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왼쪽)이 지난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구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권미혁(가운데)·홍인표 의원으로부터 대구시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을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일요신문DB
최근 5년간 수사중이거나 언론, 시민·사회단체, 기관 내부 노동조합 등에 의해 바깥으로 드러난 대구시 산하기관들의 비위·비리 의혹을 보면 채용비리, 낙하산 인사에서부터 방만·부실경영, 보조금 비리와 불법설립 의혹까지 다양하다.
현재 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대구시 출자·출연기관인 한국패션산업연구원(패션연)은 최근 원장 공모과정에서 ‘패알못’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패션업계 경력이 전무한 4성 장군 출신 인사가 후보에 포함돼 자격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류심사에서 최고점까지 받으면서 파문이 커졌다.
패션연 노동조합 등 복수의 단체가 패션연 원장추천위원회(원추위)가 원장공모 심사 과정에서 관련 규정 위반과 함께 대리심사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공정성 문제도 불거졌다. 패션연 원추위는 산업통상자원부, 대구시, 경북도의 패션산업 담당 국장 등 당연직 이사 3명과 패션 관련 업체 대표, 대학교수 등 선출직 이사 6명을 포함해 모두 9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지역 한 유력 일간지가 입수한 패션연의 이번 ‘제5대 원장 공모 접수 현황’에 따르면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A 씨는 패션 관련 경력이 전무할 뿐 아니라 현재 고문으로 있는 업체도 전선, 용접기 등을 생산하고 있어 패션업계와는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원추위 한 위원은 “A 씨가 패션업계 경력이 없더라도 다른 부분에서 역량이 뛰어나다고 위원들이 판단했을 수도 있다”면서 “원추위가 면접을 통해 지원자를 3명으로 압축하더라도 산업부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해명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A 씨가 최고점을 받은 원추위 회의에서 당연직 이사인 대구시 경제국장이 불참하는 대신 다른 시 공무원이 대리참석했다”면서 “또 다른 당연직 이사인 산업부와 경북도의 패션 담당 국장도 마찬가지로 서류심사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심지어 대리참석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 씨가 패션업계나 유관기관 종사자, 관련 학과 교수 출신보다 높은 94점 최고점수를 받았는데 원추위가 운영지침을 제대로 지키고 서류심사를 했다면 불가능한 점수였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원장 및 대표 선임을 둘러싸고 파문이 일고 있는 한국패션산업연구원(위)과 대구 엑스코(아래) 전경. 사진=대구시·엑스코 홈페이지
비슷한 시기 대구 엑스코 대표이사 선임을 둘러싼 ‘낙하산 인사’ 파장도 크다. 대구시는 최근 산하 공공기관인 엑스코 대표이사에 서장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54)을 선임했지만 ‘서류마감 전 특정인 내정설’이 나돌면서 한 달째 낙하산 파문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진련 대구시의원은 지난 22일 열린 임시회 5분 질의에서 “엑스코 대표뿐만 아니라 한국패션산업연구원장 선임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다”면서 “권영진 시장이 공공기관 대표를 선임할 때마다 ‘관피아’·‘낙하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권미혁 의원과 홍익표 의원도 앞서 10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구시 국정감사에서 산하기관에 대한 대구시의 관리감독 부실을 지적하며 권영진 시장을 강하게 질타했다. 권 의원은 국감에서 “엑스코 대표이사 공모과정에서 서류접수도 마감하기 전에 특정인 내정설이 흘러나왔다”고 질타했다. 홍 의원도 경찰 수사중인 대구경북디자인센터의 채용비리를 겨냥해 “수사와 상관없이 내부감사를 통해 관련자를 사퇴시켜야 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밖에도 보조금 비리 의혹과 부실감사, 방만경영으로 인한 경영부실, 불법설립 의혹, 기관대표 지인의 직원 성추행 의혹 등 최근 5년여 동안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대구시 산하기관들의 비위·비리가 만성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자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견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진련 대구시의원은 지난 22일 열린 임시회 5분질의에서 시 산하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을 주장했다. 사진=일요신문DB
이진련 의원은 현재 시 인사청문회 대상을 공사·공단 등 공공기관 5곳에서 대폭 늘리고 공공기관 선임과정에서 심사위원 구성과 응모자 명단, 표결 내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제안했다. 직원이 80명이 넘는 산하 공공기관 4곳에는 노동자 대표 1명을 비상임이사로 두는 ‘노동이사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2016년 서울시 산하 일부 공공기관에서 도입한 후 최근 금융기관과 민간기업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에 있는 노동이사제는 대구시의회에서도 지난해 10월 관련 조례안이 발의되긴 했지만 상임위원회에서 보류됐다.
김성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