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 미켈슨이 마스터스대회 18번 홀 그린에서 우승퍼팅을 하는 순간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리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 “갓댐잇”과 “컴온 허니”
원래 우즈는 코스에서 친절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정해진 장소가 아니면 인터뷰는 물론이고 일체 팬들의 사인이나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그리고 볼이 생각처럼 잘 맞지 않을 경우 클럽을 내려치는 등 거친 화풀이 동작도 자주 표출한다. 그래서 이번 마스터스는 섹스스캔들로 이미지를 구길 대로 구긴 상태에서 시작한 만큼 ‘반성’과 ‘친절’을 콘셉트로 삼았다. 하지만 3라운드가 열린 4월 11일(한국시간) 우즈의 못된 예전 버릇이 도마에 올랐다.
이날 우즈는 볼이 잘 맞지 않자 세 차례에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 나중에 CBS의 골프해설자(짐 난츠)가 이를 문제로 삼을 정도였다. 특히 6번홀 티샷이 빗나가자 우즈는 “You suck! Goddamnit”이라고 욕설을 내뱉었고, 이것은 생중계하던 CBS TV의 마이크에 고스란히 잡혔다.
반면 미켈슨은 원래 욕설과는 거리가 멀다. 공이 잘 맞지 않을 때도 오히려 볼에게 애원하듯 부드럽게 말한다. 이날도 미켈슨은 “C’mon, honey”라고 자신의 볼에게 아주 사랑스럽게 호소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Goddamnit’과 ‘honey’의 차이를 수많은 미국인이 지켜 본 것이다.
#최악의 남편과 최고의 남편
우즈는 마스터스에 앞서 자신의 복귀를 골프의 전설 중 한 명인 벤 호건의 복귀에 비유했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왔다. 1949년 호건은 자신의 차가 버스와 충돌할 때 자신의 몸을 아내 앞으로 던져 아내를 보호했다. 자신은 큰 부상을 당했고 이 때문에 한동안 골프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던 것이다. 당연히 치료를 마치고 다시 필드로 나설 때 많은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이에 등 많은 언론과 팬들이 ‘말도 안 된다’며 “우즈는 자신의 아내를 버스 아래로 던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연히 우즈의 아내 노르데그린은 마스터스 경기장인 오거스타내셔널GC에 나타나지 않았다.
▲ 우승 후 유방암에 걸린 아내 에이미에게 다가가 함께 기쁨을 나누는 모습. |
에이미는 2009년 5월 20일 유방암 판정을 받은 후 치료를 위해 PAG투어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미켈슨도 아내의 병간호와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중요한 대회를 자주 불참하곤 했다. 미켈슨은 마스터스 3라운드 때까지도 “확실치 않지만 아내가 마지막 날 코스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많은 사람의 기대대로 에이미는 미켈슨이 마지막 18번홀 그린에서 챔피언퍼팅을 하는 순간 관중석에서 이를 지켜봤다. 미켈슨이 버디 퍼트를 넣자 그린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수많은 갤러리가 미켈슨과 함께 일제히 환호했고 에이미 역시 감격에 겨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미켈슨은 아내에게로 다가가 뜨거운 포옹을 했다. 미켈슨의 뺨에는 눈물 한 방울이 조용히 흘러내렸다. 갤러리나 TV 생방송으로 이를 지켜보던 많은 미국인들이 감동한 것은 물론이다. 미켈슨이 최고의 골퍼이자 최고의 남편이 된 순간이었다.
#새로운 영웅 ‘핑크 레프티’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켈슨은 마스터스 바로 전 대회, 즉 셸휴스턴 대회에서 감동의 깜짝쇼로 큰 화제를 모았다. 4라운드 14번홀에서 미켈슨은 갑자기 캐디를 갤러리 중 한 명으로 교체했다. 바로 자신의 아내와 엄마(매리)를 치료하는 휴스턴의 MD앤더슨암센터의 톰 부치홀즈라는 암전문의였다. 부치홀즈가 의사가 되기 전인 1984년 한 PGA대회에서 캐디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얘기를 들은 미켈슨은 대회 전에 갤러리 티켓을 보내줬고, 이날 그를 발견하고 즉석에서 캐디를 부탁한 것이다. 신기한 것은 미켈슨의 성적이다. 당초 한 홀만 백을 맡길 생각이었는데, 미켈슨은 14번 홀에서 버디를 잡자 3홀 내리 임시캐디와 함께했다. 그리고 모두 버디를 낚았다. 이 덕에 미켈슨은 합계 언더파 스코어를 내며 하위권의 순위를 35위까지 끌어올렸다. 미켈슨은 “이 의사는 암 치료로 우리 가족을 돕고, 골프로도 나를 도왔다. 정말 대단한 의사”라고 치켜세웠다.
