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이 시공한 해운대의 A 아파트에서는 전체의 3분의 2에 달하는 세대가 심각한 하자로 인해 고통을 겪는가 하면, 시민단체의 토양오염 지적을 무시하고 사업을 진행한 사례도 확인됐다. 지난해에는 기장군 정관더테라스에서 사기 분양과 부실시공 논란이 일기도 했다.
두산건설이 시공한 해운대 모 아파트의 벽면 모습.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입주자 대표위원회가 언론 등에 공개한 사진에는 천장 벽지가 축축하게 젖어있거나, 창틀에서 물이 새는 모습들이 그대로 드러났다. 벽 전체가 곰팡이로 검게 물들어 있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다. 피해 증거 사진과 동영상은 100개가 넘는다.
입주자 B 씨는 “전체의 3분의 2에 달하는 세대에서 문제 생겼다면 이는 하자가 아닌 부실시공이다. 두산건설은 심각한 부실시공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두산건설 측은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 입주자들이 “일상생활이 마비됐다”며 두산건설 측에 극심한 불편 상황을 전달했지만, 두산건설은 “우천과 강한 바람으로 보수 공사 작업이 늦어졌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자 관할 지자체가 감독에 나섰다. 부산 해운대구는 입주민들의 집단 민원이 제기된 해당 아파트 시공사인 두산건설 측에 하자 원인 규명, 조치계획과 관련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고 10월 23일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이를 성토했다. 해운대를 지역구로 가진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관련 사실을 적시하며 두산건설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동구 좌천범일통합3지구에서는 시민단체의 토양오염 관련 지적을 무시하고 사업을 강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 초록생활이 토양오염 의혹을 지적했지만, 두산건설 측은 이를 무시하고 자체조사를 벌인 뒤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사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후 정밀조사에서 실제 기준치가 넘는 기름오염이 성분이 검출됐다.
두산건설의 해당 현장 관계자는 “자체 토양조사 과정에서 오염토가 발견되지 않아 정밀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현재 부산시와 동구청의 지침대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기장군 정관더테라스에서는 사기 분양과 부실시공 논란이 일어 극심한 마찰을 빚었다. 입주민들은 분양 안내 당시와 준공 이후의 설계가 다르고 주차장 벽과 천장에 누수가 발생하는 등 부실시공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두산건설은 “설계도면에 맞게 건립됐고 공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전점검이 이뤄진 만큼 부족한 부분을 부실시공이라고 단정을 짓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주민들은 두산건설 측의 반박에 맞서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수차례 청원까지 올렸다.
이렇듯 공교롭게도 두산건설이 주택 건설과 관련해 잇단 잡음을 일으키자 부산시민들 사이에서는 ‘두산’이란 단어가 공포심과 적개심을 띤 낱말로 변형되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집단 계열사라는 위치에 맞게 기본적인 기업윤리 정도는 갖춰야 한다는 날선 지적이 나온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