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체육회장에 출마한 정정복(왼쪽)·장인화 후보.
부산에서 ‘깜깜이 선거’ 우려가 불거진 것은 부산시체육회의 모호한 태도 때문이다. 부산체육회장 선거는 장인화 전 부산시체육회 수석부회장과 정정복 전 부산축구협회장 두 명이 겨룬다. 장인화 후보는 오거돈 부산시장을 대신해 지난 1년 동안 시체육회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온 인물이며, 정정복 후보는 15년 만에 축구 A매치 유치 및 동아시아5개국 남·여 국제축구대회 유치를 성공시킨 장본인이다.
이들 가운데 정정복 후보는 지난 13일 “짧은 선거기간으로 인해 자칫 깜깜이 선거, 줄 세우기 선거, 향응제공과 금품선거 등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면서 ‘TV정책토론회’를 전격 제안했다. 이에 장인화 후보는 “피할 이유는 없다. 선거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으니 대한체육회 판단을 기다려보자”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부산시체육회 선관위는 나흘 뒤인 17일 “공개토론은 규정에 없다”며 불가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대한체육회의 입장은 달랐다. 정정복 후보 측이 석연치 않은 판정에 대한체육회에 문의해본 결과, 대한체육회는 “후보들 간의 합의가 있으면 가능하다”고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대한체육회는 부산시체육회 선관위가 불가 판정을 내린 그날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공문을 하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이 알려지자 부산시체육회 선관위는 “행정상의 착오다. 의도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부 체육인들은 ‘부산시체육회가 친정후보를 엄호하려 든다’면서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경남도체육회 회장 선거에 출낙선한 권영민 전 도체육회 상근부회장이 23일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도체육회 회장 선거가 불법선거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연합뉴스)
경상남도체육회장 선거에서는 ‘불공정’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20일 치러진 경상남도체육회장 선거에서 낙선한 권영민 전 경상남도체육회 상근부회장은 “관권이 개입한 불법선거”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경상남도체육회는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권 전 부회장은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달 초 명희진 경남도 정무특별보좌관과 구오진 경상남도체육회 사무처장의 대화 관련 증거와 증인이 있다. 이들 간의 대화가 공직자의 선거 중립의무를 위반한 관권 선거”라고 주장했다.
선거인단 명부의 사전 유출 의혹도 제기했다. 권 전 부회장은 “선거인단 명부는 후보 등록을 마친 11일에 공개돼야 하지만, 이보다 닷새 빠른 6일에 사전 유출됐다”고 말했다. 그러자 경상남도체육회는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처럼 첫 민선 체육회장 선거가 부산·경남에서 동시에 논란이 되는 배경으로는 정치권과 기존 조직의 입김이 미친 까닭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다 선거 과열 움직임이 보태지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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