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이후 말끔하게 정비된 사고현장. 사진은 부산노동지방청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기 이전 모습.
[일요신문] 부산 문현동의 한 아파트에서 50대 인부가 추락해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유족 측이 장례절차까지 미루면서 시공사와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시공사가 책임을 회피하려 든다는 게 유족 측의 주장이며, 유족 측에서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게 시공사 측의 입장이다.
사고 발생일은 지난 10월 30일이다. 이날 문현동의 경동건설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의 협력업체 직원인 정 아무개 씨가 4m 옹벽 철심 제거 작업을 하던 중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정 씨는 이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이틀 만에 숨졌다.
정 씨 사망 이후 유족 측은 안전난간대와 안전망 등 현장에 있어야 할 안전장치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원청인 경동건설과 정 씨가 소속된 하청업체를 상대로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유족 측은 원청인 경동건설이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으며 합의에도 미온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 발생 이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유족은 발인도 미룬 채 시공사 측을 향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상태다. 유족과 시공사 간의 갈등은 합의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사고 발생 나흘 뒤인 지난 3일 협력업체 대표 A 씨는 유족 측에 위로금을 지급하겠다는 각서를 작성했다. 바로 이 과정에서 유족 가운데 한 명이 A 씨를 향해 폭력으로도 오해받을 수 있는 행위를 가했다. 유족 측은 목 뒷덜미를 세게 밀쳤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A 씨의 입장은 달랐다.
A 씨는 하루 뒤인 4일 유족 측으로부터 감금과 폭행을 당해 각서를 쓴 것이라며 이를 철회하고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A 씨가 각서를 철회하고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하자 시공사 측과 유족 측의 갈등은 봉합할 수 없는 수준으로 증폭됐다. 특히 사태를 관망하던 원청인 경동건설은 유족과의 접촉도 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동건설 해당 현장소장은 “유족 측에서 만나서 합의 문제를 얘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협력회사 대표를 감금·폭행까지 한 마당에 겁이 나서 어떻게 만나겠는가”라며 “일단 경찰 조사를 지켜보고 이후 입장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가족 B 씨는 “경동건설에서 조문은 왔으나 사망 경위에 대한 설명은 한마디도 없었다”며 “특히 합의 과정에서 고인을 잃은 슬픔에 격해진 감정 때문에 발생한 일을 두고 폭행·감금했다고 주장하며 뒷짐을 지고 있다. 원청으로서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유족들이 시공사의 현장 관리가 미흡했다고 주장하는 부분도 또 다른 논란거리다. 유족들은 고인이 추락이 아닌 낙하물이나 물건으로 인한 충격으로 사망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히 건설사 측이 주장하는 2m에 높이에서 부주의로 떨어져 사망했다는 얘기를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인의 머리 부분이 한쪽은 12~13㎝, 다른 한쪽은 8㎝가량이 찢어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 까닭에서다.
부산노동지방청은 ‘산업안전보건법시행규칙 제2조에 따른 중대 재해 발생’에 따라 사고현장의 옹벽 외부 비계작업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안전·보건 조치를 위반해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원청과 사업주는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유족들은 7일 오후 현재까지 발인도 미루며 경동건설과 협력업체 측에서 성의 있는 태도로 협의에 나서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시공사 측의 입장이 쉽사리 바뀔 것으로 보이지 않아 갈등은 장기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