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병원 설립자 故 박영섭 박사
[부산=일요신문] 김희준 기자 = 부산지방보훈청(청장 권율정)은 제101주년 삼일절을 맞아 학교법인 화봉학원 대동대학교(이사장 박성환)와 대동병원(병원장 박경환)의 설립자인 고 박영섭 박사에게 일제강점기 대한민국의 자주독립과 건립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해 대통령 표창을 전수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가보훈처 주관의 기념식이 취소돼 개별 지방보훈청을 통해 독립유공자들에게 표창장이 전달됐다.
박영섭 박사는 어려서부터 두뇌가 명석해 일제 강점기 당시 수재들만 모인다는 관립 대구사범학교에 입학해 대한독립을 이끄는 교육자를 꿈꾸며 애국심을 키워나갔다. 그가 5학년이 됐을 때 일본인 교사가 한국인 학생에 대해 차별 대우를 하는 것에 항의하는 활동을 주도하다 퇴학 처분을 받게 됐다.
박영섭 박사의 장인은 동해 한흥교(韓興敎), 처남은 먼구름 한형석(韓亨錫)으로 이미 독립운동가 집안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때문에 그 사건은 그에게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됐다.
일제의 만행에 항거하다 퇴학 처분을 받은 그는 교사로서 대한독립을 이루겠다는 꿈을 접고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하여 의사가 됐으며, 해방이 되던 해인 1945년 부산광역시 동래구 수안동 183번지에서 현재 대동병원의 전신인 대동의원을 개원했다. 병원 이름은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장인 한흥교가 고향에 돌아와 1917년 개업해 운영했던 대동의원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그는 대동의원을 개원하며 “독립을 이뤘지만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주민들에게 잘 살고 못 살고를 떠나 누구나 같은 수준의 의료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각종 질병과 병마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술을 펼쳐나갔다. 또한 6.25전쟁 당시에는 부산이 임시 수도가 되면서 전상자와 외상환자가 넘쳐나자 병원 명칭을 대동외과병원으로 변경하고 환자를 받아 수많은 생명을 살려낸 일화도 유명하다.
1960년대 열악했던 의료 환경에서 부산을 대표하는 병원으로 대동병원의 성장을 이끌던 그는 대한민국의 근대화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인재 양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하고 1967년 자신의 호를 딴 학교법인 ‘화봉학원’과 독립유공자였던 장인 한흥교의 호를 딴 ‘동해중학교’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그로부터 3년 후에는 당시 턱없이 부족했던 간호 인력을 양성을 위해 현재 대동대학교의 전신인 ‘대동간호학교’를 설립하는 등 부산지역 의료 및 교육 선진화에 이바지한 공이 크다.
박영섭 박사의 아들이자 현재 부산광역시병원회 회장을 맡고 있는 대동병원 박경환 병원장은 “부친인 화봉 박영섭 박사가 타계한지 6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살아생전 제게 늘 일러주었던 애국애민과 긍휼지심의 정신은 그가 남긴 학교법인 화봉학원과 대동병원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며 “독립유공자의 자손으로 대한민국의 독립을 이끌었던 부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일제강점기에서 독립, 6.25 전쟁의 폐허에서 이뤄낸 놀라운 경제성장과 의료발전 등 대한민국 독립의 역사와 함께한 대동병원이 부산을 대표하는 종합병원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지역주민의 사랑과 응원 덕분”이라며 “대동병원은 현재 코로나19라는 국가 위기상황에서도 故 박영섭 박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흔들림 없이 지역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살피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가보훈처는 박영섭 박사 외에 1919년 3월 경북 의성에서 초등학교 만세 시위를 주도한 박망아 선생, 여성 의학도 현덕신 선생 등 총 106명에게 건국훈장, 건국포장, 대통령 표창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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