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원외 지역구 위원장이 차린 연구소의 간판이나 건물 외벽에 당명과 직책을 표시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서 비롯됐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대부분 불법이라고 여겼지만, 규정이 명확하지 않고 모호한 측면이 많았다. 바로 이를 두고 중앙과 지방의 선관위에서 다른 해석을 내놓아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당명과 직책이 표기된 현수막(왼쪽)과 이후 교체된 현수막의 모습.
이 문제가 부각된 것은 더불어민주당 부산진구을 지역위원장에 선임된 류영진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사무실을 내면서부터다. 류영진 위원장은 부산진구 가야대로 윤정빌딩 7층에 ‘부산경제연구소’를 열면서 지역 선관위에다 연구소를 알리는 홍보물에 자신을 소개하는 문구로 ‘더불어민주당 부산진구을 지역위원장’이라고 표시할 수 있는지를 질의했다.
이에 부산시선관위와 부산진구선관위는 면밀한 검토를 시작했다. 두 지역 선관위는 직책 표시 여부와 크기 등을 모두 포함해 ‘가능하다’고 결론은 지었다. ‘당명 표기는 불법’이라는 그동안의 정설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류영진 위원장에 따르면 부산시선관위 담당자는 “옥외광고물법에 따른 것은 구청의 소관이라 논외로 한다. 거리에 나붙는 정치인들의 플래카드에 직책을 쓰고 있는 것처럼 지금 시점에서 자신의 연구소에 당명과 직책을 쓰는 건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다만 연구소가 지역 사무소 역할을 하면 정당법을 위반한 불법이고, 선거일 180일 이내로 들어가면 어떤 내용도 표시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선관위의 해석에 따라 류영진 위원장은 지난 7월초 ‘더불어민주당 부산진구을 지역위원장’이란 문구를 넣어 자신의 사무실을 소개하는 현수막을 게시했다.
관련 내용이 알려지자 다른 원외지역위원장들의 관련 문의가 선관위로 빗발쳤다.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이에 중앙선관위는 ‘원외 지역구 위원장이 차린 연구소의 간판이나 건물 외벽에 당명과 직책을 표시할 수 없다’고 다시 해석을 내렸다. 이에 류영진 위원장은 최근 현수막을 바꿔달았다.
중앙과 지역 선관위가 같은 사안을 두고 180도 다른 방향으로 오락가락한 셈인데, 결국 이 모든 논란의 원인이 현역의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도록 만들어진 선거법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류영진 위원장은 “현행 선거법은 현역의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는 선거가 공정경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명제에 분명하게 배치된다. 선거법, 특히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법 개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