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의 공사장에서 흘러나온 토사가 하천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일요신문] 창원시 지개-남산도시고속화 도로건설 현장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실정에 맞지 않는 환경영향평가에 발목이 잡혀 지역민들의 피해보상금 3억 원 요구를 들어줄 처지에 놓였다. 주먹구구식의 환경영향평가가 시공사와 주민 모두를 곤란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개발행위를 하는 경우 자연을 보호할 목적으로 환경영향평가 후 공사의 진행방향을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환경영향평가는 하나의 기준일 뿐이다. 공사현장의 변화무쌍한 현실에 대비하면 맞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바로 이 같은 일이 지개-남산도시고속화 도로건설 현장에서 발생했다. 해당 고속화도로는 동읍~경남도청으로 이어지는 국도 25호선 대체우회도로와 직접 연결된다. 도로가 개통하면 이 구간 통행 시간이 기존 30~40분에서 10분가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도로를 시공하는 현대산업개발은 산악지역을 관통하는 난공사인 점과 지역민의 삶의 터전을 지나가는 노선인 점 등으로 고려해 지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환경오염을 최대한 예방하는 공사를 진행하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가 않은 모습이다.
특히 산악에 비산먼지 예방 시설물을 설치하려 했지만, 장소를 확보하지 못한 관계로 지역민에게 공사에 따른 피해가 불가피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현대산업개발은 용전마을, 남산마을, 용강마을 등을 대상으로 공사에 따르는 피해 보상을 협의 중에 있다. 그런 가운데 마창진환경연합이 현대산업개발 측의 잘못된 시공방법을 지적하는 성명서를 내고 지역민들의 피해에 대한 적극적인 구제방안을 마련하도록 촉구하고 나섰다.
마창진환경연합은 성명서에서 “환경영향평가서에 약속한 대로 생태파괴와 주민 생활환경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창원시와 시공사는 공사를 중지하고 협의사항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환경문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피해를 주장하는 마을의 대표자는 현대산업개발에 보상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발전기금 및 피해보상금 3억 원, 대체 우회도로 마을 뒤 520m 건설, 소하천 준설 및 축대보수, 마을 뒤 IC 진출입로 확보, 용전체육관 건설, 방음벽 설치, 상수도 연결 등이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공사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피해를 준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마을의 요구를 들어 줄 경우 이 공사는 안하는 것이 낫다”며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공사중지 행정처분을 받은 후 자구책을 마련해 피해 억제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마을 주민 분들의 피해에 대한 보상금 문제를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들어주기가 힘들다”고 입장을 전했다.
용전마을 청년회 김 아무개 씨는 “창원시 사업을 방해할 목적은 전혀 없다. 마을발전을 위해 원활한 공사가 진행되도록 협조하겠지만, 잘못된 공사로 인한 피해는 우리의 현실이다. 피해를 줬으면 당연히 보상은 이뤄져야 한다. 우리 마을 주민들은 지나가는 무수한 차량이 발생하는 매연과 미세먼지를 평생 안고 살아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민규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