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이 포함된 자재를 해체한 뒤 다른 폐기물과 함께 방치한 모습.
부산 동구 좌천동과 범일동을 아우르는 재개발지구 일대는 ‘매축지마을’이란 이름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총 4개로 나눠 개발이 진행되며, 두 곳에는 이미 아파트가 들어섰다. 문제가 불거진 좌천범일통합3지구는 곧 사업 착수에 들어가며, 나머지 한 곳은 시공사와 조합 간에 소송이 진행 중이다.
좌천범일통합3지구는 5월 말께 ‘두산위브더제니스 하버시티’라는 이름으로 일반 분양에 들어간다. 최고 49층에 이르며, 8개동 2385세대 규모로 지어진다. 바로 이 현장이 철거 과정에서 불법행위 등이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현장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석면안전관리법과 폐기물관리법을 위반한 불법행위가 의심된다는 점, 그리고 가로수와 맨홀 등 공공자산을 훼손한 비상식적인 행태다.
먼저 석면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우려가 있는 오염을 방지하고자 마련한 법률인 석면안전관리법 위반이 강하게 의심된다. 석면이 대량 함유된 자재들로 지어진 오래된 가옥이 많다 보니 이에 준해 작업을 펼쳐야 하는데도 그러지 않았다.
특히 석면이 포함된 자재를 해체하고도 별도로 보관장소를 마련하지도 않고 다른 폐기물들 사이에 방치해놓은 것이 확인됐다. 단속이나 감독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않는 것이다.
폐기물관리법 위반이 의심되는 정황도 포착됐다. 신빙성 있는 제보에 따르면 이곳의 철거업체는 폐토석을 혼합해서 치우는 과정에서 오염 우려가 있는 흙도 일부 혼합폐기물로 함께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폐기물관리법은 폐기물을 철저하게 선별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왼쪽부터 가로수가 지지대로 전락한 모습, 하수구맨홀이 지지대가 되고 있는 장면, 전신주와 가로등 기둥에 철거용 파이프가 감겨 있는 모습.
공공재를 사유자산처럼 공사에 마구 이용하는 상식 밖의 행태도 문제다. ‘두산위브더제니스 하버시티’ 건설 현장에서는 시민들을 위해 식수된 가로수가 공사장의 버팀목으로 전락했다. 하수구맨홀이 지지대가 되고 있으며, 전신주와 가로등 기둥에도 철거용 파이프가 철사에 감겨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철거업체나 폐기물업체 등에 대한 관리와 감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산 동구청과 원청인 두산건설에 대한 강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초록생활 백해주 대표는 “돈만 빨리 벌어 제 배만 채우면 그만이라는 비도덕적인 대기업의 이기심이 그대로 투영됐다”면서 “행정조치를 취해야 하는 부산 동구청이 두산건설이 시행하는 사업에는 왜 손을 놓고 있는지도 상당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해당 현장 철거업체 관리 책임자는 “석면은 밀봉한 채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따로 보관장소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작업의 효율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토사 역시 전혀 반출하지 않았다. 우리 입장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한편 본보는 두산건설 측에 위와 관련한 입장을 물었으나, 10일 오전 현재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두산건설은 바로 인접한 좌천범일통합2지구에서는 조합과 소송을 벌이는 중이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