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의 한 사람으로 돌아온 뒤 묵묵히 목격해야만 했던, 박지원 권노갑등 측근들의 줄구속 사태 때문이었을까.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퇴임 6개월 만의 첫 일성은 맹자의 ‘방벌론’(放伐論)이었다. ‘방벌’이란 덕을 잃고 학정을 일삼는 군주를 내쫓는 일. 동교동측은 동양의 민주주의 사상에 대한 예시로 오래전부터 해온 얘기일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정가에선 ‘정치 9단’ DJ의 속내를 두고 구구한 억측이 나돌았다.
‘임금’에 대한 DJ식 유감 표명이었을까, 아니면 정객들이 말에 지나치게 덧칠을 한 것일까. 과연 ‘방벌론’을 전해들은 노무현 대통령 뇌리에 어떤 생각이 스쳐지나갔을지 궁금하다. [글·구성 = 구자홍 기자, 사진 = 청와대 사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