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캐스팅 과정에서의 문제 때문에 김수현 작가가 왕따를 시킨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사실이 아닌 일에는 관심을 끊는 편이에요. 현장에서 전혀 힘들지 않고 사랑받고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촬영하고 있거든요.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에 아는 분이 먼저 그런 얘기가 나돈다기에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무시해요’라고 말했는데 3~4일 만에 일이 이렇게 커져 버렸네요.
―김수현 작가가 트위터를 통해 ‘남상미 왕따설’은 말도 안 된다고 직접 밝혔던데.
▲난 그냥 사실이 아닌 일이니까 넘어가려니 했는데 작가님께서 많이 화가 나신 것 같았어요. 날 많이 생각해주신 것도 같고. 작가님이 명쾌하게 해주셔서 저로선 너무 좋았죠.
―그렇지만 드라마에서 분량이 상당히 적은 것은 사실이다. 은근히 속상할 것도 같다.
▲아니 왜 속이 상하죠? ‘원투쓰리’(세트 촬영에서 카메라 3대가 좌우 중앙에서 얼굴을 잡는 것) 촬영이 7년 만인 데다 김 작가님 대본은 대사량도 많은 편이라 내가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어요. 오히려 작가님이 이런 나를 배려해주셔서 천천히 연주 캐릭터를 만들어주고 계신 것뿐이에요. 출연 분량이 적다고 생각하기보단 작가님이 이렇게까지 날 배려해주시는구나 싶어 오히려 마음이 편했어요.
―뜬금없는 이야기 같지만 평소 연애 스타일이 궁금하다.
▲그냥 편안한 게 가장 좋아요. 뭘 막 계획해서 데이트하거나 하는 편은 아니고 그냥 같이 녹아 있는 편안한 느낌이 좋아요. 그러다 보니 ‘밀땅(밀고 당기기)’도 싫어합니다. 마음에 들면 차라리 내가 먼저 대시하는 편이죠.
―그런데 드라마에선 왜 그렇게 ‘호섭’(이상윤 분)이를 괴롭히나?
▲‘연주’(남상미의 극중 캐릭터)니까요. 그렇지만 ‘연주’도 결국 사랑에 빠져 누군가에게 구속되면 정말 잘할 사람이라는 부분은 저와 비슷해요. ‘연주’가 얼마나 귀여운데요. 주변 남자들한테도 늘 그래요. 연주 같은 애 만나라고, 이런 애가 정말 진국이라고. 지금 ‘연주’가 ‘호섭’이한테 그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 ‘호섭’이가 참 부지런하고 열심이고 긍정적인 좋은 사람이고 그걸 알지만 ‘연주’가 그를 남자로 보지 못하고 벽을 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히 있어요. 절대 ‘밀땅’하는 거 아니고 연주가 그럴 사람도 아니에요.
▲ <일요신문>과 ‘잠깐만요’최초 인터뷰. |
▲그게 인생 아닌가요. 인생이나 삶에서도 내가 주인공일 때가 있지만 엄마가 주인공일 때도 있잖아요. 어떤 일이 있을 때마다 가족이나 지인들이 그 사람을 위해주고 같이 밥을 먹고 내 위주로 인생이 돌아가야 한다고 우기는 것 자체가 이기적인 것 같아요. 드라마 역시 캐릭터 분량에 욕심내기보단 다 어우러져야 진정한 가족과 인생이 완성되겠죠. 그런데 참 아이러니해요.
―뭐가 아이러니한가?
▲드라마에서 내 분량이 많아지려면 뭔가 문제가 생겨야 하는 거잖아요. 실제 삶에선 누구나 문제가 생기는 것을 피하려 하는데 날 좋아해주는 시청자들은 지금 연주에게 뭔가 문제가 생기길 기대하는 거잖아요. 사실 배우는 드라마에서 아프면 똑같이 아프거든요. ‘연주’가 아파하면 저도 아파할 텐데 팬들은 내가 아프길 기다리시는 거니까 참 아이러니하죠.
―캐릭터가 아프면 배우도 같이 아프다, 참 인상적인 얘기다. 그만큼 배우가 힘든 직업이라는 얘기인데 그래도 연기가 좋은 이유가 무엇인가?
