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소달구지를 타고 지용제 행사장에 들어가는 관광객들.
[일요신문] 자연은 생동감과 화려함으로 봄의 절정을 뽐내고,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에 부처님 오신 날까지 지루할 틈이 없는 5월은 어쩌면 사색과 힐링이 가장 필요한 달일지도 모른다.
이 5월에 근대 서정시의 거장 정시용 시인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는 고향 충북 옥천에서 열리는 시문학 축제인 지용제를 찾아 시와 문학의 여운을 가슴에 담아 보면 어떨까?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 금강과 대청호를 품고 있는 옥천군 구읍 정지용 생가 일원에서 열리는 지용제는 전국의 많은 축제들과는 달리 시와 시인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 축제는 차별성을 인정받아 2년 연속 충청북도 최우수축제와 문화체육관광부 육성축제로 동시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는 상설 축제 장소인 지용문학공원을 벗어나 정지용의 발자취와 당시의 시대상이 녹아있는 생가 주변 마을과 골목 곳곳으로 들어가 풍성한 오감만족 행사들을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
정지용 국제문학포럼을 비롯해 골목길 투어, 인력거 타기, 시(詩)공초월 등 추억과 재미가 어우러진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마련했다.
‘골목으로 통하다’를 주제로 내건 주요 행사들을 보면 제25회 지용신인문학상 시상식과 학생그림그리기 대회, 문화마당 축제, 스리랑카 국립민속무용단 공연이 첫날 열린다.
10일에는 한국·일본·중국·베트남·러시아 등에서 한국문학을 연구하는 작가들이 참여하는 동북아 국제문학포럼과 옥천 짝짜꿍전국동요제, 시(詩) 세상을 밝혀라의 불꽃놀이가 이어진다.
11일에는 청소년문학캠프와 동화작가와의 만남, 보약 같은 우리 음악, 박인수·권인하·크라잉넛 등 시인과 함께하는 시 노래콘서트가 진행되며 12일에는 정지용백일장과 전국시낭송대회 등이 열린다.
상설체험으로 죽향초 구교사에서 정지용생가, 옥주사마소, 향수역 등 7개 코스를 방문해 스탬프를 찍는 골목길투어와 옛 추억의상을 입고 즐기는 인력거와 새빨간 기관차 타기, 시가 적혀 있는 오재미를 던져 박을 터트리는 시한(詩限)폭탄과 시가 새겨진 공을 바구니에 넣어 싯구절을 맞추는 시(詩)공초월 게임도 마련된다.
이 밖에도 추억의 마술사 공연과 책읽는 버스 이동 도서관, 희망 종이배 띄우기, 얼룩백이 황소와 함께하는 유채꽃밭 포토존 등도 마련했다.
축제기간 중에 맞는 부처님 오신날에는 신라의 마지막 태자인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출가하는 길에 머물렀다는 옥천읍 삼청리 용암사를 찾아 마의 태자를 새겼다는 절벽의 불상과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 석탑 등을 둘러보며 고즈넉한 사찰 분위기에 젖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진작가인 류정현 예총옥천지회장은 “전국 사진 작가들이 최고의 경치 가운데 하나로 꼽는 용암사의 새벽 운해와 일출을 보기 위해 아침잠을 조금 줄여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 장담한다.
축제장 인근에는 1박2일 등 TV 예능프로 등에서 진가를 입증한 금강과 대청호의 수려한 경관을 즐기며 바이킹과 트레킹 및 특색 있는 향토음식을 즐길 수 있는 명소들이 산재해 있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가운데 유일하게 상행선과 히행선 앙뱡향 차량 모두가 진출입이 가능한 금강휴게소는 리모델링 이전에는 대통령 전용실 있는 호텔이 있었을 만큼 이른 아침 강물 위에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일품이다.
휴게소 앞 라버댐에서 우산을 뒤집어 펴서 튀어 오르는 물고기를 잡는 광경도 많아 소개됐지만 항시 가능한 것은 아니다.
김재종 옥천군수는 “시문학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다양하고 독창적인 문학 콘텐츠에 재미와 감동을 더해 완성도 높은 국내 대표 명품 문학 축제를 선보일 계획”이라며 “정지용 시인의 흔적과 발자취가 깃들어 있는 옥천에 오셔서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거리를 담아가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육심무 기자 ilyo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