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바람을 가르며 성당 앞 쓰레기 무단 투기로 하루를 시작하는 남자가 있다. 이 사람이 돈 아끼느라 연애 한번 못해봤고, 겨우내 보일러대신 내복 두겹씩 껴입고 살며, 21세기 최첨단 시대에 아직까지 삐삐를 쓴다는 그 유명한 쫌팽이 ‘선국’이다.
무늬만 소설가인 선국은 오늘도 몇 달째 마감 넘긴 소설을 붙들고 씨름중인데, 느닷없이 어떤 여자가 2층 방이 자기 셋방이라고 우긴다. 뽀글 파마에 애교점이 돋보이는 얄딱구리 패션의 여인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 스쿠터로 커피 나르며 부산 대전 광주 찍고 오늘 서울에 입성한 그 여자는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떠돈다는 바람녀 일명 풍녀(風女) ‘화정’이다.
가뜩이나 되는 일 하나 없던 선국의 일상은 느닷없이 들이닥친 다방 종업원 출신 화정 때문에 뒤죽박죽 풍비박산되고, 쫌팽이의 철칙으로 삼아 오던 생활 신조들은 하루하루 깨지고 마는데….
출연 김승우 김정은 변희봉. 9월5일 개봉.
◆연극 - <작은할머니>◆
김씨 큰댁은 딸 하나를 낳고 10년 동안 아들이 없자 작은댁을 보려고 사람을 구한다. 한편 일제 말 혼란기에 남편이 독립운동하러 만주로 떠난 후 소식이 없고 근근이 어려운 생활을 해 오던 작은댁이 선을 보러 온다. 씨받이로 김씨 집에 들어온 작은댁은 큰댁의 정성 어린 노력에도 불구하고 3년이 다 되도록 아이를 낳지 못하여 큰댁과 갈등한다.
세상이 바뀌어 45년 해방을 맞이할 즈음 작은댁은 큰댁의 정성에 드디어 아들을 낳고 둘째를 가졌을 무렵 우물가에서 우연히 본 남편을 만나게 된다. 독립운동을 하며 떠돌아다닌 남편은 다리를 저는 불구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본 남편과의 만남도 잠시, 둘째 아이를 가진 작은댁과 본 남편은 뼈저린 이별을 하게 된다.
9월5일부터 28일까지 대학로 소극장 정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