▲ 타이거우즈. 로이터/뉴시스 |
미켈슨의 이런 면모는 마스터스 3라운드에서도 우연치 않게 발현됐다. 13, 14번홀 연속 이글 등 미켈슨의 묘기에 점잖기로 소문난 마스터스 갤러리들이 체스트범핑(가슴을 서로 부딪침), 하이파이브 등 대학농구에서나 볼 수 있는 열띤 응원을 펼쳤다. 그러던 중 18번홀(파4)에서 미켈슨의 세컨드샷은 그린 왼쪽 관중석으로 날아갔다. 마침 공은 ‘젊은 간호사’인 크리스털 하지스의 접이식 의자 밑으로 들어갔다. 하루 종일 암환자를 돌보는 하지스 양은 미켈슨의 팬이었다. 미켈슨은 특유의 함박웃음을 지으며 “How are you doing?”이라고 물었다. 이에 하지스는 완전히 반해버렸다. 하지스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친절하게 말하는 대선수를 누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는가? 내가 ‘어때요?’라고 되물으니 미켈슨은 ‘pretty good’이라고 대답했어요. 너무 멋지지 않아요?”라고 설명했다. 미국인들이 싫어하려야 싫어할 수 없는 미켈슨인 것이다. 미켈슨은 이 홀에서 멋진 칩샷으로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확실한 것은 이번 마스터스를 통해 ‘핑크 레프티(왼손잡이인 미켈슨의 별명)’가 우즈를 대체할 새로운 영웅으로 떠올랐다는 사실이다.
미켈슨도 ‘카더라 통신’
숨겨놓은 애가 있다고?
미국에서도 ‘카더라’ 통신이 들끓는 경우가 종종 있다. 2010 마스터스에서 필 미켈슨의 ‘가족을 위한 우승(CBS골프해설자 짐 난츠의 표현)’이 워낙 화제를 모으자 이를 둘러싼 괴소문이 인터넷 상에서 확대 재생산돼 눈길을 끌었다.
제기된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미켈슨의 아내 에이미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과 ‘썸싱(affair)’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빼어난 미모를 가진 에이미는 미NBA 피닉스 선즈의 치어리더였다. 미모의 치어리더와 NBA 스타들이 어울리는 것은 자주 있는 일. 여기에 조던도 바람을 피운 전과가 있고, 심지어 이번 타이거 우즈의 섹스스캔들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러니 예전에 나돌았던 미켈슨의 아내와 농구 황제의 염문이 새삼 다시 불거진 것이다. 한 못된 블로거는 “(이런 소문에 대해) 미켈슨, 네 기분이 어떤지 좀 말해줄래”라고 묻기도 했다.
두 번째는 미켈슨이 오하이오주의 한 스트리퍼와 밀애를 즐겼고 숨겨둔 애가 있다는 주장이다. 정확한 근거가 제기되지는 않았지만 한동안 미국의 유명인사 가십을 취재하는 미디어 세계에서 이 같은 소문이 있었다고 한다.
미켈슨과 관련된 루머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블로그를 운영 중인 스테파니 웨이는 최근 “2005년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와 몇몇 잡지들이 미켈슨과 관련된 루머를 조사한 바 있다. 여기에는 스트리퍼와의 사이에 낳은 숨겨둔 아이, 엄청난 도박 빚 등이 포함돼 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일부에서는 현재까지는 미켈슨의 이미지가 더 없이 좋지만 미국의 황색언론이 달려들면 미켈슨이 곧 우즈처럼 부끄러운 추문에 휘말릴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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