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2면 백C로 3-3에 들어가거나 D로 한 칸 뛰면 보통. 백3의 역협공이 창하오의 임기응변이었다. 우변을 갈라치면서 A와 D를 맞보기로 하겠다는 것 같았는데, 이에 대해 흑4로 철주를 내린 것이 백3의 의표를 찌른 ‘이세돌표’ 강수였다. 백5로 또 다시 역협공, 창하오도 계속 힘을 내고 있다. 그런데….
<2도> 흑1, 이세돌은 또 한 번 쳐들어간다. 재협공에 대한 재협공이다. 흑A나 B는 검토실의 ‘편안한 예상’일 뿐이다. 백2는 재협공의 재협공에 대한 재협공, 재재재협공이다. 그러나 이세돌은 또 쳐다보지도 않고 3으로 걸치고, 백4를 확인하더니 흑5의 모자로 날아간다. 검토실이 환성을 질렀다. “오늘 두 사람은 초반에 보여 줄 수 있는 모든 신수를 다 보여 줄 셈인가 보다.”
<3도> 우상귀와 우변을 강타한 폭풍이 지난 후 하변에서 새롭게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흑1로 걸쳐만 놓고 3으로 빵때렸다. 우변을 제압하고 천하를 굽어보는 빵때림이다. 백4로 갈라치고, 6으로 협격하자….
<4도> 흑3으로 다시 역습 준비. 백4와 흑5가 검토실 촉수에 걸렸다. 백4는 박력 부족, 책략 부족인 느낌이라는 것이고, 흑A가 아니라 흑5로 마늘모 붙인 것이, 일견 발이 느린 듯하지만, 섬세하고 실전적인 수였다는 것. 그건 그렇고 백4와 흑5를 교환하고 백6으로 삭감에 들어가는데….
<5도> 흑1, 3이 가공할 엄습이었다. 백2는 흑A를 기대한 것인지 모르지만, 좌우간 흑3부터 시작된 흑의 공격은 이후 전판을 휘몰아갔고, 우변 백이 살아가는 동안 하변 백이 그대로 함몰하고 말았다. 창하오 9단의 심기일전을 기대한다.
이광구 바둑평론가