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 허한주(88) 선생이 가야사 연구의 귀한 문헌인 ‘가락국기(駕洛國記)’ 전문을 담은 서예 작품을 김해시에 기증했다.
[경남=일요신문] 박영천 기자 = 김해를 대표하는 서예가이자 한학자인 벽암 허한주(88) 선생이 가야사 연구의 귀한 문헌인 ‘가락국기(駕洛國記)’ 전문을 담은 서예 작품을 김해시에 기증했다.
벽암 선생은 한국미협 김해지부 고문, 경남원로작가회 부회장, 김해원로작가회 회장을 맡고 있는 지역 대표 예술가로서 서예와 한학 분야에서 탁월한 성취를 일구어온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10일 김해시청서 열린 시승격 38주년 김해시민의 날 행사에서 제23회 김해시 문화상을 수상한 벽암 선생은 행사 후 허성곤 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해당 작품을 기증하며 “물실호기(勿失好機, 결코 잃을 수 없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가야사 복원에 미약하나마 붓의 힘을 보태고 싶었다”는 뜻을 밝혔다.
가로 35cm, 세로 135cm 크기 화선지에 장당 240~250여자가 빼곡하게 적힌 이 작품은 전체 16장 분량에 총 글자 수만 3,961자에 이를 정도의 대작이다.
작품 완성까지 약 한 달 정도가 소요될 만큼 노령의 대가(大家)가 혼신의 힘을 기울여 쓴 흔적이 역력하다. 평소 구양순체를 골조로 한 역동적이고 선 굵은 필치가 특징인 벽암 특유의 서체가 오롯이 녹아 있어 서예의 맛을 느끼기에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가락국기는 고려 문종 때 편찬된 가락국에 대한 역사서로서 완전한 내용은 전하지 않으나 삼국유사 제2권에 요약된 내용이 남아있어 가야사에 대한 문헌 사료로 널리 쓰이고 있다.
또 김해 김씨 집안의 역사서인 숭선전지(崇善殿誌)의 첫머리에도 가락국기가 등장하는 등 오늘날 가락국의 왕조사를 엿볼 수 있는 자료로 그 가치가 높다.
벽암 선생 작품은 삼국유사 요약본과 숭선전지본 모두를 참고로 작성돼 가락국기를 폭넓게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벽암의 작품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원본은 병풍 표구 후 시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며, 사본은 도시디자인 조형물 등 도시 곳곳에 김해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자원으로 쓰일 전망이다.
허성곤 시장은 “가락국기는 가야사의 정통성을 입증하고 가야에 대한 김해의 종주권을 드러내는 귀한 문헌 사료이기에 허한주 선생의 이번 작품 기증은 대단히 뜻깊다”며 “지역의 대표적인 원로 예술가이신 허한주 선생의 붓 끝에 밴 가야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보다 많은 시민들과 나눌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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