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물류단지 내 지하를 파 들어가 사석을 채취한 후 되메우는 모습(점선 안)
[일요신문] 고성군이 추진하는 무등물류단지가 채석단지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눈가림’이라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물류단지 조성을 빌미로 공기를 계속 늘리면서 채석행위를 이어간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무등물류단지는 ‘조선해양산업의 신흥 가교지역인 고성군의 교통 결절점에 조선해양산업 전문 물류단지를 조성해 조달-생산-판매 물류를 아우르는 종합적 선진물류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필요성에 따라 추진된다. 고성군은 당초 용산리 일원 면적 27만 3209㎡에 민간 실수요자 개발방식으로 243억 원을 들여 2015년까지 물류단지를 조성키로 했었다.
해당 물류단지는 조성 공기가 한없이 늘어났다, 바로 이 점이 우선 의심을 부추긴다. 경남도 고시를 보면 당초 사업기간은 2013년도 8월에서 2015년 12월까지였지만, 3차례 변경 승인 고시 후 사업기간은 2020년 12월까지로 늘어났다. 계획대로라면 벌써 조성이 끝나야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준공은 기약이 없어졌다.
이 같은 상황을 배경으로 더욱 확실하게 고성군의 행정이 의혹을 받는 대목은 무등물류단지를 조성키로 한 곳이 이미 채석단지가 허가된 장소라는 점에서다. 채석단지 허가가 연장되지 않자 궁여지책으로 물류단지 허가를 받아 채석단지 역할을 그대로 수행하고 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관련 제보를 토대로 2013년도 조감도와 현재 공사진행 현장을 비교해 보면 제보의 신뢰성에 무게가 실린다. 무등물류단지 조감도는 산을 비스듬하게 절개한 후 층층별로 부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공사 진행 상황은 지하로 계속 파고들어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작업으로 인해 발생한 사석은 레미콘 골재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작업 주체가 바로 고성군에 위치한 레미콘 제조업체인 고성레미콘이기 때문이다.
이는 설계를 벗어난 시공으로 허가구역을 벗어나 골재용 사석을 채취했다면 엄연히 불법으로 사업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중대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인근 주민들은 고성레미콘이 지하로 파고들어간 부분을 메우기 위한 목적으로 산업폐기물을 들여왔다면서 분개하고 있다.
제보자이자 인근 주민인 A 씨는 “고성레미콘은 수년 동안 설계에도 없는 지하부를 파고들어가 골재용 사석을 채취하고, 이를 복구하기 위해 많은 양의 토사를 들여왔다. 최근 들어 토사 유입이 여의치 않자 급기야는 산업폐기물인 슬래그까지 들여왔다”고 주장했다.
고성레미콘 아래에 위치한 저수지 모습. 이미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죽음의 물웅덩이로 변했다.
고성레미콘 관계자는 이에 대해 “레미콘 재료로 들여왔을 뿐 매립할 의도는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성레미콘의 해명은 의구심을 풀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고성레미콘 바로 아래에 위치한 저수지가 이미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죽음의 물웅덩이로 변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고성레미콘 바로 아래에 위치한 저수지는 슬래그에 의한 오염인지 분간되지 않으나, 초콜릿 물감을 풀어 놓은 듯이 매우 진한 농도로 물이 오염된 상태였다. 이 물을 간이측정기 TDS(용존고형물질)로 측정해 봤더니 165㎎/L로 나타났고, PH(산도) 농도는 95를 기록해 오염도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성군에 관련 실태에 대해 물었으나, 답변은 군이 환경에 대한 의지가 어떠한지를 가늠할 수 있는 정도로 돌아왔다. 고성군 관계자는 “물류단지 내 저류지에 대해서는 물 수질 검사를 했지만 고성레미콘 아래에 있는 저수지에는 검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물류단지를 관리하고 있고, 빠른 준공을 독촉하고 있다”며 “슬래그가 단지 내 방치돼 있는 것은 옮기라고 행정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정민규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