수는 “그러나 생산비용이 상대적으로 아직 비싸다는 단점이 있으나 이는 예상되는 미세플라스틱 생태계 위협 문제 등 지구환경재해 예방차원에서 인간이 지불해야 할 비용일 수도 있다.”고 말하며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세균으로부터의 생분해성폴리머 PHA 생산성 한계의 극복이 가능해졌다고 생각된다. 세균세포내의 합성축적은 생산성의 한계가 있으나 세포외 생산은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 이번 발견이 세포외 대량생산의 기술개발을 앞당길 것으로 생각된다(관련 특허 국내외 출원 및 등록)”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이어 “미국에서 귀국 후 경상대학교에서 생분해성 고분자의 생합성, 분해, 응용 연구를 해온 지난 30년 중 거의 20여 년 동안 세균 세포내 PHA 폴리머 나노입자의 효소적 분해 메커니즘 연구 도중 파생적으로 얻어진 연구성과로서 끊임없이 파고 또 파는 꾸준한 기초연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에게 일깨워준 연구”라며 “또한 한국의 대학에서의 연구가 정년으로 인해 마무리되지 못하고 중단되어 안타깝게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나이 72를 넘은 시점에서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정리해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할 수 있었음에 문하의 대학원생 및 연구에 도움을 주신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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