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경남 양산이 4·15 총선 부산·울산·경남의 최대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양산 을 지역구에서 혈투를 펼칠 전망이기 때문이다. 양산 갑에서는 최근 이뤄진 민주당의 인재영입을 둘러싸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김두관 의원의 양산 을 투입을 일찌감치 결정했다. 이에 대항마를 고심하던 한국당이 12일 홍준표 전 대표를 해당 지역구에 내보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양산 을에는 문재인 대통령 사저가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에게 중요한 곳이다.
김 의원과 홍 전 대표는 나란히 경남도지사를 지냈다. 임기 중에 중도 사퇴했다는 부분도 닮았다. 그런 점에서 이 두 인물이 펼치는 대결의 상징성은 남다르다. 특히 이 맞대결의 진행 상황이 서부경남을 제외한 부산·경남(PK) 전체의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그 무게감은 상당하다.
해당 지역구에서 빅매치 성사가 가능해진 것은 현역 의원인 민주당 서형수 의원이 불출마 뜻을 굳히면서부터다. 서 의원의 불출마가 확정되자, 민주당은 경남지사 출신인 김두관 의원의 출마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후 한국당이 홍 전 대표를 양산 을에 투입키로 검토하면서 빅매치 성사가 가능해지게 됐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의 고향인 밀양·의령·함안·창녕 출마를 고수하던 과정에서 당 지도부와의 조율을 통해 방향을 틀었다.
김두관·홍준표 대결이 이뤄질 전망이 우세해지자 양산 을은 이낙연·황교안 전 총리 간의 대결로 압축된 종로와 함께 가장 커다란 관심을 받고 있다. 종로와 양산 을은 후보자가 모두 차기 대권주자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민주당의 입장에서 양산은 어느새 열세지역으로 전락한 PK를 공략하기 위한 핵심 거점지역이다. 적의 핵심 거점지역은 아군에게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한국당에게도 양산은 소홀히 할 수가 없다. 때문에 양산 을은 총선 기간 내내 집중 조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영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과 김성훈 전 경남도의원.사진=일요신문DB
양산 갑에서는 민주당이 한국당 소속 현역인 윤영석 의원에 맞설 적임자를 고르는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지역을 돌며 부지런히 표밭을 가꾸던 예비후보(후보)들 앞에 느닷없이 당 지도부와 친분이 있는 인사가 나타난 게 원인이다.
당초 양산 갑은 민주당에게 청년 후보가 두 명이나 출사표를 던져 주목을 받았다. 경남도의원을 지낸 김성훈 후보(42)와 박선미 후보(39)가 그들이다. 이외에도 심경숙 후보, 양삼운 전 양산일보 발행인 등이 출마 의사를 나타냈다.
그런 가운데 민주당 18호 영입인재인 이재영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2월 10일 출마를 선언하자 양산 갑 지역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특히 이 전 원장이 이날 출마 기자회견에 양산시의원들의 참석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당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원은 “이재영 후보가 이인영 원내대표와의 친분 및 중앙당 인재영입이란 타이틀을 등에 업고 자신의 세를 미리 과시하려고 했던 게 아니냐”면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 전 원장의 출현을 지켜보던 기존 후보들도 여러 채널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불쾌감을 나타냈다.
문제는 이 전 원장의 이 같은 참석 요청이 중앙당이 내세운 ‘선출직 중립’ 방침에 위반된다는 점이다. 이 전 원장으로서는 지역에서 가진 첫 행보에서 당의 기준을 팽개친 중대한 실수를 저지른 셈이다.
기존 후보들이 이 전 원장의 등장을 반기지 않는 이유는 명료하다. 자칫 양산 갑이 전략공천으로 후보자가 결정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전 원장을 제외한 후보들은 당이 갑과 을에서 동시에 전략공천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행여 을이 아닌 갑에서 전략공천이 이뤄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기존 후보들은 민주적인 절차로 경선이 진행되길 희망하고 있다.
이처럼 양산이 한쪽은 빅매치 성사여부로 인해, 다른 한쪽은 인재영입을 둘러싼 잡음으로 함께 뜨거워지고 있다. 이 같은 과열조짐은 후보자 선정 방식 결정 등 중요 선거 일정을 거치면서 또 다른 폭발적인 화학작용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