▲일단 폭발할 때가 가장 재밌어요. 내가 평소에 해보지 못한 감정이 있구나 하고 느낄 때 참 기분이 묘하죠. 나 같은 경우 평소 성격은 항상 긍정적이에요. 기복도 심하지 않아 심하게 우울해 지지도 미친 짓을 하지도 않아요. 반면 연기는 늘 극적이라 재밌죠. 또 현장 나가면 그냥 기분이 좋아요. 기분이 밝아지고 톤도 올라가면서 즐거운 에너지가 막 생겨나는 것 같아요. 오히려 작품 사이사이 쉴 때 느끼는 연기와 현장 갈증을 더 못 견디겠어요.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캐릭터도 있을 것 같다. 한번 제대로 폭발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캐릭터가 있나?
▲요즘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의 문근영 씨가 하는 캐릭터요. 세상에 반항적이면서 알 수 없는 독기를 품고 있는 캐릭터를 꼭 해보고 싶었는데 요즘 문근영 씨 캐릭터가 딱 그런 것 같아요. <신데렐라 언니>를 다 챙겨보진 못하지만 볼 때마다 감탄하고 있어요. 내가 하고 싶었던 캐릭터를 저 배우는 저렇게 연기하고 있구나 생각하며 많이 배우고 있어요.
―얼마 전 <일요신문> 창간 18주년을 기념해 연예인 1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인터뷰에서 남상미 씨는 연예계 생활에 대해 시니컬한 답변을 들려준 몇 안 되는 스타 가운데 한 명이었다. 지인들 경조사를 잘 못 챙기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잘 못 어울리는 게 속상하다고 했었는데.
▲예를 들어 친구들이랑 4박 5일로 제주도에 놀러 가기로 했는데 그날 마침 중요한 스케줄이 생기면 못 갈 수도 있어요. 그렇게 나 때문에 취소된 경우가 많아요. 같이 가도 친구들이 피해를 봐요. 우선 공간이 제약되죠. 친구들은 제주도까지 왔으니 한라산도 가고 일출도 보고 올레길도 가고 싶은데 나 때문에 못 가곤 하죠. 어딜 가도 나는 의식을 안 하고 편하게 노는데 되레 친구들이 신경 써요. 좀 있으면 친구들이 먼저 ‘저기서 자꾸 쳐다보는데 우리 이제 일어설까?’라고 물어요. 해코지하는 것도 아니니 괜찮다고 해도 친구들은 계속 안절부절 못하고 신경을 쓰죠. 그런 게 미안해요. 요즘엔 친구들이 놀러 가자고 해도 내가 먼저 ‘괜찮을까? 너희들 가서 편하게 놀 수 있겠어?’라는 얘기가 먼저 나와요. 그럴 때 정말 미안하고 속상하죠. 가족들이랑 여행도 자주 다녔는데 이제 못가겠더라고요. 그게 속상해요.
▲연애요? 20대 초반이요. ‘롯데리아 걸’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를 스물한 살 때까지 만났는데 그 이후에는 연애다운 연애를 못해봤어요. 막 데뷔한 20대 초반엔 연기자로 자리 잡기 위해 일에 집중하느라 바빴고 시간이 지나 유명세가 생기면서 연애하기가 더 힘들어졌어요. 소개팅을 해도 인간 남상미가 아닌 연기자 남상미로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또 남녀 관계라는 게 진득하게 만나봐야 되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우리 일이 너무 불규칙적이잖아요.
그래서 약속 잡기가 어려워 친구들하고 약속을 깨는 일이 자주 있고 갑자기 시간 비면 당장 만나자고 전화하곤 하는데 연애 초기에는 그런 게 쉽지 않잖아요. 이런 불규칙한 생활을 이쪽 일 하는 사람들은 이해해주는데 다른 일 하는 사람은 잘 이해해주지 못하시는 것 같아요.
―얘길 들어보니 연애를 해보려 시도는 해본 것 같다.
▲(웃으면서) 시도는 꾸준히 해야죠. 앞으로도 계속 할 겁니다.
―‘롯데리아걸’ 얘기가 나온 김에 그때 <일요신문>에 인터뷰 기사 실렸던 것 기억나나? (남상미는 데뷔 전 <일요신문>의 ‘잠깐만요’ 코너에 인터뷰 기사가 실린 바 있다. ‘잠깐만요’ 코너는 평범한 젊은 여성들에게 다가가 ‘잠깐만요’라며 잠시 말을 걸듯 진행된 연재 인터뷰 코너로 여기 소개된 이들 가운데 연예인으로 데뷔한 사람은 남상미가 유일하다)
▲그럼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죠. 그때 하얀색 니트를 입고 갔던 것까지 다 기억나는 걸요. 내 인생 최초로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거라 어떤 옷을 입고 갈까 하며 한참을 고민했었어요. 그때 내가 연예인이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었는데, 참 신기해요.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