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구청(왼쪽)과 온종합병원 전경. 제공=부산진구·온종합병원
[일요신문] 부산진구보건소(부산진구)가 관내 대형병원이 자체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의료법 위반 고발을 단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진구는 ‘적법한 절차’라는 입장이지만, 해당 병원은 ‘갑질 행정’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감사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부산시 당감동 온종합병원(병원)에서 근무하는 A 씨(40대·남)는 최근 부산진구 B 주무관으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부산진구의 고발은 의료기관과 소속 직원이 구청의 사전승인도 없이 가족 및 친인척을 상대로 진료를 받도록 한 행위가 ‘의료법 위반’이라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문제는 부산진구가 A 씨를 고발하는 일련의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피고발인인 A 씨가 보낸 자문 서류를 갖고 당사자에게 통보도 없이 곧바로 고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A 씨는 ‘개별적인 의료비 감면 사례에 대한 지자체 사전승인 필요 여부 등을 관할 지자체에서 개별·구체적으로 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는 보건복지부의 답변을 토대로 부산진구에 ‘병원 직원 및 직계가족에 대한 감면 내부기준’을 보내 자문을 구했다. 부산진구는 해당 서류를 이용해 곧바로 ‘의료법 위반’으로 A 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A 씨는 이와 관련 “자문을 구하기 위해 제출한 서류를 경찰 고발용으로 사용할지 꿈에도 몰랐다”면서 억울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관련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감사원에 제출했다.
진정서 내용에 따르면 A 씨는 관할 구청에 정당하게 사전승인을 받고자 5월 11일 서은숙 부산진구청장과 부산진구보건소장을 수신자로 하고 ‘온종합병원 직원 및 직계가족에 대한 감면 내부기준’에 대한 자료를 우편으로 발송했다.
이에 부산진구는 6월 2일 ‘문서 접수에 따른 추가자료 제출 협조 요청’ 공문을 병원에 팩스로 보냈으며, A 씨는 부산진구 B 주무관과 통화를 통해 ‘보건복지부 답변에 따라 직원 및 직계가족 감면에 대한 사전승인을 받고자 해서 보낸 것’이라고 답변한 뒤 관련 자료를 다시 발송했다.
이후 부산진구는 A 씨와 병원 측에 아무런 연락도 없이 경찰에 고발했다. A 씨는 부산진구의 이 같은 조치가 ‘구청이 수사기관이 아닌 만큼,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법적인 부분은 상급 기관인 보건복지부에 질의한 이후 유권해석으로 결정한다’는 일반론에 반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B 주무관은 ‘병원과 A 씨의 본인분담금 감면에 대해 상급 기관인 보건복지부에 유권해석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제출 서류로 이미 불법을 확인한 이상 보건복지부에 유권해석은 별도로 필요치 않았다. 유권해석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부산지역의 또 다른 구청보건소의 입장은 부산진구의 답변과는 결이 달랐다. 남구보건소 관계자는 “보편적으로 위법이라고 판단되면 해당 병원을 통해 확인서를 받은 뒤 고발 여부를 결정하지만, 개인일 경우는 구두로나마 고발조치에 대해 알린다”며 “무엇보다 법적으로 예민할 수 있어 명확한 판단이 필요할 경우, 상급 기관인 보건복지부에 유권해석을 받아 위법 여부를 판단해 결정한다”고 밝혔다.
A 씨는 “병원 특성상 주무관청인 구청이나 보건소는 부담스러운 곳”이라며 “이런 곳에다 공문을 보낼 때는 검토해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자고 한 것이지, 아무런 말도 없이 고발해 달라고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