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압배출구 미설치 또는 성능기준 미달 제품 설치시 시설물 파손사례 (사진=대구안실련 제공)
[대구=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 화재 진화를 위해 중요시설 등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국내 할로겐화합물 가스계 소화설비(이하 가스계 소화설비)의 국가성능인증시험기준(KFI)이 국제기준에 비해 엉터리여서 국민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최근 꾼준히 제기된 가운데 정부와 소방당국이 이를 시인하는 답변을 내놓으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하 대구안실련)은 9일 “지난 10월 14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 발표와 함께 정부에 답변을 요구한 후 산업통상자원부와 소방청으로부터 답변이 나왔는데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국민안전을 위해 위법에 대해서는 강력한 행정조치와 함께 국제기준에 맞는 인증시험 기준 개정 등 정부차원의 근본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대구안실련이 제기한 국내 가스계 소화설비 국가성능기준의 문제점은 소화약제의 안전성과 인체 유해성에서부터 설비효과 과대인정, 설비방식의 기준미달과 법위반까지 다양했다.
특히 국내 가스계 소화설비의 소화약제로 쓰이는 할로겐화합물의 경우 화재 진압을 하지 못할 경우 독성이 높은 많은 양의 불산을 발생시켜 2차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친환경 소화약제로 불리는 불활성기체 대신 이 약제를 쓰는 이유는 시공 편리성과 가격 때문이다. 할로겐화합물은 주성분인 플로우(F)가 화재시 고온에 의해 불산(HF)을 발생시키기는데 불산은 반도체 에칭용이나 전략물자로 쓰일만큼 부식성이 강한 가스로 알려져 있다.
설비효과는 국제기준보다 과하게 인정해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평 방호거리는 2~6배, 수직 상부거리도 3배 이상까지 인정해 주고 있다. 배관비도 국제기준은 80% 이하로 인증해 주고 있지만 국내는 300%로 인증해 주고 있다.
이에 대해 소방청은 “제조업체와 관계 전문가 회의를 통해 결정된 것인데 국제기준보다 일부 인증값이 큰 측면이 있어 검토 후 개정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현재 국내 가스계 소화약제 충전방식인 가입식 충전방식이 법 기준에도 없고 안전성능 기준에도 미달된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국내 가스계 소화설비에 적용되는 화재안전기준(NFSC107A)에는 소화약제를 저장용기에 충전하는 방식으로 모두 축압식 저장용기를 사용토록돼 명시돼 있고 가압식 저장용기에 대한 규정은 없다.
이에 대해 소방청은 “가압식과 축압식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고 답했지만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주무부처인 산자부는“현재 가압방식의 약제용기 등이 최고충전압력을 초과한다”며 법 위반이란 유권해석을 내놨다.
국내에서 현재 가압식으로 소화약제를 충전하는 이유는 소화약제를 멀리 보내기 위한 것인데 고압의 질소 가압용기를 추가로 설치하는 시스템이다. 가압방식은 선택밸브 고장 등으로 폐쇄될 경우 높은 압력으로 인한 폭발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외에 ‘가스계 소화설비 주요부품에 대한 작동성능시험과 소화약제 방출에 따른 시설물 손상방지 기준 무(無)’ 지적에 대해서는 “전문가 논의 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김중진 대구안실련 공동대표는 “현재 국내 할로겐화합물 가스계 소화설비는 다중이용시설이나 공공기관, 공장, 통신시설, 발전소 등 매우 중요한 장소에 설치되기 때문에 시설물 보호과 국민안전을 위해 엉터리 국가성능기준을 국제기준에 맞게 조속히 전면 개정하고 정부차원의 근본대책 마련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안실련은 이와 관련 지난달 소방청과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을 상대로 감사원 공익감사도 청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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