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 이당산업단지에 조성되는 KAI공장 전경
[일요신문] 경남 고성군이 이당산업단지(이당산단)에 건립되는 한국우주항공(KAI) 공장 불법설립과 관련한 비판에 ‘모르쇠’로 일관해 감사원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당산단은 고성군이 KAI에다 불법적으로 건축허가를 내줘 문제가 된 곳이다. 본보는 이 내용을 단독보도(고성군-KAI, 미준공 산단 공장 건축 불법인 줄 알고도 강행?)한 바 있다. 하지만 고성군과 KAI는 현재 보란 듯이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공사를 중단하고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없는 셈이다.
고성군이 스스로 불법을 인지하고도 멈추지 않는 것은 KAI와의 실시협약에 따라 내년 비행기 날개를 생산하지 못한 경우 막대한 피해보상금을 물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고성군과 KAI 모두가 이 문제를 바로잡을 해결책을 마련하지는 않고 불법을 계속 강행하는 것은 양측에 모종의 결탁이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런 가운데 지난 보도 이후 또 다른 불법행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업집적법)’ 제38조의 2 제1항을 위반한 것이 산업통상자원부(산업통상부)의 답변으로 확인됐다. 지난 보도에서 지적한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산업입지법)’ 위반에 이어 산업집적법도 어긴 것이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산업구역 등에서 임대사업을 하려는 자는 공장설립 등의 완료신고 또는 사업개시의 신고 후 관리기관과 입주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나,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등 사업시행자는 제외한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용지를 임대한 자가 산업입지법 제16조 1항 1호·2호에 따른 산업단지개발사업의 시행자라면 산업집적법 제38조의 2 산업단지에서의 임대사업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KAI는 순수한 임대한 자로 산업단지의 사업시행자라는 지위를 획득하지 못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 법률이 정한 어느 하나에도 속하지 않는다. 이당산업단지가 갖춰야 할 필수 기반시설이 아직 마련되지 못했기에 KAI가 임차한 이당산단은 고성군이 불법으로 임대한 것으로 귀결된다.
아무리 KAI가 국가 방산기업이라 하더라도 법률이 정한 규칙을 어긴 고성군의 다급한 사정이 무엇인지 짚어봐야 할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KAI 공장이 준공된 이후도 문제다. 이당산단의 기반시설이 조성되는 2020년까지 생산 활동을 하지 못 할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할 KAI의 국내외 신용도 추락 및 납기기일을 맞추지 못한 후폭풍 등이 천문학적인 손실로 나타날 전망인 까닭이다.
고성군이 지금이라도 잘못된 부분을 정비한 후 KAI가 사업시행자의 지위를 확보하도록 하고, 법률이 정한 규칙을 지키며 생산 활동을 영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법무사 A 씨는 “KAI가 아무리 국가 방산기업이라 하더라도 고성군이 법률이 정한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공장설립을 허가한 다급한 사정이 무엇인지 짚어봐야 한다”면서 “현재 상태로 봐서는 반드시 감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군 관계자는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거듭된 해명 요구에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KAI 측은 몇 차례에 걸쳐 이 문제에 대한 입장과 수습대책을 듣고자 했으나, 본보의 전화와 문자를 거부하는 등 공기업으로서의 면모를 상실한 책임 없는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