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KIA 감독 유력 후보로 떠오른 이종범 LG 코치 . 사진은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국가대표 코치를 맡았던 시절. 사진=연합뉴스
먼저 KIA는 지난 5월 16일 광주 KT전을 끝으로 자진 사퇴한 김기태 전 감독을 대신해 박흥식 감독대행 체재로 시즌을 치렀다. 당장 내년 시즌부터 팀을 이끌 새로운 사령탑을 선임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즌 종료 전부터 차기 감독 후보군과 관련해 이런저런 소문이 무성했다.
야구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동안 KIA가 감독을 선임하는 형태에 빗대 이번에도 차기 감독은 타이거즈 출신일 것이라고 말했다. KIA를 전담하고 있는 한 기자는 “순혈주의를 중시하는 KIA 풍토를 고려했을 때 타이거즈 출신의 지도자가 선임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가능성 있는 후보군으로 현재 LG 트윈스 2군 총괄 코치를 맡고 있는 이종범 코치를 꼽았다.
“현재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 중 가장 가능성 있는 대안이라는 게 구단 쪽 분위기다. 이 코치로선 LG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상황에서 KIA 감독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부분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만약 KIA가 감독 제의를 한다면 그걸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무엇보다 구단 고위층에서 타이거즈의 영구결번자인 이종범 코치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 해설위원 A 씨는 기존의 후보군이 아닌 KIA의 김종국 주루 코치 이름을 꺼냈다.
“올시즌 KIA의 ‘히트 상품’으로 꼽히는 박찬호는 김종국 코치의 작품이나 마찬가지다. 선수들 사이에서 김 코치에 대한 신뢰가 두텁고 구단에서도 김 코치를 높이 평가한다고 들었다. KIA가 여러 감독 후보군을 올려놓고 좁혀가는 작업을 하는 중인데 그중 김 코치에 대한 평가가 의외로 높다고 하더라. NC 다이노스에서 지난 시즌 마치고 코치였던 이동욱 감독을 깜짝 발탁했듯이 KIA도 이번에 누구도 예상 못한 깜짝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야구 해설위원 B 씨는 KIA 베테랑 선수한테 직접 들은 내용이라는 전제로 외국인 감독 선임 가능성을 제기했다. B 씨는 “주축 선수로 뛰고 있는 선수의 말로는 구단이 국내보다는 외국인 감독 선임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다”면서 “타이거즈 출신의 야구인들 여러 명 후보로 거론됐지만 구단 측은 좀 던 신선하고 파격적으로 선수단을 이끌 외국인 지도자를 찾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는 말을 전했다.
해설위원 B 씨는 최근 KIA 팬들 사이에서 나돌고 있는 조계현 단장의 차기 감독설과 관련해서 “나도 소문으로 들었다”라고 말했다.
“결국 감독을 최종 결정하는 권한은 구단 고위층이 갖고 있다. 모기업의 수장이 차기 감독을 ‘찍어서’ 내려 보낸다면 구단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조계현 단장이 구단 고위층과 좋은 교감을 주고받았다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KIA 팬들의 반응이다. 어쩌면 김기태 전 감독과 함께 퇴장했어야 할 조 단장이 차기 감독에 오른다면 KIA 팬들이 그 상황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다. 분명 여론은 좋지 않을 것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김한수 감독은 올 시즌이 계약 기간의 마지막 시즌이다. 현재 돌아가는 상황으로 봤을 때 김한수 감독의 재계약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하다. 기자가 접촉한 야구 기자와 해설위원들은 모두 진갑용 코치를 삼성의 차기 감독으로 꼽았다.
해설위원 A 씨는 진갑용 코치에 대해 “최고의 장점이 포수 출신이라는 점”이라면서 “삼성에서 선수로 뛰며 우승에 많은 공헌을 한 인물이고 코치로 활약하며 누구보다 삼성의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차기 삼성 감독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진갑용 삼성 코치. 삼성서 선수, 전력분석원, 코치로 지내며 구단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설위원 B 씨는 진갑용 코치가 가장 유력하지만 LG 김현욱 트레이닝 코치도 가능성 있는 후보라고 꼽았다.
“김한수 감독이 삼성의 선택을 받았던 2016년 겨울, 김현욱 코치도 당시 유력한 감독 후보군에 있었다. 내부 경쟁에서 밀리는 바람에 류중일 감독과 함께 LG로 방향을 틀었는데 삼성에서 투수 코치를 맡는 동안 막강한 마운드 구축으로 삼성 왕조를 이룬 공로를 인정받는다면 진갑용 코치와 함께 유력한 차기 감독 후보로 꼽히는 건 당연하다.”
롯데를 전담하는 한 기자는 롯데의 차기 감독은 외국인 감독이 될 수밖에 없고 그중 래리 서튼이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
“로이스터는 밑밥용이었다는 게 기자들의 시각이다. 결국 쿨바와 서튼 코치 중 한 명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내부에서는 서튼 코치를 더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롯데가 그리는 청사진과 서튼 코치의 지도법이 잘 맞아 떨어진다고 들었다. 성민규 단장이 국내 감독 후보군들과도 접촉하겠지만 결국은 외국인 감독 후보 중에서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롯데 담당 기자도 외국인 감독을 유력한 선택지로 예상했다. 그는 “성 단장이 추구하는 혁신전인 개혁안과 현장이 잘 맞아 떨어지려면 어쩔 수 없이 외국인 감독 체제가 성립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말도 덧붙였다.
취재 중 접촉한 한 야구인은 “그 많은 야구 선수 출신 중 감독 후보로 꼽을 만한 인물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구단에서 차기 감독 후보군을 정할 때 왜 외국인 감독을 찾을 수밖에 없는지를 생각해봐라. 야구 선수 출신들은 많지만 그중에서 쓸 만한 지도자 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들 감독 자리에 욕심은 많은데 준비 안 된 야구인들이 대부분이다. 구단도 문제다. 선수단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그 문제점을 해결해줄 수 있는 지도자를 선임해야 한다. 구단 고위층, 여론, 미디어의 눈치를 보고 감독을 선임하면 성적이 좋지 않을 때 시즌 중 퇴출되는 악몽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는 또한 차기 감독을 찾고 있는 구단들의 모습이 너무 느긋하다고 지적했다.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한 팀들은 정규시즌 마치고 곧장 마무리 훈련을 떠나는데 감독 후보군들과 면접만 반복한다면 코칭스태프 구성은 언제 이뤄지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