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지 구거 위에 세워진 동아대학교 구덕캠퍼스 정문.
[일요신문] 동아대학교가 국유지를 오랜 기간 무단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 서구청은 이를 묵인해 왔다는 의심을 사면서 지자체가 지역 명문사학의 입김에 눌려 정상적인 행정을 펼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동아대학교는 해방 직후인 1946년에 개교한 부산지역의 대표적인 사학이다. 1951년 부산시 서구 동대신동으로 이전한 이후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현재는 대학본부와 가장 많은 단과대학이 자리한 승학캠퍼스, 병원과 의과대학 등이 소재한 구덕캠퍼스, 석당박물관과 법학전문대학원 등이 위치한 부민캠퍼스 등으로 나눠져 있다.
역사가 오래된 덕에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막강하다. 지역 정관계와 재계에 많은 동문들이 포진하면서 지역거점 국립대학인 부산대학교에 버금가는 인력풀을 자랑한다.
문제점이 드러난 곳은 바로 동아대학교병원과 의대가 함께 자리한 구덕캠퍼스다. 대학 측이 점유한 국유지는 서구 동대신동3가 7-3번지, 8-1번지, 8-2번지, 8-3번지, 516-1번지, 서구 서대신동3가 61-77번지 등 모두 6필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학 측은 먼저 국토교통부 소유 필지 가운데 구거지에다 정문 형태로 시설물을 세웠다. 나머지 필지는 주차장 관리시설물, 현수막 거치대 등으로 사용 중이다.
이 가운데 명백한 불법은 국유재산에는 영구시설물을 설치하지 못하는데도 콘크리트로 대학 정문을 설치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점유 기간도 짧은 기간도 아닌 몇십 년에 이른다.
구덕캠퍼스 정문 문제에 대한 답변을 듣기 위해 대학과 병원 양측 모두에게 입장을 물었다. 먼저 동아대학교병원 관계자는 “경비실 정문은 학교가 실질적으로 관리한다. 병원과는 무관한 학교 출입을 위한 출입구”라고 선을 그었다.
동아대학교 관계자는 6필지 가운데 1필지에 대한 1년간의 사용료 고지서만을 문자로 보내왔다. 추가자료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대학 측이 공개한 결의서 세부내역에 따르면 동아대는 6필지 중 516-1번지 구거지에 대해서만 점용면적 458㎡, 점용 기간 2017년 1년간에 대한 부과금액 256만 3000원을 2018년 10월 31일까지 납부했다. 6필지를 수십 년을 점용하고도 불과 1필지에 대한 사용료 1년 치만을 납부한 것이다.
한 해 1필지에 대한 점용료가 256여만 원 정도라면 동아대 측이 수십 년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추산되는 점용료는 상상을 초월한다. 점용료는 곧 세금이다. 고의적으로 점용료를 납부하지 않을 의도가 있었다면 이는 곧 탈세로 볼 수 있다.
경동건설이 병원 건축 후에 국유지에 방치한 폐자재의 모습.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동대신동3가 8-1번지 국유지에는 경동건설이 동아대학교 부속병원 리모델링 공사를 시행하면서 건축 후 남은 폐자재를 버려두고 방치하는 등 도시미관까지 심하게 해치고 있다.
부산 서구청의 태도는 더욱 의아하다. 서구청은 국유재산 6필지를 동아대학교 학교법인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데도 그대로 내버려 뒀다. 특히 동대신동3가 516-1번지는 구거지(하천)여서 특별한 자료를 참조하지 않아도 쉽게 노출된다. 따라서 서구청이 불법 점유를 인지하고도 방조해왔다는 비판에서 비켜서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서구청에 동아대 측이 국유지 사용승낙을 받았는지 확인 여부를 요청했지만, 전산상 2013년까지만 확인돼 승낙을 받았는지조차 불분명했다. 서구청의 국유지 관리실태가 엉망이란 점만 드러난 것이다.
동아대 측이 추가자료를 보내오지 않고 서구청에 이를 확인할 길이 없는 것으로 미뤄 대학 측의 국유지 점유는 불법인 것으로 가닥이 잡힌다. 해마다 납부해야 하는 사용료 부과 기록이 없다면 이는 명백한 불법이다.
배움의 전당인 대학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측면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불법을 자행하고 지자체가 이를 묵인한다면 바로 이게 시급하게 청산해야 할 ‘적폐’라는 비판과 지적이 나온다.
정민규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