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정정복 전 부산시축구협회 회장, 장인화 전 대한장애인체육회 수석 부회장.(출마 선언 순)
[부산=일요신문] 하용성 기자 = 오는 27일 열리는 첫 민선 부산시체육회장 선거가 사실상 2파전으로 압축됐다.
이미 출마 의사를 밝힌 정정복 전 부산시축구협회 회장에다 장인화 전 대한장애인체육회 수석 부회장의 출마선언이 오는 9일로 예정된 까닭에서다.
당초 출마가 유력하던 박희채 전 부산생활체육회 회장은 사실상 도전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체육회 소속 회원종목단체 대의원과 16개 구·군 체육회 회장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487명의 표심이 정정복·장인화 두 명 가운데 어느 후보에게로 향할지 관심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이번 시체육회 회장 선거는 오는 18일부터 26일까지 8일간 선거운동이 펼쳐진다. 이후 27일 선거인단 투표에 의해 첫 민선 부산시체육회장이 선출된다.
스타트를 먼저 끊은 쪽은 정정복 전 부산시축구협회장이다. 정 전 회장은 이미 지난 10월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당협위원장 직책 유지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자 이마저도 과감하게 벗어던졌다.
정 전 회장의 최대 장점은 추진력이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한 체육계 경험이 일천하다는 지적은 역으로 오히려 이런 추진력을 돋보이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체육계에 오랜 기간 활동하면서도 뚜렷한 성과를 나타내지 못한 것보다는 짧은 시간에 굵직한 결과물을 도출해낸 점이 더욱 주목되기 때문이다.
정정복 전 부산시축구협회장은 15년 만에 부산에 A매치를 유치했다. 지난 6월 아시아드 주경기장 5만5천석을 꽉 채우며 성공적으로 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10일부터 열리는 E-1챔피언쉽 동아시안컵 국제축구대회 유치도 그의 성과다. 한국·중국·일본·대만·홍콩 5개국이 참가하는 등 이 대회 유치로 정 전 회장은 경영능력, 열정 그리고 봉사와 헌신성을 입증 받았다.
배움이 필요한 청·장년들을 위해 10억원 이상을 들여 건물을 지어 한국해양대에 기증했다. 지진으로 고통 받는 네팔의 사원들을 복원하는 등 평소 인류애를 바탕으로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장인화 전 대한장애인체육회 수석 부회장은 화인베스틸 대표이사, 동일철강 대표이사 등을 맡고 있는 탓에 지역기업인으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장 전 수석 부회장은 2003년 부산시 육상연맹 부회장을 맡은 이후 줄곧 체육계와 인연을 맺었다. 같은 해 대한장애인사격연맹 회장을 맡은 뒤, 2005년엔 대한장애인체육회 수석 부회장에 선임됐으며 이 직을 8년간 역임했다. 2013년 5월부터 최근까지는 대한수상스키·웨이크스포츠협회 회장도 맡았다.
2017년엔 대한체육회 이사로 선임되며 중앙 체육계에 진출했으며, 올해부터는 부산시체육회 수석 부회장으로 일해 왔다.
이처럼 오랜 기간 체육회에 몸담아왔기 때문에 장 전 수석 부회장은 인맥과 네트워크 등에서 다소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2년 후에 있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선거에 다시 나설 뜻이 있다고 공공연하게 전해지는 점은 해명하고 가야할 숙제로 여겨진다.
정정복·장인화, 이들 두 명은 무난하게 조직 관리를 해온 인물, 사비까지 지출해가며 부산 체육 발전을 위한 대형이벤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인물이란 점에서 뚜렷하게 대비된다. 수비형과 공격형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두 캐릭터 가운데 어느 쪽에 표가 많이 쏠릴 지가 가장 주된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우려되는 대목도 있다. 정치권의 입김이 첫 민선 부산시체육회장 선거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도 있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그동안 당연직을 맡아왔던 전·현직 시장의 손길로부터 얼마나 자유롭게 선거가 진행될지를 두고 보는 것도 관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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