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200여 여성단체 연대네트워크’의 기자회견 장면.
‘부산지역 200여 여성단체 연대네트워크’(부산 여성계)는 16일 오전 동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학비리척결은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이며,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현재 교육당국이 사정의 칼날을 빼들고 대대적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방대학에서 버젓이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어 경악을 금치 못할 지경”이라며 “최근 단행한 여성학장에 대한 비상식적인 징계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해 하반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의대는 작년 11월 지방 4년제 종합대학으로는 드물게 예술디자인체육대학 통합 단과대학에서 선거를 통해 첫 여성학장을 배출하면서 부산지역 여성계의 많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선거 전후가 그다지 순탄치 않았다는 게 부산 여성계의 전언이다. 여성이 학장에 출마하는 것과 관련해 “여자가 ‘부(副)’자만 달면 되지 무슨 학장이냐”를 비롯, 당선 후 교무회의 중에도 여교수의 발언에 “여기가 (여자들)반상회 하는 곳이냐?”는 식의 발언이 나왔다고 여성계는 주장하고 있다. 양성평등의식을 교육에 반영시켜야 할 교육공직자들이 뿌리 깊은 남성 중심적인 의식구조로 여성을 폄훼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부산 여성계는 이번에 징계를 받은 A 여학장이 교수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공정한 학사행정을 견인하겠다는 공약으로 해당 단과대학 교수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는데도, 일부 반대 세력 측에서 끊임없이 마녀사냥식으로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정신적인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동의대학교 전경.
논란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A 여학장에 대한 ‘3개월 정직’은 신학기 학사운영과 관련해 불거졌다. 여성계 등에 따르면 해당 학과장은 교과목 시수반영에 있어 지난 10여 년간 단 한 명밖에 교원임용고시에 합격된 사례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교원임용에 도움이 되는 수업배정을 위해 학과 교수들과 단톡방 논의과정을 거쳐 수업을 편성했다.
이후 비정년 교수인 B 씨가 자신의 과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갑질’이라고 대학 측에 A 학과장을 신고했다. 이에 대학은 갑질위원회를 긴급 구성해 당사자인 A 여학장의 변론도 들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갑질로 규정하고 3개월 정직이라는 해임 직전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통상 교수 징계는 학기 중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예방을 위해 방학 중에 처벌을 내리는 게 통례다. 심각한 범죄행위를 했다고 해도 대부분 한 달 정직이 일반적이지만, 성폭행 현행범이나 금치산자도 아닌데도 학기 중에 대안도 없이 3개월 정직 중징계를 내렸다. 다분히 감정이 녹아든 부당한 징계라는 게 부산 여성계의 시각이다.
부산 여성계는 이번 A 여학장의 징계처분의 이유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 교수대상 대학발전기금모금과 관련해서도 입장을 전했다. 교무회의 당시 해당 여학장이 대학 측의 교수연봉 2% 학교발전기금 모금과 관련, 6년 동안 교수들의 임금이 동결된 상태에서 수시로 교수들을 대상으로 기금을 모금하는 것보다는 ‘매년 증가하는 학생 중도 이탈률을 막아 재정을 확보하는 방안’과 ‘정년을 앞둔 연봉 1억 원 이상의 교수들이 1~2년 후 퇴직하면 이후 재정유출은 줄어드니, 임시 융통을 해서라도 재정을 확보하자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가 미운털이 박혔다는 설명이다.
부산 여성계는 “무엇보다 이번 동의대 논란의 근간에는 갑질위원회에 처음 문제를 제기한 B 교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방통행식 행정의 부당성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거둬들이는 대학발전기금 문제가 사슬처럼 얽혀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학 측은 부당한 징계처분을 철회하고 교수들이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학사분위기를 조성함은 물론, 하루빨리 학생들의 학습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나서주길 바란다”면서 “이 같은 문제가 장기로 치닫고 지속될 경우, 부산지역 모든 여성단체와 학부모들과 연대해 자녀들을 믿고 맡길 수 없는 학교로 분류하고 입학반대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동의대학교 관계자는 “여성계에서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면서 “이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자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다음에 일정을 따로 잡아 입장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